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2

2014.04.08

유년기 상처 보듬으며 월트 디즈니 찬양

존 리 핸콕 감독의 ‘세이빙 MR. 뱅크스’

  • 이형석 헤럴드경제 영화전문기자 suk@heraldm.com

    입력2014-04-08 1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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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년기 상처 보듬으며 월트 디즈니 찬양
    ‘주간동아’922호(1월 28일자) ‘겨울왕국’ 리뷰에서 밝혔듯, 2013년 월트 디즈니사(디즈니)는 창립 9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디즈니는 자사 전통을 가장 충실히 계승한 ‘겨울왕국’을 내놓아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디즈니가 90주년을 ‘자축’하며 만든 또 한 편이 바로 ‘세이빙 MR. 뱅크스’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0월 개봉했지만, 한국 극장가엔 약 6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걸렸다.

    22세 청년 월트 디즈니(1901~66)가 형 로이와 함께 회사를 세운 것이 1923년 10월. 그는 회사 창립 후 ‘미키 마우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시작으로 장단편 애니메이션을 내놓는 한편, 55년 테마파크 ‘디즈니랜드’를 열며 ‘엔터테인먼트 제국’의 위용을 갖춰간다.

    1960년대엔 월트 디즈니 생전 가장 위대한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영화가 기다리고 있다. 영국 아동문학가 패멀라 린던 트래버스(1899~1996)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메리 포핀스’였다.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유명한 배우 줄리 앤드루스가 주연을 맡은 이 뮤지컬 영화는 64년 미국에서 개봉해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과 영화음악상, 주제가상 등 트로피 5개를 거머쥐었다. 상업적으로도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메리 포핀스’는 마술을 부리는 보모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다. 1934년 첫 편을 발간했으며, 영화화하기 전까지 4권이 나왔다. 그런데 소설 판권이 디즈니 손에 들어와 스크린에 옮겨지기까지는 긴 기다림의 시간과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어린 딸들이 ‘메리 포핀스’를 유난히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월트 디즈니는 이 책을 영화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후 판권 구매를 처음 시도한 때가 1938년이다. 트래버스는 월트 디즈니가 ‘메리 포핀스’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이를 거절했다. 하지만 월트 디즈니는 포기하지 않았고, 끈질긴 구애 끝에 61년 드디어 판권 계약을 맺고 영화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유년기 상처 보듬으며 월트 디즈니 찬양
    영화 ‘세이빙 MR. 뱅크스’는 1961년 월트 디즈니(톰 행크스 분)가 영국 런던에 있던 작가 트래버스(에마 톰슨 분)를 미국으로 초대해 판권 계약을 최종적으로 맺고, 그를 영화 제작에 참여하게 해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이야기를 그렸다. 실제로는 복잡한 법적, 재정적 권리 싸움이 있었겠지만, ‘세이빙 MR. 뱅크스’는 영리하고 유머러스하며 자애로운 품성의 영화 제작자 월트 디즈니와 까다롭고 깐깐하며 불안하고 변덕스러운 예술가 트래버스의 화해와 우정을 ‘동화’처럼 그렸다.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건 트래버스의 유년기 이야기다. 극중 트래버스가 ‘메리 포핀스’에 그토록 집착하고 영화화를 두려워하면서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않는 까닭은 아버지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이다. 영화는 트래버스가 월트 디즈니와의 만남과 영화 작업을 통해 자신의 아픈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실제 두 사람은 2세 차이로 거의 동년배와 다름없지만, 영화 속에서 톰 행크스가 연기하는 월트 디즈니는 자애롭고 현명한 아버지인 반면, 트래버스는 유년기에 고착돼 성장하지 못한 딸이자 심술 맞고 변덕스러운 아가씨다. 그래서 창업주 월트 디즈니에 대한 찬미라고 평가하는 일부 언론 보도에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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