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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쌩쌩, 내년이 더 걱정인 반도체업계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계획된 투자 꾸준히 할것”… 저점 매수 의견도

  •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찬바람 쌩쌩, 내년이 더 걱정인 반도체업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동아DB]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동아DB]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어 반도체는 재고를 활용한 공급을 우선시할 예정이다.”(7월 28일 삼성전자 콘퍼런스 콜에서)

“하반기 반도체 시장 수요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 결론적으론 재고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7월 27일 SK하이닉스 콘퍼런스 콜에서)

국내 반도체 1, 2위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나란히 ‘재고’ 문제를 거론했다. 올해 초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반도체 수요가 감소해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출 효자’ 노릇을 하던 두 기업의 재고 보유량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반도체는 불황기와 호황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인 만큼 하락세에 접어든 최근 흐름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9월 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국내 반도체 산업 경기에 대한 전문가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문가 76.7%는 현재 국내 반도체 산업이 처한 상황을 ‘위기 국면’이라고 판단했다(그래프1 참조). 현 상황을 위기라고 말한 전문가의 24.1%는 ‘내년까지’, 58.6%는 ‘내후년 이후까지’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수출 버팀목인 반도체의 하락 사이클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반도체 위기는 수요 감소에 기인한다. 금리인상 등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서 스마트폰, PC, TV 등 정보통신(IT) 기기 시장이 위축됐고, 각 완제품 제조사는 반도체 구매량을 줄였다. 그 결과 7월 반도체 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증가했다(그래프2 참조). 8월 반도체 수출액은 26개월 만에 7.8% 역성장했다(그래프3 참조).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 내 재고 규모는 각각 52조 원, 12조 원으로 양사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반도체 위기는 국내 기업에 유독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로 구분되는데, 이 중 수요 대비 공급 과잉이 심각한 메모리 반도체가 국내 기업의 주력 상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분기 기준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74%였다. SK하이닉스는 이 비중이 97%에 달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내년 메모리 반도체 성장률이 0%대(0.6%)에 그칠 것이라 전망했다.

‘메모리 반도체’ 편중 국내 기업 위기감 고조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상황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전분기 대비 각각 13~18%, 30~35%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10월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린 D램 가격은 올해 7월부터 2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D램 가격이 3달러를 밑도는 건 2020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이로 인해 7월 기준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52억7000만 달러(약 7조3400억 원)로 쪼그라들었다. 3분기 이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현 수준보다 하락하면 수출액 규모는 이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

반도체업계는 반도체 하락 사이클이 최소 내년까지 지속 될 것으로 예상한다. 남대종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요 절벽이 예상보다 깊은 탓에 반도체 업계 상황은 내년 1분기까지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기업들이 당장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더라도 업황이 개선되기까지는 시차가 발생한다”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내년은 돼야 공급과잉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위기가 2024년 이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수요, 가격 같은 단기 요인 이외에 경쟁국 추격 등 산업 경쟁력을 저하하는 장기 요인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중국은 ‘반도체 굴기’ 성과를 가시화했다. 지난달 애플은 자사의 신형 스마트폰 모델에 들어갈 낸드플래시의 신규 공급처로 중국 기업 YMTC를 낙점했다. YMTC는 2018년에야 처음으로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지만, 현재 국내 기업과 기술 격차는 1~2년에 불과하다. 또 미국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3분기 삼성전자가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액 1위 자리를 대만 TSMC에 내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지금까진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최근 중국 등 경쟁국의 기술 추격이 빨라지고 있는 데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비중을 높이고자 앞다퉈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런 요인들이 최근 반도체 위기를 내후년 이후까지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계획된 투자로 경쟁력 확보해나갈 것”

반도체 산업의 어두운 전망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올 초 대비 40%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1월 1일 삼성전자는 장중 주당 최고 가격인 9만6800원을 찍었다. 같은 날 SK하이닉스도 15만500원으로 최고 가격을 경신했다. 그러나 두 기업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9월 13일 종가 기준 각각 5만8100원, 9만4800원으로 내려앉았다. 특히 삼성전자는 6월 말까지만 해도 목표주가가 8만5000원에 달했지만, 최근 증권사 대부분이 이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해 거시경제 지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반도체 산업의 경기 하강이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세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이 이익을 볼 수 있지만, 지금은 반도체 같은 주력 수출품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이 경우 성장률이 전망치에 미치지 못해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전망이 좋지 않음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9월 7일 자사 반도체 생산시설인 경기 평택캠퍼스의 3라인을 처음으로 가동했다. 동시에 내년 6월 완공 예정인 4라인 건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9월 6일 충북 청주에 신규 반도체 생산시설인 ‘M15X’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새 반도체 공장을 짓는 건 2018년 7월 이천 ‘M16’ 이후 4년 2개월 만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추후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때 공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계획된 투자는 꾸준히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지금 투자해야 반도체가 상승 사이클을 탔을 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위기 때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도 늘고 있다. 반도체 상승 사이클이 오면 수익을 내기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株)를 저점 매수하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6월 말 기준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총 592만 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86만여 명 증가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기업의 재고 증가는 반대로 고객(완제품 제조사)의 재고 감소를 의미한다”며 “고객의 재고가 충분히 감소하면 반도체 주문량은 다시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저점 매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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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56호 (p4~6)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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