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8일(현지시각) 그래미 어워드(그래미)가 열린다. 그래미가 미국에서 가장 권위적인 음악상으로 꼽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제작자부터 DJ까지 미국 음악 산업 관계자를 망라한 미국레코딩예술과학아카미(NARAS) 회원들의 투표로 선정되기 때문이다. 음악 산업 내부에서 바라본 한 해의 결산이다. 둘째, 현존하는 음악상 가운데 가장 오래됐기 때문이다. 1959년 시작해 올해로 60회를 맞는다.
하지만 이는 그래미에 따라다니는 논란의 씨앗이기도 하다. NARAS는 백인 중년 남성이 중심이다. 보니 인종차별적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 오랜 역사에 걸맞게 관성 내지 타성이 존재해 시대적 변화에 뒤처진다는 핀잔도 듣는다.
실제로 100개 넘는 수상 부문 가운데 가장 중요한 4개 부문(올해의 음반,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올해의 신인)에서 백인이 흑인보다 우세했다. 당장 58회 그래미를 봐도 비평계의 압도적 호평을 받았던 켄드릭 라마의 ‘To Pimp A Butterfly’가 테일러 스위프트의 ‘1989’에 밀려 올해의 음반을 수상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비평은 물론, 흥행에서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비욘세의 ‘Lemonade’가 아델의 ‘25’에게 올해의 음반을 내줬다.
장르적 관점으로 가면 문제는 더 명확해진다. 2000년대 이후 팝의 명확한 대세로 자리 잡은 힙합은 본상에서 트로피를 거머쥔 적이 거의 없다. 에미넴, 카녜이 웨스트, 제이 지, 켄드릭 라마까지 모두. 아웃캐스트의 ‘Speakerboxxx/The Love Below’가 유일한 예외다. 힙합뿐 아니라 헤비메탈, 얼터너티브,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등 한 시대를 상징하는 장르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 대신 U2, 브루스 스프링스틴, 테일러 스위프트 등 NARAS가 애정하는 음악인이 컴백하면 상을 가져가곤 한다. 그래미를 두고 ‘노땅들의 리그’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올해 그래미는 어느 때보다 이런 꼬리표를 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오른 다섯 장의 앨범을 살펴보자. 켄드릭 라마의 ‘DAMN.’, 차일디시 감비노의 ‘Awaken, My Love!’, 제이 지의 ‘4 : 44’, 로드의 ‘Melodrama’, 브루노 마스의 ‘24K Magic’이다. 이 가운데 셋이 힙합, 하나는 일렉트로닉 팝, 브루노 마스 정도가 리듬앤드블루스(R&B)다. 그래미가 사랑하는 장르(록, 컨트리, 복고)는 없다. 파격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미의 관행대로라면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는 브루노 마스일 것으로 보인다. 일단 판매량에서 압도적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200만 장을 팔았다. 각종 음악저널의 평가를 평균 낸 메타크리틱(Metacritic)도 70점이니 준수한 편. 무엇보다 그는 2년 전 마크 론슨과 함께한 ‘Uptown Funk’로 올해의 레코드를 수상했다. 단골 후보지만 정작 본상을 수상하지 못하던 징크스를 깼다. 기존 그래미가 지지해온 음악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요컨대 전통적인 ‘팝’이라는 범주 말이다.
하지만 내가 진정 영예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은 이는 켄드릭 라마다. 나는 힙합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음악이 록이나 포크이기 때문에 힙합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라마에게는 무릎을 꿇고 트로피를 헌정하고 싶다. ‘힙알못’의 귀에까지 기어이 뚫고 들어오는 비트와 랩, 그리고 억만장자 힙합 스타가 넘쳐나는 지금도 여전히 빛나는 ‘흑인의 삶’에 대한 통찰까지. 그는 중원을 차지할 자격이 있다. 나만의 시각이 아니다. 지난 앨범에 이어 이번 앨범 역시 거의 모든 음악 매체에서 2017년 최고 앨범으로 꼽혔다.
60회라는 특기할 만한 해를 맞이해 그래미는 과연 ‘흑인/힙합’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계속해 논란에 휩싸이느냐, 진정 동시대 음악 흐름에 몸 담그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이는 그래미에 따라다니는 논란의 씨앗이기도 하다. NARAS는 백인 중년 남성이 중심이다. 보니 인종차별적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 오랜 역사에 걸맞게 관성 내지 타성이 존재해 시대적 변화에 뒤처진다는 핀잔도 듣는다.
실제로 100개 넘는 수상 부문 가운데 가장 중요한 4개 부문(올해의 음반,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올해의 신인)에서 백인이 흑인보다 우세했다. 당장 58회 그래미를 봐도 비평계의 압도적 호평을 받았던 켄드릭 라마의 ‘To Pimp A Butterfly’가 테일러 스위프트의 ‘1989’에 밀려 올해의 음반을 수상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비평은 물론, 흥행에서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비욘세의 ‘Lemonade’가 아델의 ‘25’에게 올해의 음반을 내줬다.
장르적 관점으로 가면 문제는 더 명확해진다. 2000년대 이후 팝의 명확한 대세로 자리 잡은 힙합은 본상에서 트로피를 거머쥔 적이 거의 없다. 에미넴, 카녜이 웨스트, 제이 지, 켄드릭 라마까지 모두. 아웃캐스트의 ‘Speakerboxxx/The Love Below’가 유일한 예외다. 힙합뿐 아니라 헤비메탈, 얼터너티브,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등 한 시대를 상징하는 장르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 대신 U2, 브루스 스프링스틴, 테일러 스위프트 등 NARAS가 애정하는 음악인이 컴백하면 상을 가져가곤 한다. 그래미를 두고 ‘노땅들의 리그’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올해 그래미는 어느 때보다 이런 꼬리표를 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오른 다섯 장의 앨범을 살펴보자. 켄드릭 라마의 ‘DAMN.’, 차일디시 감비노의 ‘Awaken, My Love!’, 제이 지의 ‘4 : 44’, 로드의 ‘Melodrama’, 브루노 마스의 ‘24K Magic’이다. 이 가운데 셋이 힙합, 하나는 일렉트로닉 팝, 브루노 마스 정도가 리듬앤드블루스(R&B)다. 그래미가 사랑하는 장르(록, 컨트리, 복고)는 없다. 파격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미의 관행대로라면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는 브루노 마스일 것으로 보인다. 일단 판매량에서 압도적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200만 장을 팔았다. 각종 음악저널의 평가를 평균 낸 메타크리틱(Metacritic)도 70점이니 준수한 편. 무엇보다 그는 2년 전 마크 론슨과 함께한 ‘Uptown Funk’로 올해의 레코드를 수상했다. 단골 후보지만 정작 본상을 수상하지 못하던 징크스를 깼다. 기존 그래미가 지지해온 음악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요컨대 전통적인 ‘팝’이라는 범주 말이다.
하지만 내가 진정 영예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은 이는 켄드릭 라마다. 나는 힙합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음악이 록이나 포크이기 때문에 힙합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라마에게는 무릎을 꿇고 트로피를 헌정하고 싶다. ‘힙알못’의 귀에까지 기어이 뚫고 들어오는 비트와 랩, 그리고 억만장자 힙합 스타가 넘쳐나는 지금도 여전히 빛나는 ‘흑인의 삶’에 대한 통찰까지. 그는 중원을 차지할 자격이 있다. 나만의 시각이 아니다. 지난 앨범에 이어 이번 앨범 역시 거의 모든 음악 매체에서 2017년 최고 앨범으로 꼽혔다.
60회라는 특기할 만한 해를 맞이해 그래미는 과연 ‘흑인/힙합’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계속해 논란에 휩싸이느냐, 진정 동시대 음악 흐름에 몸 담그느냐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