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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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의 지식 블랙박스

흰색 페인트로 지구 구하는 법

지구 옆 도는 소행성, 인류에게 위협이자 기회 … 일본은 탐사 나서

  • | 지식큐레이터 imtyio@gmail.com

    입력2018-03-20 13: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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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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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각으로 2월 5일 오전 6시 30분, 인류는 심각한 재앙을 맞을 뻔했다. 바로 그때 축구장 100개보다 큰 지름 1.2km의 소행성이 지구를 살짝 비켜 지나갔기 때문이다(420만km). 소행성 이름은 ‘2002AJ129’. 2002년 미국 하와이 할레아칼라에 있는 마우이 우주감시센터에서 처음 발견했다. 

    ‘지름 1.2km’가 작다고 우습게 보면 큰코다친다. 지름 300m 정도의 운석이 떨어져도 한반도 크기의 나라가 초토화될 수 있다. 이번에 지구를 비켜 간 1.2km 정도면 유럽 면적만큼이 심각하게 파괴될 수 있다. 이런 소행성이 지각의 얇은 부분을 뚫고 맨틀까지 들어가면 더 치명적이다. 지하에서 나온 화산재가 지구 표면 전체를 덮어 기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1998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딥 임팩트’를 떠올리는 독자가 있겠다. 이 영화에서 지구로 날아오던 혜성은 핵폭탄이 터져 둘로 쪼개진다. 큰 것(지름 4.8km)은 비켜 가는데, 작은 것(지름 800m)은 지구로 떨어진다. 영화에서는 800m의 혜성 조각이 떨어지는 순간 해일이 일어나 미국 동부가 물에 잠기고 수백만 명이 죽는 것으로 나온다. 

    인류 문명 결딴낼 소행성만 156개

    나사(NASA)가 자문한 영화 ‘딥 임팩트’의 내용은 대부분 과학적 근거가 있다. 그러니 2월 5일 우리는 어쩌면 할리우드 영화의 재앙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볼 뻔했다. ‘대멸종’을 소개한 앞의 연재(‘주간동아’ 1128호 ‘여섯 번째 ‘대멸종’은 시작되지 않았지만…’)에서 언급했지만, 공룡 시대를 결딴낸 다섯 번째 대멸종 때 지구를 덮친 소행성 크기는 7~10km였다. 

    태양계에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이렇게 8개 행성이 있다. 해왕성 바깥에서 도는 명왕성은 2006년 8월 24일 과학자의 합의로 행성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런데 태양계에는 행성뿐 아니라 수많은 혜성이나 소행성도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 이 가운데 어떤 혜성이나 소행성은 그 궤도가 지구와 비슷해 마주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바로 이렇게 지구와 마주칠 수 있는 혜성이나 소행성을 ‘가까울 근(近)’자를 붙여 ‘근지구 천체(Near-Earth Object)’라 부른다. 지금까지 확인된 근지구 천체는 3월 9일 현재 1만7921개다(근지구 혜성 107개, 근지구 소행성 1만7814개). 이 가운데 지름이 1km보다 크면서 지구를 위협할 가능성이 큰 소행성은 156개다. 

    2월 5일 지구를 비켜 간 2002AJ129 같은 위험한 소행성이 155개나 더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살폈듯이, 1km보다 큰 소행성은 자칫하면 인류를 결딴낼 정도의 파멸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엔(UN)을 중심으로 전 세계 곳곳의 과학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구로 날아오는 소행성을 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궁금증이 생길 테다. 만약 지름이 몇km 되는 소행성이 몇 년 후 혹은 몇 개월 후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치자. 지구로 돌진하는 이 소행성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근육질의 영웅이 핵폭탄을 싣고 우주로 날아가 혜성이나 소행성을 터뜨린다. 현실은 어떨까. 

    실제로 이런 일이 닥친다면 상황은 훨씬 비관적이다. 영화에서 흔히 쓰는 핵폭탄은 해법이 아니다. 웬만한 크기의 소행성은 핵폭탄 몇 개로 폭파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설령 소행성을 폭파한다 해도 그 파편이 지구 곳곳에 더 큰 재앙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핵폭탄으로 혜성을 두 쪽으로 쪼갠 영화 ‘딥 임팩트’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 그나마 해볼 방법이 밀거나 끌어서 소행성 궤도를 바꾸는 것이다. 질문은 꼬리를 문다. 소행성 궤도는 또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얼른 떠오르는 방법은 소행성과 비슷한 질량의 우주선을 보내 견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행성이 크다면 이조차도 불가능하다.

    일본은 영화 ‘아바타’ 현실로 만드는데, 한국은?

    일본,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소행성 탐사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동아일보]

    일본,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소행성 탐사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동아일보]

    이럴 때는 일단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일이 도움이 된다. 실제로 유엔이 지원하는 ‘소행성 움직이기 대회(Move an asteroid competition)’가 있다. 소행성의 진행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집해 상을 주는 것이다. 한 가지만 소개하자. 2012년 우승자는 당시 MIT의 한국계 대학생 백승욱 씨였다. 

    백씨의 아이디어는 기발했다. 흰색 페인트통을 던져 소행성을 흰색으로 칠하기만 하면 이동 경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흥미로운 아이디어다. 소행성에 묻은 흰색 페인트는 햇빛을 반사한다. 그런데 마찰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햇빛을 반사하는 것만으로도 소행성이 상당한 힘을 받게 된다. 

    거칠게 원리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빛은 ‘파동’이면서 ‘입자’의 성질도 띤다. 빛의 입자인 광자는 공기 흐름인 바람처럼 압력을 가진다. 우주 공간은 마찰이 없기 때문에 그 빛의 힘이 쌓이면 무시할 수 없는 효과를 낸다. 소행성에 묻은 흰색 페인트가 빛을 반사할 때 그 힘의 반작용으로 궤도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흰색 페인트로 지구를 구하다니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물론 소행성이 진짜 지구를 덮친다면 그것을 막는 일은 쉽지 않으리라. 여기서 소행성에 얽힌 또 다른 별천지 같은 이야기를 해야겠다. 박근혜 정부 때, 2020년까지 달에 한국인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웃 나라 일본은 달이 아니라 소행성에 주목한다. 

    2003년 5월 9일 일본은 ‘하야부사 1호’를 발사했다. 이 하야부사 1호는 세계 최초로 소행성 ‘이토카와’에 착륙해 샘플을 채취하고 7년 만인 2010년 지구 귀환에 성공했다. 일본은 2014년 11월 30일 또 다른 소행성(‘류구’)을 목표로 ‘하야부사 2호’를 발사했다. 하야부사 2호는 소행성에 착륙해 1년간 탐사 활동을 하고 2020년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한국이나 중국이 달에 혹해 있을 때, 왜 일본은 소행성에 눈길을 돌릴까. 다수 과학자는 일본이 소행성의 지하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희귀한 광물 ‘언옵테이니움’을 캐고자 나비족이 사는 행성을 점령하려는 영화 ‘아바타’의 이야기를 일본은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인류에게 ‘위협’이자 ‘기회’인 소행성, 매혹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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