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3

2014.06.23

간편한 약식명령, 무죄 다툼 있으면 정식 재판해야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4-06-23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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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편한 약식명령, 무죄 다툼 있으면 정식 재판해야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2013년 11월 19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형사소송은 검사의 기소에 대해 피고인 측이 반대 변론을 하고 이를 법원이 제3자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영화에서 보는 것과 똑같지는 않지만, 법정에선 실제로 검사의 공격과 변호인의 방어가 수차례 이뤄지며, 법원은 어떤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를 판단하고 이후 형을 선고한다. 형사 재판에선 이렇듯 당사자가 참석해 서로 다투면서 사실심리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실관계에 다툼이 없고 형량도 어느 정도 정해진 사건에서는 약식절차에 따라 형을 정한다(형사소송법 제448조). 예를 들어 음주운전이나 단순 폭행사건 등의 경우다. 일종의 서류재판이다. 검사는 피고인의 인적사항과 범죄 사실을 기재하고 관련 증거를 첨부해 약식명령 청구서류를 작성하는데, 검사의 판단에 따른 양형 의견(소위 구형)까지 포함된다.

    판사는 약식명령 청구서를 살펴보고 직접 형량을 정한다. 대부분 검사의 양형 의견이 그대로 수용되며 이후 약식명령 판결문은 피고인에게 우편으로 송달된다(형사소송법 제452조). 이에 대해 피고인이나 검사는 7일 이내에 정식 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453조 제1항).

    약식명령은 전형적인 형사사건에서 검사의 선택에 의해 진행되는 간이절차라고 이해할 수 있다. 징역형은 불가하고 벌금 등을 부과할 때만 이용된다. 본인이 무죄라고 생각하거나 벌금형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피고인은 이의를 제기해 정식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이 때문에 약식명령 절차는 헌법에서 보장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많은 사람이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법정에 서서 벌금을 깎아달라며 읍소하는데, 드물게 성공하기도 한다. 범행 당시 매우 궁박한 상황에 있었다거나, 현재 경제적으로 매우 열악한 처지라는 등 양형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건과 관련해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에 대해 검찰이 제출한 약식명령 청구에서 “신중한 심리가 필요하다”며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법원은 한때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을 서류재판만으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고 종결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이처럼 비전형적 사건으로 그 내용이 중대한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하는 일이 드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례적인 이유로 법원이 직권 정식 재판 회부를 결정한 경우도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크게 부각됐던 소위 국가정보원(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과 관련된 강기정, 이종걸, 문병호, 김현 등 국회의원에 대한 검찰의 약식명령 청구가 그렇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심리가 필요하다”며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법원은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서 약식절차를 선택한 검찰의 선택이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약식명령과 구별해야 하는 것에 즉결심판이 있는데, 이는 경찰서장의 청구에 의해 이뤄지는 간이절차로, 설령 벌금을 선고받더라도 정식 전과로 분류되지 않는다. 주로 교통법규 위반이나 경범죄 등에서 이뤄진다. 약식명령이나 즉결심판 절차를 두는 것은 불필요한 노력의 낭비를 예방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법원의 정식 재판 결정은 원칙을 고수한 결과라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의 절차가 낭비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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