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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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5호’ 입찰 잡음 모락모락

탈락한 佛 아스트리움사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사양 낮췄다” 주장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입력2003-03-06 13: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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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궁화 5호’ 입찰 잡음 모락모락

    입찰에서 탈락한 아스트리움사는 한국정부가 현재의 기술 사양을 채택할 경우 적의 감청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 최초의 군사 및 상업용 위성통신 사업인 무궁화 5호 사업이 시작도 하기 전에 안팎에서 잡음을 빚고 있다. 지난해 12월 무궁화 5호 사업 최종 입찰 과정에서 탈락한 프랑스의 아스트리움사가 국방부의 입찰 과정이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아스트리움사는 지난 1월 장 미셀 오베르탱 통신위성 부문 대표이사 명의로 이준 전 국방부 장관 앞으로 서한을 보내 무궁화 5호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스트리움사는 이 서한에서 지난해 11월8일로 예정돼 있던 무궁화 5호 사업 입찰제안서 제출을 목전에 둔 10월 초 한국 국방부가 갑자기 위성체의 기술 사양을 낮추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입찰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당초 제시했던 무궁화 5호 위성체의 도약률(hopping rate)을 애초 탐색개발 단계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춘 바 있다. 도약률은 위성통신을 통해 전달되는 전파 내에서 움직이는 파장의 횟수를 말하는 것으로 위성통신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근접 전파방해 방어시스템의 기능을 결정짓는 요인이다. 통상 도약률이 낮아지면 일반적으로 감청 방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 “변경 사실 미리 통보 … 문제 안 된다”

    아스트리움에 따르면 국방부가 무궁화 5호 위성체의 도약률을 탐색개발 단계로 유지해오다 3분의 1 수준으로 갑자기 떨어뜨리면서 애초의 도약률에 맞춰 입찰을 준비해오던 아스트리움이 탈락하고 국방부가 수정 제시한 수준의 도약률로 사업 입찰을 준비해오던 프랑스의 알카텔로 낙찰되었다는 것이다. 무궁화 5호 위성체 입찰에서 프랑스의 알카텔이 낙찰받은 시점은 지난해 12월17일. 이보다 한 달쯤 앞선 11월8일 프랑스의 아스트리움과 알카텔, 그리고 미국의 록히드마틴 3개사가 입찰제안서를 냈으며 아스트리움측은 입찰제안서 제출 한 달 전에 갑자기 국방부로부터 기술 사양 변경을 통보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측의 설명은 전혀 다르다. 국방부 관계자는 “입찰제안서를 제출하기 6개월 전인 지난해 5월 아스트리움측에도 무궁화 5호 위성체의 도약률을 낮춘 기술 사양 변경사항을 이미 통보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스트리움측은 이런 국방부의 통보 사실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기술 사양 변경을 통보받지 못했다는 아스트리움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방부가 입찰 과정에서 특정업체를 위해 기술 사양을 변경해놓고 경쟁업체에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방부측은 “위성통신 사업의 기술 사양은 보안사항이기 때문에 구두로만 통보했다”고 밝히고 있을 뿐 ‘통보받지 못했다’는 아스트리움측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구체적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방부는 입찰 참여사에 대한 설명회 당시 작성했던 내부 자료 등을 제시하며 아스트리움이 기술 사양 변경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11월보다 6개월 앞서 이미 이런 사실을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낙찰 여부의 관건이 될 수도 있는 기술 사양을 구두로 통보했다고 하더라도 ‘설명을 충분히 듣고 이해했다’는 정도의 확인서를 받아두는 것이 입찰 사업의 기본적 관행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방부의 설명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 남아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입찰에 탈락한 아스트리움측이 ‘건수를 잡은 것처럼’ 이 부분을 물고늘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궁화 5호’ 입찰 잡음 모락모락

    아스트리움사가 국방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

    2월21일 한국을 방문해 국방부 관계자와 만난 아스트리움측 관계자는 “국방부가 프랑스의 아스트리움을 방문해 기술 사양 변경을 통보했다고 주장하는 지난해 6월 나는 해외출장중이었는데도 당시 프랑스를 방문했던 한국의 국방부 관계자가 ‘날 만난 적이 있다’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측은 아스트리움측이 국방부 장관에게 서한을 발송하고 국회 국방위 일부 위원들에게 무궁화 5호 입찰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료를 돌리는 등 정면대응에 나서고 있는 데 대해 그 배경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아스트리움의 최근 대응에 대해 “입찰에 떨어진 아스트리움의 한국 에이전트들이 에이전트 수당을 받아내기 위해 벌이는 책임회피성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감청 방지기능을 결정짓는 요인에는 도약률뿐만 아니라 주파수 대역폭(밴드)이나 수동식이냐 능동식이냐 하는 도약방식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도 아스트리움측이 유독 도약률만 문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위성의 주파수 대역폭이 좁을수록 감청이 취약하기 때문에 국방부 입장에서는 이 분야의 기술 사양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며 아스트리움측이 주장하는 도약률은 부수적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도약률로는 감청 위험에 노출”

    한편 아스트리움측은 국방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뿐만 아니라 한국정부가 알카텔측의 현재 도약률을 적용해 무궁화 5호 사업을 강행할 경우 유사시 적의 감청 위험에 노출됨으로써 국가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해 또 다른 논란을 빚고 있다. 아스트리움측의 한 관계자는 “무궁화 5호 위성체가 현재 수준의 도약률로 설계되어 발사될 경우 유사시에 대전 이북의 군 통신 확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아스트리움측은 따라서 최저가 낙찰 방식이 민간 상업용 통신위성 구매에서는 탁월한 방법이지만 군사위성 입찰에서는 매우 위험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아스트리움측의 주장은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이야기”라며 현재의 기술 사양으로도 보안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지난해 입찰제안서 제출 직전 서지 추룩 알카텔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을 두루 접촉한 사실을 두고 당시 알카텔의 협조 요청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했던 서지 추룩 알카텔 회장은 이상철 정보통신부 장관과 면담해 무궁화 5호 사업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KT 등을 상대로도 광범위한 협조 요청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궁화 5호 사업 위성체 사업을 낙찰받은 프랑스 알카텔의 한국지사인 한국알카텔측은 “이미 결정난 사업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언급 자체를 회피했다.

    무궁화 5호 사업은 무궁화 3호에 이은 네 번째 무궁화 위성으로 앞으로 무궁화 2호를 대신해서 방송통신 및 군사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총사업비만 3000억원이 넘는 규모로 국방부와 KT가 6대 4의 비율로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 올해 위성체 입찰을 마무리하고 내년 발사체 입찰을 거쳐 2006년 3월 발사 예정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위성체 최종 본계약은 3월 말경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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