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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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브랜드가 게임에 진심인 이유

[조진혁의 Car Talk] 미래 잠재 고객 1020세대 확보 전략… 전기차 제조업체와 게임회사 간 협업 활발

  • 조진혁 자유기고가

    입력2023-09-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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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 미니는 최근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Gamescom) 2023’에서 새로운 컨트롤 디스플레이 ‘MINI 인터랙션 유닛’을 공개했다. [미니 제공]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 미니는 최근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Gamescom) 2023’에서 새로운 컨트롤 디스플레이 ‘MINI 인터랙션 유닛’을 공개했다. [미니 제공]

    비디오 게임과 자동차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자동차가 비디오 게임에 등장한 것은 1974년 타이토(Taito)가 출시한 아케이드 게임 ‘스피드 레이스’에서부터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모양의 캐릭터를 스티어링휠로 조작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어디를 봐서 자동차냐 하겠지만, 50년 전에는 혁신적인 방식이었으리라 추측된다.

    레이싱 게임은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장르로 꾸준히 진화해왔다. 1990년대에는 실제 자동차 제조사의 차량이 게임에 등장했고, 좀 더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생동감을 주는 ‘그란 투리스모’ ‘니드 포 스피드’가 큰 인기를 끌었다. 레이싱 게임의 매력은 현실에서 몰 수 없는 희귀한 차량이나 슈퍼카를 게임에서 운전할 수 있다는 점일 테다. 차량은 점점 더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실제 주행하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2020년대 이르러서는 자동차와 게임 사이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레이싱 게임에만 영향력을 끼치던 자동차 제조사들이 다른 게임 영역에도 등장한 것이다. 자동차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게임에 말이다.


    가상 세계에서 발견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리그 오브 레전드(LOL)’는 지난 10년간 제일 인기 있는 게임 중 하나다.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e스포츠 종목이기도 하다. 게이머들만 LOL 경기를 시청한 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자동차 제조사들도 LOL을 주목했고, 이제는 LOL 게임 내에서 자동차 제조사 엠블럼이 펄럭이는 게 익숙하다. LOL 주이용자가 1020세대인 점을 고려하면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가 광고 타깃을 잘못 설정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제조사는 좀 더 멀리 보고 잠재적 고객인 미래 세대를 포섭하고 있는 듯하다. e스포츠 흥행이 전 세계적으로 계속되면서 1020세대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려는 활동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축구·야구·농구 같은 프로 스포츠 광고가 전 세대를 대상으로 한다면, e스포츠 광고 타깃은 젊은 세대에 한정된다. 이미 많은 영역에서 광고를 하고 있지만 e스포츠에도 한 숟가락 더 얹겠다는 의미다. 게다가 평균 시청자 수가 100만 명이 넘는 ‘롤드컵’(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컵)에서 기업이 마케팅 활동을 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광고하는 브랜드가 ‘프리미엄’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 자동차는 가치가 높은 재화 아닌가. 그동안 게임에서 다룬 팝업 광고들이 값싼 재화였던 것에 비춰보면 놀랄 수도 있다. 하지만 명품 패션 브랜드 역시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고, 게임 내에서 캐릭터 의상을 판매하는 등 게임과 연계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자동차라고 해서 게임에 광고를 하지 못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아우디·혼다·기아… e스포츠 후원

    유럽부터 살펴보면 아우디는 2017년부터 덴마크 e스포츠팀을 후원해오고 있다. ‘카운터-스트라이크’ ‘LOL’ ‘FIFA’ 등 여러 게임의 주요 e스포츠 프로팀과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2020년에는 LOL 벨기에 리그 스폰서도 맡았다. 혼다는 LOL 북미 지역 공식 자동차 파트너로 선정됐으며, 최초로 LOL 게임 내 배너 스폰서를 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자동차 브랜드 최초로 트위치에서 새로운 차량을 공개해 e스포츠 팬들을 공략했다. 2022년형 혼다 시빅은 혼다의 공식 게임 채널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기아 또한 e스포츠에 진심이다. 2019년부터 LOL 유럽 챔피언십(LEC) 메인 스폰서이자, 롤드컵을 제패했던 LOL 한국 챔피언십(LCK) 팀 ‘디플러스’(옛 담원)의 네이밍 스폰서다. 이와 더불어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e스포츠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e스포츠 강국인 한국에서도 자동차 제조사들의 활발한 마케팅이 목격된다. 포르쉐코리아는 2024년 3월까지 LCK 팀 DRX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DRX 선수단은 포르쉐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하고 있으며, 소셜미디어와 오프라인에서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LOL 개발사 라이엇게임즈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글로벌 이벤트에서 선수들에게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5월에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e스포츠 전문 기업 T1과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처음으로 구단을 공식 후원했다. T1은 메르세데스벤츠 로고가 부착된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전했으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다양한 이벤트 및 활동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T1의 간판이자 LOL의 전설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에게는 ‘더 뉴 메르세데스-AMG EQE 53 4MATIC+’가 지원됐다. 페이커는 8월 24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올-일렉트릭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후원에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8월 24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올-일렉트릭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페이커’ 이상혁 선수(왼쪽).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8월 24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올-일렉트릭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페이커’ 이상혁 선수(왼쪽).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BMW는 오랜 기간 e스포츠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e스포츠 구단 및 게임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전 세계 게임시장에서 조용히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인기 있는 특정 게임만 후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게임에 관심을 표하는 것이 특징이다. BMW의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 미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인 ‘게임스컴(Gamescom) 2023’의 공식 모빌리티 파트너이자 상품 전시관의 주 후원사를 맡았다. 전시회에서는 첨단기술 실험실을 본뜬 ‘MINI 연구소’를 주제로 전시관을 운영했는데, 부스 중앙에 인큐베이터 탱크를 설치해 공상과학 영화나 게임,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전달했다. 또한 미니가 새로운 컨트롤 디스플레이 ‘MINI 인터랙션 유닛’을 게임 박람회에서 처음 공개한 것도 의미가 있다. 자동차업계 최초 최첨단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원형 디스플레이로,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디스플레이 배경화면으로 설정하는 기능 등을 지원한다. 좀 더 나아가면 클라우드 게임처럼 디스플레이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전기차 충전은 게임과 함께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기술은 나날이 ‘혁신’적으로 등장하는데, 최신 기술은 게임이다. 자동차에서 운전 말고도 할 수 있는 경험들이 있다. 특히 전기차는 충전시간이 길어 차에 앉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전기차 제조업체들에는 이 기다림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미션’이 주어졌다.

    엔비디아는 자동차 제조사와 협력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직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현대차, 폴스타, BYD 등을 언급하며 차에 앉아 풀사양 PC게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미 BMW는 클라우드 게이밍 브랜드 ‘에어콘솔’과 파트너십을 맺고 신형 5 시리즈에 에어콘솔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테슬라 역시 게임 플랫폼 ‘스팀’을 서비스하겠다고 공언했다.

    BMW는 클라우드 게이밍 브랜드 ‘에어콘솔’과 파트너십을 맺고 신형 5 시리즈에 에어콘솔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BMW코리아 제공]

    BMW는 클라우드 게이밍 브랜드 ‘에어콘솔’과 파트너십을 맺고 신형 5 시리즈에 에어콘솔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BMW코리아 제공]

    운전석에 앉아 휴대전화만 보며 대기하던 시절도 조만간 추억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게이밍과 엔터테인먼트가 적극적으로 서비스된다면 차량 내 스크린도 더 늘어날 것이다. 물론 뒷좌석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다만 모든 차량에서 가능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클라우드로 고해상도 PC게임을 구동할 정도의 사양을 갖춰야 가능할 테니까 말이다. 당장 대형 OLED 디스플레이를 설치하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어느 차량이 게임이 더 잘 돌아가느냐, 어떤 모델이 게이밍 환경을 잘 구축했느냐가 차량 구매 기준이 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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