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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찐한 3D 성인영화 흥행 ‘후끈’?

화제의 ‘옥보단3D’ 한국 유혹 … 여성 관객 입소문이 성공의 관건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찐한 3D 성인영화 흥행 ‘후끈’?

찐한 3D 성인영화 흥행 ‘후끈’?
고백하건대 성인영화 ‘옥보단’은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은 작품이다. 1995년 개봉한 이 영화는 40만 관객을 동원하며 이른바 ‘초대박’을 떠뜨렸다. 홍콩에서 만든 성인영화가 이렇게 많은 관객을 동원한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 이 영화는 당시 고3이던 기자를 포함해 혈기왕성한 청소년 사이에서도 회자됐다. 비디오로 출시된 이후에도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였다. ‘옥보단’의 소문을 들은 중고교생이 대여점에서 주로 빌렸다는 후문. ‘모범생’이던 기자는 ‘19세’가 되자마자 ‘당당히’ 비디오 대여점에 가 ‘옥보단’을 빌렸다.

웰메이드 성인 콘텐츠의 진화

영화를 보면서 화려하면서도 적나라하고 때로는 엽기적인 ‘성의 향연’에 머리를 여러 번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특히 주인공인 미양생이 자신의 왜소한 ‘물건’에 콤플렉스를 느껴 말의 생식기를 붙인다거나, 홀라당 벗은 채 타잔처럼 천장에 매달린 비단 끈을 타고 내려와 목표지점에 ‘꽂아버리는’ 장면을 보면서 “저게 가능해?”를 연발했다. 그럼에도 영화는 재미있었다. 과장되면서도 기발하게 묘사한 성행위뿐 아니라 탄탄한 줄거리, 중간 중간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해학과 풍자, 그리고 헛웃음이 나오는 교훈적인 결말(미양생은 결국 자기 잘못을 깨닫고 불교에 귀의한다)까지, 쫀쫀하게 짜인 웰메이드 성인 콘텐츠였기 때문. 이 영화는 ‘금병매’와 함께 성을 주제로 한 중국 고전소설로 손꼽히는 ‘육포단’이 원작이다.

5월 12일 개봉하는 ‘옥보단3D’가 이 영화에 대한 추억을 가진 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콩영화지만 일본의 인기 성인비디오(AV) 모델인 하라 사오리가 주연을 맡았고, 한층 더 노골적인 체위가 가득 담긴 성행위 장면이 3D 영상으로 펼쳐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옥보단3D’의 국내 수입사인 엘케이무비 측 관계자는 “홍콩에서 개봉한 첫날 역대 박스오피스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홍콩 관객과 관계자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바이어도 3D 영상 수준에 무척 만족해했다”면서 “코믹한 스토리, 잘 짜인 구성이 업그레이드된 기술과 합쳐서 화려한 볼거리는 물론 재미도 선사하기 때문에 국내 관객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5년 ‘옥보단’의 홍보 및 마케팅을 담당하기도 했던 이 관계자는 “당시 ‘옥보단’의 성공 이후 한국에서도 토속적 소재의 성인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인기를 끄는 등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며 “이 영화가 침체된 한국 성인영화 시장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찐한 3D 성인영화 흥행 ‘후끈’?

여성이 주체가 돼 자신의 성적 쾌락을 질문하다는 취지로 기획된 핑크영화제.

하지만 이 영화가 아무리 3D 기술로 무장했다고 해도 전작 같은 인기를 끌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초고속 인터넷이 깔린 2000년 이후 에로영화를 다운로드받아 보는 게 일반화하면서 관객이 돈을 내고 극장에서 성인영화를 보는 문화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 또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이 가득한 일본 성인비디오와 포르노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성인영화 콘텐츠의 주요 유통 경로였던 비디오 대여점 시장이 사실상 몰락했다. 이런 상황은 국내 성인영화 시장은 물론, 해외 성인영화 수입 시장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국내 성인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국내 성인영화 시장이 10년 전에 비해 10분의 1로 줄어들었고, 제작비도 1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제작비가 줄어든 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다양한 볼거리보다 성행위 묘사에만 집중하게 됐다. 하지만 국내 성인영화에 대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규제가 여전히 엄격하기 때문에 국내 영화는 줄거리와 묘사 수위에서 일본 등 외국 성인물보다 떨어진다. 이 탓에 수요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

국내 성인영화 시장 고사 직전

물론 성인영화 시장의 위축이 우리나라에만 한정된 건 아니다. 인하대 연극영화과 조희문 교수(영화평론가)는 “인터넷의 발달과 각종 규제 완화로 성인영화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하락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와중에 3D 기술이 불황을 뚫는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되면서 3D를 활용한 성인영화가 우후죽순 만들어지기도 했다. ‘옥보단3D’ 외에도 미국의 포르노영화 메이저 제작사인 허슬러가 ‘3D 포르노 아바타’를 제작했고, 국내에서도 성행위 장면을 3D로 만든 영화 ‘나탈리’가 개봉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3D 기술만으로 관객을 영화관으로 불러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 실제로 ‘나탈리’는 9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하지만 성인영화 시장의 전망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여성층 구미에 맞는 에로티시즘이 승부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가 점점 데이트 무비(date movie)가 되면서 영화 선택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주도권을 쥐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 야한 영화를 본다는 여성 관객의 ‘죄의식’을 줄여주고, 아름다운 장면과 풍부한 볼거리, 작품성만 있다면 성인영화도 충분히 흥행할 수 있다. 2007년 개봉한 ‘색계’와 2008년 ‘미인도’ ‘쌍화점’이 대표적인 흥행작인데, 이를 이끈 것은 여성 관객이다.

여성이 주체가 돼 자신의 성적 쾌락에 대해 질문한다는 취지로 기획된 ‘핑크영화제’는 올해로 5회째를 맞는다. 이 영화제를 기획한 씨너스 앳나인의 주희 기획·홍보이사 겸 프로그래머는 “여성 관객도 성인영화를 무척 좋아하고, 남성용 포르노그래피에 가까운 ‘하드코어’한 작품을 즐기는 여성 관객도 적지 않아 무척 놀랐다”면서 “다만 성행위만 반복되는 게 아니라 주인공 외모가 뛰어나고 성애 묘사가 다양하면서도 아름다우며 줄거리도 흥미로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가판권 시장에서는 아직도 성인영화가 강세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09년 부가시장 최고 흥행작은 ‘미인도’와 ‘쌍화점’이었고, 2010년에는 ‘하녀’와 ‘방자전’이었다. 최근 전문가 사이에서 호평을 받은 독립영화 ‘살결’도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에서 독립영화로서는 예외적으로 큰 수익을 올렸다. ‘옥보단3D’ 관계자 역시 “혹여 극장에서는 흥행이 안 되더라도 부가판권 시장에서는 크게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귀띔했다.

포스터로 본 성인영화 한국史

‘자유부인’부터 ‘해피엔드’까지 시대사 반영


찐한 3D 성인영화 흥행 ‘후끈’?

45년간 모아온 영화 포스터 중 성인영화만 추려 전시한 인하대 연극영화과 조희문 교수.

어두운 극장에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살 떨리는 흥분으로 온몸을 감싸게 만들던 ‘19금’ 성인영화. 195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선 성인영화의 포스터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려 화제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 더포에서 4월 30일까지 열린 ‘오늘은 바람피기 좋은 날 - 광고로 보는 한국성인영화전’이 그것. 인하대 연극영화과 조희문(54) 교수가 45년간 모아온 영화 포스터 중 성인영화 것만 추려 전시했다.

조 교수는 “에로영화, 삼류영화라 부르던 성인영화 속에는 지난 60년간 우리 사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화 하나하나는 성애 중심의 성인영화일지 모르지만 이를 시대별, 소재별로 분류하면 시대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음은 조 교수의 설명에 따라 분류, 정리한 내용이다.

1950년대 : ‘자유부인’의 위험한 도전

‘자유부인’(1956)은 6·25전쟁 이후 ‘양풍’에 흔들리는 성윤리를 정면으로 다뤄 화제를 모았다. ‘춤바람’난 교수 부인이 서양식 바에 드나들며 외간남자를 만나는 설정은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 영화로 여러 금기가 깨지고 이후 영화도 확 야해졌다.

1960년대 : 심한 규제와 검열 속 향토 성인영화의 발현

반공 이데올로기와 국가주의적 가치관에 따라 심한 규제, 검열이 계속되면서 성인영화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성은 시대를 불문하고 모든 이의 관심사. 이때 성인영화는 과거와 향토로 방향을 틀었다. ‘물레방아’가 대표적. 현대인의 일탈은 금기시되지만, 옛날 사람들이 시골에서 벌이는 성행위는 지금 당장 우리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 이후 ‘산딸기’ ‘뽕’ ‘변강쇠’ 등 1990년대까지 이어지는 향토 성인영화는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통용되는 얘기다. 20세기 초 미국 사회의 검열과 통제가 심해지자 ‘에로영화’인 ‘타잔’이 탄생했다. 정글과 밀림에서 살아가는 ‘몸짱’ 타잔과 제인은 아무리 벗고 다니고, 적나라한 성행위를 펼쳐도 ‘원시인’이기에 가능하다.

1970년대 : ‘영자’와 ‘꽃순이’의 합창

‘잘살아보세’를 외치던 1970년대. 잘살기 위해 상경했지만 돈도, 빽도, 기술도 없이 ‘몸뚱이’ 하나만 있었던 ‘영자’와 ‘꽃순이’는 사창가에서 혹은 룸싸롱에서 몸을 팔아야 했다. 이때 성인영화는 산업화시대의 어두운 면인 사창가 여성이나 룸살롱 아가씨를 주로 다뤘다. ‘별들의 고향’ ‘영자의 전성시대’ ‘아침에 퇴근하는 여자’ ‘나는 77번 아가씨’가 대표적. 영화 제목은 ‘영자의 전성시대’지만 실상 내용은 ‘영자의 몰락’이라는 아이러니가 무척 서글프다.

1980년대 : ‘애마부인’의 뜨거운 자유선언

3S로 활짝 문을 연 1980년대는 풍요로움과 호사의 시대였다. “내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애마부인’의 자유선언은 금기와 제약에서 벗어나 정치적 자유를 갈구하던 시대 상황과 겹친다. 1970년대 ‘영자’와 ‘꽃순이’가 일방적으로 억압받고 통제받는 성적 존재였다면, 1980년대 ‘애마부인’은 스스로 성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결정했다. ‘애마부인’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성인영화 ‘에마뉘엘 부인’의 패러디.

어찌 됐든 ‘애마부인’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며 13편까지 만들어졌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초기 애마부인의 ‘마’가 말 마(馬)가 아닌 삼 마(麻)라는 것. 당시 ‘말’이라는 표현이 너무 선정적이어서 ‘삼’으로 바꿨다는데, 지금 ‘삼’은 마약의 일종인 대마초를 뜻한다. 즉, 야해서 바꾼 애마부인이 곧 더 야할 수 있는 ‘대마초 부인’이 됐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가정용 비디오가 보급되고 300석 미만의 소규모 성인극장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90년대 초까지는 그야말로 성인영화 전성시대였다. 특히 비디오 또는 성인극장 시장만 대상으로 한,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성인영화도 많이 만들어졌다.

1990년대 이후 : 가정의 해체? 불편한 사랑!

1990년대는 영화를 비롯해 한국 대중문화가 꽃피던 시기다. 또 사회적 금기와 제한도 많이 사라졌다. ‘로드무비’‘죽어도 좋아’처럼 동성애나 노년의 성을 다룬 작품이 등장했다. 또 ‘결혼은 미친 짓이다’ ‘바람 피기 좋은 날’ ‘해피엔드’ 등 결혼이나 부부, 가족 해체를 다룬 작품도 많이 만들어졌다.

반면 성애를 중심으로 한 성인영화는 조금씩 설 자리를 잃기 시작했다. 비디오용 에로영화는 주로 유명한 영화나 드라마, 광고 등을 패러디한 제목으로 고객의 눈길을 끌었다. ‘터보네이터’(‘터미네이터’), ‘용의 국물’(‘용의 눈물’), ‘공동섹스구역 JSA’ 또는 ‘공동경비구멍’(‘공동경비구역 JSA’), ‘밤꽃 선녀님’(‘왕꽃 선녀님’) 이 대표적. 하지만 이마저도 2000년대 이후 인터넷 발달로 다운로드가 일반화하면서 사양길을 걸었다.




주간동아 785호 (p54~56)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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