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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이형석의 영화 읽기

휴식이 필요한 날엔 1만 원 행복 티켓 잡는다

  • 이형석 헤럴드경제 영화전문기자 suk@heraldm.com

휴식이 필요한 날엔 1만 원 행복 티켓 잡는다

설이다. 많은 사람이 고향으로 향하는 차에 오르고, 어떤 이는 휴식차 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팍팍한 일상에서 탈출해 안식과 충전을 추구할 수 있는 행복한 계절이다. 멀리 떠날 수 없다면 극장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어떨지. 베를린 혹은 러시아행 특급열차가 준비돼 있다. 1만 원이면 충분한 티켓 한 장으로 액션 롤러코스터를 즐길 수도,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일 수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값싼 여정, 극장가의 다양한 설맞이 여행코스를 소개한다.

휴식이 필요한 날엔 1만 원 행복 티켓 잡는다
# 활극 급행열차

‘베를린’

무기 밀거래 남북 첩보원 간 추격전


감독 : 류승완Ⅰ주연 :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이번 설 가장 빠른 속도로 독일 베를린을 향해 떠난다. 영화 ‘베를린’은 화려한 볼거리와 짜릿한 이야기를 갖췄다. 영화사로 보면 반세기 가까이 이어온 국내 첩보액션 장르의 ‘종결자’라 할 만하고, 제이슨 본이 등장하는 ‘본’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 같은 외국 영화에도 비견할 만하다. 류승완 감독의 필모그래피로 보자면 장르 탐구의 ‘완성형’이다. 류 감독은 동네 ‘양아치’들의 처절한 분투극을 담은 독립 저예산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와 1960년대 한국 스파이 액션영화에 대한 오마주(헌정)인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8)를 연출한 바 있다.

국정원 요원과 북한 첩보원은 물론, 미국 중앙정보부(CIA), 이스라엘 비밀정보기관인 모사드, 러시아 국제무기거래상, 아랍 무장단체까지 아우르는 이야기 규모가 일단 ‘국제적’이다. 외화 획득을 위해 북한이 베를린에서 러시아, 아랍 무장단체 측에 미사일 밀수출을 시도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기 밀거래에 투입된 일명 ‘공화국 영웅’이자 베를린 주재 북한 비밀 첩보원인 표종성(하정우 분)을 둘러싸고 남한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 분)와 북한의 내부 감시요원 동명수(류승범 분)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각국 정보기관이 도청과 폐쇄회로(CC)TV를 통해 추적하고, 피아(彼我) 구분 없이 정보를 밀거래하는 장면이 이어지면서 첨단 첩보 스릴러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숨 돌릴 만하면 이어지는 추격전과 대규모 총격전, 그리고 빠르면서도 호쾌한 격투장면이 액션영화의 쾌감을 극대화했다.

빈틈없이 짜놓은 음모와 배신, 투쟁의 드라마가 긴박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우정과 연민, 로맨스의 진한 정서를 자아내는 시퀀스도 빠지지 않는다. 표종성과 독일 주재 북한공사 통역사인 그의 아내(전지현 분)의 멜로는 관객 마음을 적시기에 충분하다. ‘도둑들’에 이어 “한국에도 드디어 이런 영화가!”라며 또 한 번 탄복하게 될 작품이다.

휴식이 필요한 날엔 1만 원 행복 티켓 잡는다
‘다이하드 : 굿 데이 투 다이’

돌아온 영웅, 테러리스트와 맞서다


감독 : 존 무어Ⅰ주연 : 브루스 윌리스, 제이 코트니

휴식이 필요한 날엔 1만 원 행복 티켓 잡는다
돌아온 액션 영웅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 분)을 만날 수 있는 러시아행 급행열차. 미리 고백하자면, 영화에서 모스크바로 등장하는 배경의 실제 촬영지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다. 어쨌거나 ‘미션 임파서블’이 톰 크루즈를 위한, 톰 크루즈에 의한, 톰 크루즈의 영화라면 ‘다이하드’ 시리즈는 브루스 윌리스 것이다. 벌써 5번째 작품이다. 88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1편을 시작했고 그때 윌리스의 나이가 33세였는데, 지금은 환갑이 내일모레다. 그래도 우리나라 팬은 그를 할아버지가 아니라 ‘형님’이라고 부른다. 실베스터 스탤론, 아널드 슈워제네거, 척 노리스 등과 함께 말하자면 ‘예비역 형님’인 셈이다.

‘람보’와 ‘코만도’를 뒤따라 1980년대 후반 혜성같이 등장한 ‘다이하드’ 속 존 맥클레인은 고개 숙인 백인 마초의 ‘부활’을 의미했다. 이혼당하고 경찰직에서도 쫓겨나 마냥 술에 절어 폐인으로 살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도시의 영원한 카우보이가 됐다. 이후 로스앤젤레스(LA), 워싱턴 D.C, 뉴욕, 뉴저지, 버지니아 등 미국 도심을 누비며 각종 테러세력과 맞서 많은 시민을 구해냈다. 이번엔 그가 러시아로 호출된다. 왜? 아들 잭(제이 코트니 분)이 모스크바에서 모종의 사건에 휘말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러시아행 비행기에 오르고, 아들을 만나러 가는 도중에 대형 폭탄테러와 맞닥뜨린다. 아수라장이 된 사건 현장에서 아들과 상봉한 그는 이 과정에서 아들이 모스크바에서 작전을 수행 중인 CIA 요원임을 알게 된다. 사생결단 아버지와 혈기방장 아들이 힘을 합쳐 역대 최강 테러리스트에 맞선다는 내용이다. ‘아날로그 액션’을 표방했다지만, 캐릭터와 스토리도 어딘가 시대착오적으로 보인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 자유 향한 완행열차

‘남쪽으로 튀어’

고향 섬마을에도 전쟁 같은 삶


감독 : 임순례Ⅰ주연 : 김윤석

휴식이 필요한 날엔 1만 원 행복 티켓 잡는다
베를린이든 모스크바든 전쟁터이긴 매한가지다. 빼앗지 않으면 빼앗기고, 죽이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전쟁 같은 삶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자 누굴까. 세상에 그런 사람이 단 한 명 있다면 바로 그, 최해갑(김윤석 분)이다. 이 남자, 상당히 특이하다. 그를 따라 남도 여행을 떠나볼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으로 유명한 임순례 감독의 신작 ‘남쪽으로 튀어’ 속 최해갑은 아내와 1남2녀를 둔 46세 가장이다. 문제적인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는, 흥행필패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그가 만든 작품은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다. 개인을 속박하는 모든 규율로부터의 자유, 바로 그가 추구하는 가치다. 대학 다닐 때 별명이 ‘최 게바라’일 정도로 열혈 민주화 투사였던 그는 국민연금 납부를 거부하고, 보지도 않는 TV수신료가 들어 있다며 전기세 고지서도 던져버린다. 자식들에겐 “배워서 뭐하느냐”며 학교에 가지 말라 하고, 감시당하며 살 수 없다면서 동네 골목의 폐쇄회로(CC)TV도 부숴버린다. ‘불온한’ 영화 내용과 대학시절 운동권 이력 덕에 그는 국정원 미행을 달고 사는데, 매번 이런저런 말썽으로 제집 드나들 듯하는 경찰서에서도 지문 날인을 거부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앞에 후배 봉만덕(김성균 분)이 찾아와 고향 소식을 전한다. 최해갑의 조부가 마을 주민들에게 내놓은 섬을 국가가 국유지로 귀속시킨 데다, 이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개발 허가를 내줘 사람들은 쫓겨나고 고향땅은 파헤쳐질 위기라는 것이다. 때마침 집에 전기도 끊기고 재산 압류 딱지마저 붙자, 최해갑은 든든한 지지자인 아내(오연수 분)와 자식들을 데리고 고향 섬마을로 이주한다. 하지만 평온하고 행복했던 순간은 잠시, 용역 깡패를 앞세운 개발업자와 국회의원이 섬마을로 쳐들어온다.

우리는 언제까지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를 추구하며 살아야 할까. 질식할 듯한 속도와 경쟁의 삶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전남 완도군 대모도와 여서도, 청산도에서 촬영한 고즈넉한 마을 풍경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다만 임순례 감독의 ‘느린 호흡’과 김윤석의 ‘공격적 연기’가 빚어내는 엇박자는 옥에 티다.

‘문라이즈 킹덤’

헉! 12세 동갑내기 사랑의 도피 행각


감독 : 웨스 앤더슨Ⅰ주연 : 재러드 길먼, 카라 해이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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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갑보다 자유롭고, 최해갑보다 먼저 섬을 찾아 자신들만의 천국을 만든 맹랑한 꼬마들이 있었으니 바로 ‘문라이즈 킹덤’ 속 주인공 샘(재러드 길먼 분)과 수지(카라 해이워드 분)다. 그들은 12세 동갑내기 소년과 소녀다. 다른 아이들과 달라 쉽게 어울리지 못하던 소년과 소녀는 한눈에 서로를 운명의 상대로 느끼고 자신들만의 둥지를 찾아 떠난다. 자유와 사랑을 위한 여정이다.

1960년대 중반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목가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뉴펜잰스 섬이 배경이다. 여름 끝자락, 보이스카우트 캠프에서 야영 중이던 대원 샘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샘은 가족을 잃은 고아로 위탁가정에 맡겨졌으나 매번 말썽을 피워 이 집 저 집 전전하던 처지였다. 보이스카우트 내에서도 따돌림을 당해 친구가 없는, 이를테면 ‘문제아’였다. 샘의 실종과 함께 섬의 또 다른 가정에서 한 소녀가 가출한 사실이 알려진다. 부족할 것 없는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지만 친구라곤 라디오와 책, 고양이밖에 없는 외톨이 소녀 수지다.

소년과 소녀의 실종은 우연이 아닌, 계획적인 동반 가출이었다. 사건 1년 전 샘과 수지는 교회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를 운명의 상대로 알아봤다. 사건 전까지 편지를 왕래하며 서로의 상처와 외로움을 보듬었고, 세상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둘만의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급기야 비밀리에 작전을 세워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세계를 찾아 떠난 것이다. 이들의 실종으로 섬 전체가 발칵 뒤집히고 경찰과 보이스카우트, 사회복지사, 수지 부모가 총출동해 수색 및 추격전을 벌인다.

‘문라이즈 킹덤’은 환상적인 영상과 아름다운 음악,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가 어우러진 빼어난 드라마다. 세상 잣대는 어른과 아이 세계를 엄격히 갈라놓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은 어른보다 어른스럽고, 어른들은 오히려 아이보다 모자란 듯하다. 샘과 수지는 스스로 자유, 사랑을 책임질 줄 아는 성숙한 존재고, ‘다름’을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를 가졌다. 하지만 어른들은 정해진 규율대로만 살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 동화 같은 섬은 환상적으로 아름다우며, 길먼과 해이워드 연기는 일품이다. 브루스 윌리스, 에드워드 노턴, 빌 머리, 프랜시스 맥도먼드, 틸다 스윈턴 등 대단한 배우들이 조연으로 앙상블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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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의 롤러코스터

‘라이프 오브 파이’

피에 굶주린 호랑이와 ‘위험한 항해’


감독 : 리안Ⅰ주연 : 수라즈 샤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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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그렇듯, 여행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선택과 결단의 순간을 마주한다. 소년 파이(수라즈 샤르마 분) 역시 마찬가지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며 행복하게 살던 파이 가족은 정치적 불안과 정부의 지원 중단으로 캐나다 이민을 결정한다. 그러나 배가 침몰하고, 파이만 구명정에 올라 간신히 살아난다.

파이는 서구의 합리적 이성을 믿는 아버지와 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던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굳이 나누자면 그는 어머니 편이었고, 신실한 믿음을 가진 청년으로 자랐다. 어머니 무릎에 앉아 힌두교 창조 신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신 이야기에 넋을 잃던 소년은 우연히 이슬람과 가톨릭을 접했고, 그 후 알라와 여호와까지 마음속 신전에 받아들인다. 하지만 파이가 믿는 ‘신’은 가족을 모두 거센 폭풍우 속으로 밀어 넣어버렸다.

신의 시험은 계속됐다. 간신이 오른 구명정 안에는 동물원에서 살던 얼룩말과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의 호랑이가 동승했다. 태평양 한가운데 뜬 조각배, 파이가 부여잡은 ‘작은 세상’은 처참했다. 굶주림에 못 이겨 동물들은 서로의 살과 피를 탐했다. 결국 파이와 호랑이만 남았다. 호랑이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구명정에 있던 물과 비상식량으로 연명하던 파이. 그러나 신은 마지막 남은 물과 통조림까지 모두 앗아갔고, 호랑이는 피에 굶주린 야수 눈빛으로 파이를 바라본다.

신과 이성, 운명과 도전, 절망과 희망 등 수많은 갈림길에서 파이가 선택한 것은 무엇일까. ‘라이프 오브 파이’는 놓치면 후회할 아름답고 풍요로운 작품이다. 바다와 맞닿은 하늘에서 빛나는 별과 파이 머리 위로 치솟는 고래 등 3차원(3D) 영상이 관객을 ‘환상여행’으로 인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비스트’

6세 어린 소녀의 기이한 모험


감독 : 벤 제이틀린Ⅰ주연 : 쿠벤자네 월리스, 드와이트 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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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이면서도 거칠고, 강인하면서도 아름다운 이 영화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아마도 주인공인 6세 소녀 ‘허시파피’(쿠벤자네 월리스 분)의 작지만 씩씩한 몸, 그리고 순수함과 강인함으로 빛나는 눈빛 말고는 어떤 말로도 형언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 영화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등 유수의 영화상을 휩쓸었다. 2월 24일 열리는 제8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도 작품상과 감독상 등 총 4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며, 올해 10세인 쿠벤자네 월리스는 여우주연상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파이처럼 허시파피도 떠밀리듯 떠난다. 작은 체구의 소녀는 거대한 운명을 받아들이고 공포와 당당히 마주하며 더욱 강인해진다.

세계 끝자락 혹은 루이지애나 남쪽에 있는 섬 ‘배스텁’(욕조)은 남극 빙하가 녹아 땅이 물에 잠기는 것을 막으려고 쌓아놓은 제방밖에 있다. 문명 세계에서 보기엔 가난하고 척박하며 더럽고 불편하지만, 배스텁 사람들은 제방 안 거대한 공장을 혐오하며 날 것 그대로의 삶을 살아간다.

중병이 든 소녀의 아버지 윈키(드와이트 헨리 분)는 아이가 홀로 살아갈 날을 걱정해 혹독하게 단련시키는데, 그 와중에 부녀간 다툼이 벌어진다. 그때 폭우가 쏟아지고 배스텁은 침수될 운명에 처한다. 아버지와 다퉈 우주 균형이 깨진 탓이라 여긴 소녀는 어머니를 찾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한 소녀의 기이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야생과 문명, 과거와 미래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판타지와 리얼리즘의 조화가 뛰어나다.

# 애니메이션 타임머신

‘부도리의 꿈’

농민과 숲을 구하는 고양이


감독 : 스기이 기사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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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구하기 위한 고양이 부도리의 모험을 담은 일본 애니메이션. 아름다운 이하토브 숲에서 태어난 부도리는 부모, 여동생 네리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으로 부모가 사라지고, 네리도 홀연히 나타난 수수께끼 남자를 따라 떠나버린다. 마을로 내려온 부도리는 붉은 수염, 펜넨 소장, 구보 박사, 비단 공장주 등 다양한 안내자들을 만나며 씩씩하게 성장해간다. 하지만 또다시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사랑하는 이를 더는 잃고 싶지 않은 부도리는 그들을 지키려고 큰 결단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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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리는 이타적이고 헌신적 존재다. 제작사인 테츠카 프로덕션의 제작총괄국장이자 프로듀서인 시미즈 요시히로는 감독으로부터 영화 제작을 제안받고 고(故) 이수현 씨를 떠올렸다고 한다. 일본 유학 중이던 2001년 1월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추락한 사람을 구하고 희생돼 일본 사회에 큰 감동을 안긴 의인이다.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다” “내 비극을 다른 사람이 겪지 않도록 나는 뭐든지 할 거야”라고 다짐하는 부도리 모습에서 고인이 세상에 남긴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이 영화에는 원작 소설가의 자전적 모습도 투영됐다. ‘부도리의 꿈’ 원작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를 쓴 미야자와 겐지는 37년의 짧은 생애 동안 부도리처럼 큰 지진과 냉해를 몇 번이나 경험했으며, 평생 가난한 농민에 헌신했다. 영화 속에서 부도리는 흉년으로 고통받는 농민들을 돕는다. 일본의 실제 풍경을 기초로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이미지로 구현해낸 아름다운 숲 이하토브 등 재패니메이션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파라노만’

우리 마을에 좀비가 쳐들어왔다


감독 : 샘 펠, 크리스 버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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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리의 꿈’이 숲과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한 고양이의 활약을 그렸다면, ‘파라노만’은 마녀의 저주로부터 세상을 구원하려고 모험에 뛰어든 소년에 대한 이야기다. 인형을 제작해 각각의 동작을 정지 영상으로 촬영한 후 이를 이어붙인 스톱모션 기법으로 촬영했다.

주인공 노만은 남다른 능력을 지녔다. 유령을 보고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매일 아침 학교 가는 길에 유령들과 안부 인사를 나누고, 늘 함께 붙어다니는 할머니 유령과는 고민상담도 한다. 이렇듯 요상한 행동을 거듭하니 누구도 노만을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소식이 끊겼던 할아버지가 노만 앞에 갑자기 나타나 엄청난 이야기를 전한다. 곧 좀비들이 마을을 습격하고, 마녀가 오랜 잠에서 깨어날 것이라고. 이들로부터 마을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노만, 너밖에 없다”고. 아니나 다를까, 마을에 좀비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노만은 친구들과 함께 좀비, 마녀로부터 마을을 구하기 위한 대모험에 나선다.

3D 디지털 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것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파라노만’을 촬영하려고 인형 300개와 얼굴 모형 4000개를 제작했으며, 여기에 사용된 인형 재료 분말이 3t, 초강력 접착제가 300ℓ에 이른다. 제작 기간 2년 동안 아트 디자이너 320명과 52개 촬영팀이 투입되는 등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2분 짧은 장면을 촬영하는 데 1주일 이상 소요되기도 했는데, 마을 사람과 좀비들의 대결을 그린 장면에선 먼지 하나, 옷 움직임 하나까지 손으로 일일이 움직여가며 촬영했다. 자동차 추격전도 볼 만하다.



주간동아 2013.02.04 874호 (p94~99)

이형석 헤럴드경제 영화전문기자 su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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