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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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데이터와 알고리즘은 껍데기 사람 냄새 나는 데이터가 우선

  •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입력2017-07-31 17: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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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스메이킹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 지음/ 김태훈 옮김/ 위즈덤하우스/ 308쪽/ 1만6000원

    차량 내비게이션이 보편화되면서 많은 사람이 사실상 ‘길치’가 돼버렸다. 내비게이션이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면 되니 굳이 방향감각이나 지도 해독 능력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고장 난다면? 길을 잃고 헤매게 될 것이다. 미국 해군사관학교는 1990년대 별을 보고 위치를 파악하는 천측항법 교육을 폐지하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의존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해킹 위험 등이 불거지자 2015년 다시 천측항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GPS 수치에 맹목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모든 형태의 데이터를 조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의 오류 가능성을 배제하고자 빅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우선시하는 조류에 일침을 가한다. 저자는 포드, 아디다스, 레고, 샤넬 등 세계적 기업의 컨설팅을 맡은 ‘레드어소시에이츠’의 공동창업자이자 뉴욕지사장이다.

    이 컨설팅 회사는 엉뚱하게도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라는 하이데거의 철학적 질문을 경영 컨설팅의 근본으로 삼고 있다. 레드어소시에이츠의 핵심 전략은 책 제목과 똑같은 ‘센스메이킹’이고, 저자는 이 컨설팅 전략의 의미와 성공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센스메이킹’을 ‘통찰력 기르기’이자 인문학에 기초해 실용적 지혜를 얻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빅 데이터를 수집해 알고리즘으로 분석, 정리하면 인간 행동에 대한 명확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최근의 믿음을 배격한다. 인간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건조한 빅 데이터는 인간 행위의 상관관계는 밝힐 수 있어도, 왜 인간이 이런 행동을 했는지 그 인과관계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센스메이킹’을 요약하면 인간 행동에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그에 따라 현장에서 구체적이면서 심층적인 데이터를 확보한 뒤 현실과 연결하는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경영이나 투자 전략을 세우는 데 빅 데이터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사례를 들어보자. 레드어소시에이츠는 지난해 유럽의 한 대형식료품점 브랜드를 컨설팅했다. 이 브랜드는 어마어마한 고객 정보를 갖고 있었다. 가령 워킹맘 집단인 25~38세 여성이 초저녁에 매장을 방문해 주로 무엇을 사는지, 매출을 극대화하려면 유기농 제품에 어느 정도 공간을 할애해야 하는지 말이다. 하지만 방대한 고객 정보에도 매출이 떨어지자 레드어소시에이츠를 찾은 것이다. 레드어소시에이츠는 모든 매장에서 고객당 매출을 늘리는 방법을 묻는 식료품점 측에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은 요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식료품점을 방문한 사람은 결국 요리 재료를 찾는 것이므로 그들이 어떤 느낌, 어떤 방식, 어떤 재료로 요리하기를 원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레드어소시에이츠는 식료품 브랜드 고객을 일대일로 접촉하며 심층적이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모았고, 그를 분석해 뚜렷한 경향을 발견해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저녁의 다급함’이었다. 즉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 식료품점에 들르는 사람은 대부분 뭘 먹을지에 대한 사전 계획 없이 배고픈 가족을 위해 빨리 저녁을 차리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매출을 올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제안을 했다. 

    ‘슈퍼마켓 점장 프랭크입니다. 고객님이 우리 매장을 일주일에 5번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마침 캐나다에서 좋은 연어가 막 들어왔습니다. 원하신다면 요리에 필요한 다른 재료들과 함께 한 마리를 예약해드릴까요. 드라이브스루 창구에서 바로 가져가실 수 있게 준비해두겠습니다.’

    이 식료품점 브랜드는 지난해 ‘저녁의 다급함’라는 개념에 맞춘 시범 매장을 3개 오픈했고, 올해 40개를 추가로 열기로 했다. 블록 장난감 회사인 레고도 비슷한 컨설팅을 받았다. 레고가 한때 고전하자 이런 추론이 나왔다. 아이들이 게임을 많이 하고 동영상에 길들여져 레고를 멀리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몇 초 안에 아이들의 관심을 끌고자 소리가 요란하고 갖고 놀기도 쉬운 제품을 만들었지만 더 큰 위기에 빠졌다. 레드어소시에이츠는 레고 측에 “아이들에게 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던졌고, 해답을 찾고자 반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관련 데이터를 모았다. 결론은 ‘다시 블록’이었다. 이는 블록을 빠른 시간 내 제대로 쌓고 그걸 과시하고 싶은 아이들의 욕망을 관찰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아무리 빅 데이터가 쏟아져도 인간 자체에 대한 관심, 즉 인문학적 바탕이 없으면 의미를 만들고 해석하지 못해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기 힘들다는 분석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지 않는 한 유효한 것 같다.




    장거정 평전
    주둥룬 지음/ 이화승 옮김/ 더봄/ 312쪽/ 1만7000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가장 아끼는 책으로 꼽은 바로 그 책이다. 2010년 출간된 뒤 절판됐다 이번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장거정은 중국 명나라 재상으로 당시로선 획기적인 개혁 정책을 단행했다. 관료의 1년 동안 업무 결과를 평가해 인사에 반영하는 고성법, 실물로 걷던 세금을 은(銀)으로 대신 내게 한 일조편법 등은 기울어가던 명나라에 활력을 불어넣어 나라의 수명을 70여 년 연장했다고 평가받는다. 이 평전은 20세기 중국 4대 전기(傳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히라마쓰 요코 지음/ 이영희 옮김/ 바다출판사/ 248쪽/ 1만3000원


    맛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집에서 직접 만든 음식과 세계 각지를 돌면서 만난 요리의 맛을 소개한다. 불을 조절해가며 밥을 맛있게 짓고 싶어 전기밥솥을 버리고, 자신만의 소금을 만들고자 염전으로 향해 제조과정을 관찰한 뒤 집에서 재현하는 등 자신의 맛을 찾으려고 노력한 과정이 담겨 있다. 특히 30년간 한국을 수시로 방문한 그는 한국의 맛에 일가견이 있다. 비빔밥, 냉면, 회덮밥, 쌈밥을 먹어본 그는 ‘섞은 맛’이 한국 음식의 진면목이라 정의하고, 섞기 위한 도구로서 한국의 숟가락을 고찰하기도 한다.







    좀비 연대기

    로버트 어빈 하워드 외 지음/ 정진영 옮김/ 책세상/ 380쪽/ 1만4000원


    최근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된 ‘좀비’의 원형을 담았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까지 좀비를 소재로 한 세계적 작가들의 단편 12편을 묶었다. 윌리엄 뷸러 시브룩의 ‘마법의 섬’(1929)은 부두교에 기원을 둔 좀비의 존재를 서구권에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이다. 이네즈 월리스의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1943)는 좀비 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동명 영화의 원작이다. 로버트 어빈 하워드의 ‘지옥에서 온 비둘기’는 스티븐 킹으로부터 “미국 최고의 호러 단편”라는 극찬을 받았다. 잭 런던의 ‘천 번의 죽음’도 이색적인 과학풍 호러다.






    작은 기쁨 : 시가 있는 수필
    서재원 지음/ 부광/ 242쪽/ 1만3000원


    KBS 한국방송 편성센터장 출신으로 현재 차의과학대 부총장이자 의료홍보미디어학과 교수인 저자가 시와 수필이 어우러진 새로운 포맷의 책을 내놓았다. 우리가 잊은 것, 잃어가는 것, 존중하고 보존해야 하는 것, 반드시 알고 지켜야 하는 것, 소통해서 풀고 사랑해야 할 것 등 25개 주제를 바탕으로 간단한 단상, 자작시 33편, 이해인·정호승·윤동주 등 유명 작가의 시 등을 함께 엮었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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