주간동아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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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과 향락의 도시에 가다

폼페이 벽화 ‘춤추는 바쿠스 신의 여제관’

  • 황규성 미술사가 samsungmuseum@hanmail.net

    입력2015-10-12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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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쾌락과 향락의 도시에 가다

    ‘춤추는 바쿠스 신의 여제관’, B.C. 50년쯤 로마 시대, 프레스코와 모자이크.

    폼페이는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만 연안에 있던 고대 도시입니다. 당시 인구 2만5000명이 살던 화려한 휴양도시였는데, 79년 8월 24일 일어난 화산 대폭발로 2~3m 두께의 화산재가 시가지를 덮어버렸습니다. 그리고 15세기까지 폼페이의 존재는 기억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16세기 말 소규모 발굴이 이뤄졌지만 발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748년부터이고 지금까지도 발굴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화산 폭발에도 거의 손상을 입지 않은 ‘신비의 저택(Villa of the Mysteries)’ 벽에 있는 프레스코화입니다. 작품 제목과 관련해 많은 논쟁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춤추는 바쿠스 신의 여제관’이라 부릅니다.

    벽화는 높이 331cm에 거의 정사각형입니다. 화면 가운데를 기준으로 왼쪽에 2명, 오른쪽에 2명 총 4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남성은 술의 신 바쿠스이고, 나머지 3명은 그를 모시는 여제관들입니다. 화면 왼쪽 의자에 바쿠스가 앉아 있고, 한 여인이 그의 무릎에 엎드려 얼굴을 묻고 있습니다. 오른쪽 어깨를 살짝 드러낸 바쿠스는 자신의 무릎에 엎드린 여인의 머리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초점 없는 둥근 눈으로 왼쪽 상단 모서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의 무릎에 엎드린 여인은 상반신을 드러낸 채 하반신 일부만 와인빛 천으로 휘감았습니다. 향락적이고 퇴폐적인 내용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폼페이의 다른 벽화들에 비하면 이 작품은 상대적으로 우아하고 정숙한 편입니다.

    화면 오른편에는 8등신, 9등신쯤 되는 늘씬한 여성 2명이 서 있습니다. 앞쪽 여성은 알몸 상태로 돌아서서 등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 매우 육감적입니다. 땋아서 틀어 올린 헤어스타일에 양손은 O자형 자세를 취하고 두 발뒤꿈치를 들어 올린 채 화면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머리는 작은 편이며 허리는 잘록하고 엉덩이는 풍만합니다. 나신의 여인 뒤로는 아름다운 여인이 살짝 상반신을 숙여 바쿠스의 무릎 위에 엎드린 여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여성이 입은 옷은 엎드려 있는 여성과 동일한 와인빛입니다.

    아직까지 이 벽화의 내용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바쿠스 신에 대한 숭배 장면을 묘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물로 바친 짐승의 피를 마시며 바쿠스 신을 숭배하는 비밀의식을 치르고 있는 것이죠. 등장인물들은 뭔가에 취한 듯 초점 잃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어디를 쳐다보는지 고정된 시선이 없고, 춤을 추고 있는 것인지 어떤 의식을 치르는 것인지 애매한 동작을 취하고 있습니다.



    폼페이는 전성기에 화산 폭발로 파묻혔습니다. 그 결과 당시 로마인의 일상생활을 짐작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가 많이 전해지는데, 대부분 쾌락적이고 향락적인 생활을 영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벽화에서는 빛과 그림자에 의한 모델링을 통해 사물이 실물과 같은 입체감을 띠며, 미약하게나마 원근법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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