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3

2003.10.02

헉! ‘토네이도’ 관광 인기 돌풍

기상재난 체험 관련 회사 미국서 10여개사 성업 … 위험 속 ‘스릴과 흥분’ 새 비즈니스로 각광

  • 박흥록/ ㈜케이웨더 날씨 컨설턴트 bigfoot@kweather.co.kr

    입력2003-09-25 13: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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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토네이도’ 관광 인기 돌풍

    영화 트위스터의 한 장면.

    제14호 태풍 ‘매미’와 허리케인 ‘이사벨’ 등 갑작스런 기상재해가 신문 및 방송에서 눈길을 끄는 뉴스로 부각됐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면서 꼭 챙기는 정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일기예보. 요즘처럼 날씨 변화가 잦을 때면 사람들은 일기예보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이에 첨단매체 역시 날씨정보 전쟁에 가세했다. 휴대전화를 통해 기상특보나 날씨정보를 SMS(문자전송 서비스)로 보내주는 서비스가 생겨 알람시계 대용 또는 모닝콜로 이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최첨단 일기예보 서비스가 있어도 재난을 피해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컨대 여름철 집중폭우, 장마 및 태풍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또한 날씨 변화에 따라 에어컨 판매량, 의류의 소비 패턴, 채소류의 생산량, 음식물의 유통기한 등이 결정되기 때문에 날씨정보는 모든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기상예보는 현재의 기상 상황을 파악하여 미래의 날씨 변화를 예측하는 것으로, 현대 과학 수준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100% 정확한 예측은 우리나라는 물론 선진국 기상학자들의 영원한 고민거리다. 특히 복잡한 산악 지형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는 기상 예측이 더욱 어렵다. 하지만 기상정보를 이해하고 신뢰하며 그 가치를 잘 활용한다면 획기적으로 재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몇 달 전 예약 수천 달러 비용 요구

    약간의 발상의 전환으로 기상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재난 대비 서비스’ 및 ‘토네이도 체험 관광상품’이 바로 그것이다. 그중 위험을 즐기는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어보고 토네이도나 번개 등을 직접 볼 수 있게 하는 관광상품 판매사업이 미국에서 번창 일로에 있다. 관광객들을 토네이도나 번개가 발생하는 장소에까지 데리고 가서 스릴을 만끽하게 해주는 사업이다.



    마을 전체를 초토화하는 살인적인 토네이도에 맞닥뜨리면 혼비백산해서 도망가는 게 인지상정. 하지만 세상은 요지경이어서 이 같은 스릴을 즐기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현재 이런 관광사업을 벌여 엄청난 수익을 챙기고 있는 회사가 미국에서만 10여개 가까이 성업 중이다. 그중에서 클라우드 나인 여행사(Cloud 9 Tours)와 실버 라이닝 여행사(Silver Lining Tours) 등이 대표적인 재난 관광회사. 이들 업체는 사업을 시작한 지 6년 가까이 됐고 상당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회사들의 주력 관광상품은 초고속 강풍이나 태풍, 야구공만한 우박, 토네이도 등 실로 위험천만한 기상현상이다.

    이런 독특한 관광상품을 구입하려면 비용도 만만찮게 들여야 한다. 토네이도나 번개 등의 고위험 관광상품들은 며칠 단위로 관광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보통 수천 달러를 요구한다. 그래도 이 관광을 즐기려는 사람이 많아 놀랄 만한 기상이변이 흔치 않은 것을 아쉬워할 정도다. 따라서 예약을 하고 적절한 기회가 있을 때까지 보통 몇 달씩 기다려야 한다. 초기에는 스릴을 느끼기를 병적으로 좋아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애용하는 관광상품이었으나 이제는 상당히 보편화된 문화로 정착했다. 심지어 영국 등 외국에서도 토네이도 관광을 위해 일부러 미국을 찾기도 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토네이도 체험 관광상품은 토네이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4월과 6월 사이에 가장 많이 팔린다. 관광은 이 시기에 먼저 토네이도를 경험한 후 폭풍우 지역을 쫓는 순서로 진행된다. 관광객들이 타고 있는 차량에는 기상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특수한 기상관측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으며, 인솔자는 이 기상장비를 통해 언제 어디서 토네이도나 폭풍우가 발생할지를 예측해 관광객을 안내한다. 인솔자들은 대부분 대학에서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 전문가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들로서도 토네이도의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들은 마이애미에 있는 국립허리케인센터가 발표한 토네이도의 이동경로를 실시간으로 참조한다.

    토네이도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 보니 토네이도를 한 번 구경하려면 관광객들은 보통 하루에 수백km 이상을 차를 타고 돌아다녀야 한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바로 눈앞에서 이는 토네이도와 태풍의 위용및 그로 인한 긴박감을 온몸으로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이 관광상품의 최종 목적지는 주로 오클라호마시에 집중돼 있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토네이도의 대부분이 사실상 이 지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클라호마시는 ‘토네이도 계곡의 심장부’라 불릴 정도로 토네이도가 악명을 떨치는 곳이다. 사실 이 관광상품은 토네이도를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온도 습도 풍속 풍향 기압 강수량 등 수많은 측정 데이터를 분석·종합해 토네이도나 폭풍우가 발생할 장소에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관광객들은 느긋하게 토네이도가 몰려오는 것을 직접 눈으로 관찰한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이 순간 가장 큰 흥분과 스릴을 느낀다고 한다. 한참 스릴을 즐긴 다음에는 인정사정없는 토네이도가 덮치기 전에 그 자리를 신속히 떠나야 한다. 이러한 재난 관광상품은 남들의 고통을 즐긴다는 비판에 직면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연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토네이도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미국 토네이도 체험 관광산업은 어느 사업보다도 전망이 밝다고 볼 수 있다.

    지난주 허리케인 ‘이사벨’이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미국 동부지역을 강타, 최소 32명이 사망하고 수십 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600만 가구가 정전으로 고통을 겪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들 재난 관광상품의 인기는 꾸준히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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