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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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어선 침몰 사건 빌미 ‘눈엣가시’ 대만 진먼다오 도발

대만 침공 시 첫 점령 대상… 일본 센카쿠열도에 이어 분쟁 지역화 노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4-04-04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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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먼다오(金門島)는 중국 남부 푸젠성 샤먼시에서 동쪽으로 10㎞ 떨어진 대만의 최전방 지역이다. 대만 본섬과 200㎞ 거리에 있는 이 섬은 중국 입장에서 눈엣가시다. 인민해방군을 이끈 마오쩌둥 중국 초대 주석은 대만을 점령하고자 본섬 외곽에 있는 작은 섬들을 차례로 침공했는데, 당시에도 진먼다오가 첫 번째 목표였다.

    20년간 계속된 진먼다오 포격

    2월 24일 대만 진먼다오 해역에서 중국 어선이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일을 계기로 중국 해경선들이 주변 해역을 수시로 순찰하고 있다. [중국 해경 제공]

    2월 24일 대만 진먼다오 해역에서 중국 어선이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일을 계기로 중국 해경선들이 주변 해역을 수시로 순찰하고 있다. [중국 해경 제공]

    중국 인민해방군은 두 차례 공격 시도(1949~1950, 1954~1955)가 실패하자 1958년 10월 23일부터 44일간 포탄 47만 발을 이 섬에 퍼부었다. 진먼다오 면적은 151.7㎢로 울릉도의 2배 정도이고, 당시 5만여 명이 이곳에 살았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포격으로 섬은 쑥대밭이 됐으며, 대만 군인과 민간인 등 618명이 사망하고 2600여 명이 부상했다. 당시 상황을 취재하던 한국 최병우 기자 등 3개국 기자 5명이 숨졌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포격 후 진먼다오를 침공할 계획이었지만 대만군의 격렬한 저항과 미국의 제7함대 파견 및 군수물자 지원 등으로 실패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포격은 1978년 말까지 20년간 간헐적으로 계속됐으며, 1979년 1월 1일 미국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국교를 맺은 뒤에야 비로소 중단됐다.

    진먼다오는 지금도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가장 먼저 점령하는 곳이다. 대만은 이 섬을 사수하고자 병력 3000여 명을 배치했고, 섬 지하에 사령부와 진지들을 구축하기도 했다. 동서 20㎞, 남북 길이 5~10㎞인 섬 전체가 땅속에서 그물망처럼 연결된 상황이다. 폭 1m, 높이 2m 지하통로가 있는 민간 대피소가 12곳이나 되며, 긴급 구호 장비와 비상식량 등도 갖춰놓은 상태다. 각 대피소를 연결한 지하통로만 10㎞에 달한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해 8월 23일 진먼다오 포격전 65주년 행사에 참석해 과거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중국 침공에 맞서 진먼다오를 사수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은 최근 발생한 자국 어선 침몰 사건을 계기로 진먼다오 해역을 일본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처럼 분쟁 지역화하고 있다. 대만 주권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다. 중국 어선 침몰 사건은 춘제 연휴 기간인 2월 14일 발생했다. 진먼다오의 금지·제한 해역에 무단 진입한 중국 어선 한 척이 대만 해경 단속에 불응하고 도주하다 뒤집혀 어민 4명이 물에 빠졌고, 이 중 2명이 숨진 사건이다.

    대만 국방부는 1992년 10월 7일 진먼다오 해역 일부를 금지·제한 지역으로 지정하고 중국 어선의 출입을 금지해왔다. 현재 진먼다오의 금지·제한 해역은 북쪽과 북동쪽은 중국 해안의 중간쯤, 동쪽은 섬에서 최대 4㎞, 남쪽은 8㎞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대만 정부가 지정한 진먼다오의 금지·제한 해역을 암묵적으로 인정해왔다. 하지만 중국 어선들은 이를 무시하고 진먼다오의 금지·제한 해역에서 조업했고, 대만 해경은 중국 어선들을 단속하는 데 골머리를 앓아왔다. 중국 어선들은 포획을 금지한 물고기를 잡거나 쓰레기를 투기하는 등 생태계를 훼손해온 것은 물론, 대만 해경의 통제 요구도 따르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중국 어부은 식칼과 가스통 등으로 대만 해경을 위협하기도 했다.



    대만 해경은 도주하던 중국 어선의 잘못으로 불상사가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정부는 대만 해경의 과잉 추격과 충돌로 어선이 침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국 어선의 불법 행위를 외면한 채 대만 정부의 책임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다. 중국과 대만은 이 사건에 대한 책임 문제를 놓고 15차례 협상했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대만 정부는 숨진 중국 어민들의 유족에게 조의를 표하고 사과했다. 대만 해경의 상급 기관인 해양위원회의 관비링 주임위원은 3월 13일 “사고와 관련된 증거 영상이 없어 신속히 처리할 수 없었으며, 그 과정에서 유족들이 고통을 겪게 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진먼다오를 놓고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고자 대만 정부가 사실상 중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진먼다오 해역서 훈련하는 中

    대만군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상륙 작전을 저지할 목적으로 진먼다오 해변 일대에 장애물을 설치했다. [위키피디아]

    대만군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상륙 작전을 저지할 목적으로 진먼다오 해변 일대에 장애물을 설치했다. [위키피디아]

    중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빌미로 진먼다오의 금지·제한 해역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 해경은 3월 15일 어민들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익과 생명·재산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 진먼다오 해역에서 법 집행과 순찰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먼다오를 대만 영토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천빈화 대변인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대륙(중국) 해경이 진먼다오 부근 해역에서 법을 집행하고 순찰하는 것은 해역의 작업 질서를 지키는 정당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해경선을 동원해 진먼다오 해역에서 대만 민간 선박들을 대상으로 정선·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2000t급 대형 해경선들이 진먼다오 해역으로 이동 배치된 상황이다. 중국 대형 해경선들은 기관포 등 중화기를 장착하고 있으며, 헬기 이착륙도 가능하다. 대만 해경에 따르면 중국 해경선들은 3월 15일 이후 진먼다오의 금지·제한 해역에 계속 진입하고 있다. 말 그대로 자기 집 안마당처럼 드나들고 있는 것이다.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최근 호위함 부대를 편성해 공군·해경과 함께 진먼다오 해역에서 주야간 실전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중국의 이런 행태는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카쿠열도에 해경선을 지속적으로 진입시키는 것과 판박이다. 제중 대만 국가정책연구기금회 연구원은 “중국 해경선이 진먼다오의 금지·제한 해역에 진입한 것은 그동안 중국이 센카쿠열도 인근 해역에서 해온 행위와 같다”고 분석했다. 제 연구원은 “중국은 대만의 금지·제한 해역을 허물고 공동 관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 “중국은 결국 배타적 관할과 법 집행이라는 최종 목표를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자국 해경선을 진먼다오의 금지·제한 해역에 진입시킨 후 자국 법을 집행했다는 것을 명분 삼아 주권을 주장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것이다.

    센카쿠열도는 일본 오키나와섬과 대만 사이에 있는 무인도 5개와 암초 3개로 구성된 군도다.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데, 중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센카쿠열도 인근 해역에 해경선들을 보내 일본과 마찰을 빚어왔다. 이를 두고 영유권 분쟁 지역화를 위한 중국의 의도적 도발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중국 해경선들이 지난해 352일이나 센카쿠열도 접속 수역에 들어오는 도발을 자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의 쑤쯔윈 연구원은 “중국 해경은 무장경찰 소속으로 인민해방군과 함께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지휘를 받는다”면서 “중국공산당은 진먼다오의 금지·제한 해역을 무너뜨리는 등 대만 주권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먼다오 미군 주둔설 부상

    대만 정부는 중국 측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입장과 함께 진먼다오에 대한 주권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만 정부는 중국 해경선의 진먼다오 금지·제한 해역 진입에 맞서 법 집행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다가 대만군은 4월 8일부터 24일까지 진먼다오 일대 해역에서 실탄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이번 훈련은 중국 해경선들의 진먼다오 해역 순찰 활동에 대응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미국과 대만 간 군사 교류 사실을 인정하며 진먼다오에 미군 주둔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추 부장은 “미군 특수부대가 최근 진먼다오에서 대만군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는 추 부장의 발언을 부인했다. 존 아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도 “진먼다오에 주둔 중인 미군 특수부대원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군이 진먼다오에 주둔한다면 미군의 개입을 유발하는 인계철선(引繼鐵線·trip wire)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가장 먼저 진먼다오를 공격할 것이 분명해 미군이 희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5월 20일 취임하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은 진먼다오 사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진먼다오에서 군복무를 했던 라이 당선인은 양안관계에서 현상 유지를 깨뜨리려는 중국의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자칫 진먼다오 해역에서 양안 해경선의 우발적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진먼다오 인근 해역에서 벌어지는 양안의 힘겨루기는 라이 당선인에게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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