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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 태두 허영 석좌교수 “‘검수완박’은 위헌이자 입법 쿠데타”

“檢 수사권 인정이 글로벌 스탠더드… 검수완박 되면 ‘경찰공화국’ 우려”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헌법학 태두 허영 석좌교수 “‘검수완박’은 위헌이자 입법 쿠데타”

[사진 제공 · 허영]

[사진 제공 · 허영]

“검사가 수사와 소추를 하고 경찰이 수사 보조를 하는 틀의 형사사법체계는 건국 후 73년간 유지돼왔다. 그런데 정권교체기에 야당과 협의조차 없이 국회 본회의 회기 쪼개기 등 온갖 탈법과 불법 수단을 총동원해 졸속으로 이런 틀을 파괴하는 것은 아무런 명분도 찾을 수 없는 입법 쿠데타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최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이렇게 평가했다. 민주당은 4월 15일 소속 의원 172명 전원 명의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후 검찰에 남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대형참사·방위산업)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해 검찰에는 기소권만 남기는 것이 뼈대다.

허 교수는 한국 헌법학계의 태두다. 경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대에서 헌법학 박사학위를 받은 허 교수는 독일 본대, 바이로이트대와 경희대, 연세대 법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그가 1980년대 저서 ‘헌법이론과 헌법’에서 제시한 ‘동화적(同化的) 통합론’은 대한민국 헌법이론의 정설로 자리 잡았다. 민주당의 법률 개정안을 살펴본 허 교수는 “위헌” “헌법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이번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안에서 사법경찰관에게 압수·수색영장 청구권을 부여한다는 대목이 눈에 뛴다.

“압수·수색영장 청구권 주체를 경찰로 국한한 것은 헌법(제12조 3항과 제16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위헌 조항이다. 형소법 개정안에는 그 밖에도 문제점이 너무도 많은데 그중 위헌성이 큰 두 가지만 들겠다. 개정안 제237조 1항 및 2항에서 검사는 고소·고발을 하지 못하고 경찰만 하도록 정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인 사법 절차적 권리구제의 길을 과잉 제한한 위헌이다. 둘째로 이번 개정안은 국민 인신권(인격권과 신분권)을 심각하게 제한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다. 우선 경찰의 구속 기간을 20일로 2배 늘리는 대신, 검찰의 구속 기간을 10일로 줄였다. 그러면서 경찰이 구속 송치한 피의자는 검찰이 무혐의라고 판단하거나 불구속 사유가 생겨도 구속 기간 중에는 석방하지 못하고 경찰에 석방 요구만 할 수 있게 했다. 경찰에게 석방 여부의 권한을 준 것이다. 인신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형소법 개정안은 여러 실정법 규정과 배치되는 등 입법 체계의 정당성과 정합성에도 어긋난다.”

구체적으로 어느 실정법과 충돌하는가.



“국회증언감정법(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제15조 4항)은 증인·감정인 등이 국회 모욕, 위증 등 죄를 범할 경우 검사에게 고발해 수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제45조 1항과 3항)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제129조) 등도 위법 행위가 있으면 검찰총장에게 고발하도록 했고, 후자의 경우 심지어 검찰총장에게 고발 요청권까지 주고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제173조의3)은 증권선물위원회가 불공정거래 행위 등 범죄 혐의를 검찰총장에게 통보해 수사하도록 했다. 그리고 같은 법 제427조 2항은 ‘조사공무원이 불공정거래 조사를 위한 압수·수색을 하는 경우 검사의 청구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이 있어야 한다’며 압수·수색영장의 청구 주체를 검사로 명시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검찰을 수사와 소추 주체로 설정”

검찰청법 개정안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검수완박 내용은 분명히 헌법 파괴적이다. 우리 헌법은 제89조 16호, 제12조 3항, 제16조 등을 통해 검찰총장을 수장으로 하는 검찰을 수사와 소추의 주체로 설정하고 있다. 경찰은 헌법에 언급도 없는 법률상 치안유지기관에 불과하다. 생활형 범죄 수사는 치안질서 유지와 직결되므로 경찰이 1차적 수사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권력형 부정·부패 범죄 수사는 경찰의 수사 영역이 아니라 전문적인 수사기관인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이 경우 경찰은 검찰의 수사 보조기관일 뿐이다. 수사 대상인 범죄 피의자 입장에서도 법률 전문가인 검사의 수사를 받는 편이 유리하다. 검사는 변호사자격시험을 통과한 동질 집단이므로 전국 어디에서건 거의 균질적인 수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경찰조직은 법률 전문가 조직이 아닌 데다 매우 다원적 조직이라서 수사의 균질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 범죄 피의자의 거주지 등 수사를 받는 장소에 따라 수사 질이 많은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검수완박 입법안은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헌법 제12조 3항과 제16조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 판사가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체포·구속·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제까지 해당 조항은 검찰 수사권의 헌법적 근거로 인식됐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영장 청구권은 당연히 수사권을 전제로 한다”며 “검사로 하여금 수사를 못 하게 하는 법안이 있다면 당연히 위헌”이라고 반발하자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한민국 헌법에는 검찰청 권한에 대해서는 한 줄도 있지 않다”고 맞섰다. 허 교수는 윤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구차한 궤변”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헌법에 ‘검찰청 권한’이라는 항목이 없으면 검사들의 조직인 검찰청은 그냥 허수아비 조직이라는 말인가. 검찰총장의 임명을 국무회의 심의사항으로 하고 검사에게 체포·구속·압수·수색영장 청구권을 부여한 헌법 규정은 검찰청 권한과 무관한 규정인가. 헌법에 국회의장 권한에 관한 자세한 규정이 없으니 법률안 공포권(제53조 6항)만 빼고 다른 권한을 모두 박탈하는 국회법을 만들어도 되나.”

헌법상 검사에게 부여된 영장 청구 권한과 수사권을 등치시켜 볼 수 있나.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수사권이 포함됐느냐 하는 것은 표피적 논쟁이다. 헌법은 통일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또 국민 친화적인 해석을 해야 한다. 자구 해석에 매달려선 안 된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 실현을 위한 가치규범이다. 따라서 모든 헌법 규정은 국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기본이다.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는 수사권이 당연히 전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논리적이고 또 국민 친화적인 해석이다.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려면 영장을 청구할 만한 범죄 사실과 압수·수색 필요성이 있는지를 먼저 자세히 수사해야 하지 않겠나. 수사와 영장 청구는 국민의 인신권과 직결되는 불가분의 사법 절차인 만큼 항상 수사 대상 및 압수·수색의 객체인 국민이 편해지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 수사 주체와 영장 청구 주체가 각각 다른 경우 수사 대상인 국민은 두 번에 걸쳐 수사를 받아야 하는 피해를 입는다. 따라서 영장 청구권에서 수사권을 배제하는 인위적 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수사권·기소권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주장이 있는데 사실인가.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결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다. 대륙법의 대표적 나라인 독일을 비롯한 프랑스 등 거의 대다수 대륙법 국가는 물론, 영미법 국가인 미국과 영국 등도 검찰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검찰 수사권을 인정하는 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다.”

이번 검수완박 관련 법률 개정안에서 읽히는 입법 의도와 숨은 뜻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금 민주당이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나. 퇴임 후 문재인 대통령과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등 많은 범죄 혐의가 있는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등을 지키기 위한 방탄용 졸속 입법 아닌가.”


“검찰 수사권 인정하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

4월 15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왼쪽), 박찬대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각각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동아DB]

4월 15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왼쪽), 박찬대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각각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동아DB]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이미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6대 범죄로 줄어들고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이 부여됐다. 법조계에선 수사권 조정 후 수사가 지연되거나 불송치 결정 통보가 늦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제까지 검찰이 주도하던 특별수사 역량에 큰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다.

검수완박에 따른 형사사법시스템 변화가 일반 시민에게 끼칠 영향은 무엇인가.

“국민에게 지금과는 비교 안 되는 엄청난 불편과 피해가 발생하리라고 생각한다. 권력형 범죄자만 웃고 국민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다. 3개월의 수사 공백 기간에 권력형 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이 뻔하다. 그 후에는 검찰이 맡았던 사건이 모두 경찰로 이관되는데, 지금보다 극심한 사건 처리 지연이 생길 것이다. 현재 경찰은 복잡한 권력형 범죄를 완벽히 수사할 능력을 갖춘 조직이 아니다. 수사 역량 한계를 훨씬 넘는 일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수사의 혼선과 혼란이 불가피하다. 그때 가면 국민은 검수완박 폐단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 측은 이른바 ‘중대범죄수사청’ 등을 신설해 특별수사 역량을 확보하겠다는데.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수사기관이 많아지면 국민만 불편하다. 수사기관은 검찰과 경찰로 충분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쓸모없는 수사기관이라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나. 그런데 또 수사기관을 만들겠다니 그런 옥상옥식 설치로 인한 국가 재정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 몫 아닌가.”

경찰 권력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역사적으로 검찰은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에서 처음 도입됐다. 구체제 경찰 권력의 비대화에 따른 폐단을 고쳐 천부인권을 효율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독일도 19세기 프로이센 경찰국가(POLIZEISTAAT)에 대한 반성적 개선책으로 프랑스 제도를 모방해 현 검찰제도를 도입했다. 검수완박이 이뤄지면 21세기 한국에 프로이센 경찰국가가 탄생하는 셈이다. 사실상 공룡화된 경찰을 통제하고 견제할 방법은 없다. 경찰의 직무 관련 범죄는 공수처가 수사한다고 하지만, 지금 공수처는 그런 의지도, 수사 능력도 없지 않은가. 경찰의 사기나 절도, 성폭력, 음주운전 등 일반 범죄를 통제할 방법조차 전무하다. 수사권 행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대할 수 없다.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 식 수사를 막을 방법도 없다. 그 피해자는 국민이다. 그야말로 경찰공화국이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추진한 이른바 ‘검찰개혁’이 검수완박으로 종지부를 찍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을 끝내 강행하면 야당이 이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여야는 일단 타협에 나선 모양새다. 4월 22일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수완박 법안 관련 중재안을 수용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되 직접 수사권은 한시 유지하고 보완수사 권한은 축소해 존치시키는 것이 뼈대다. 이에 김오수 총장과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를 비롯한 검찰 지휘부는 총사퇴했다. 이런 정국을 바라보는 원로 헌법학자의 시각은 어떨까.

“검찰 감시 민간기구 설치해야”

검수완박에 대해 정치권과 법조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야당은 국회법에 주어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아야 한다. 헌법재판소에 기관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헌법재판소 구성을 보면 공수처법 합헌 결정 때처럼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국민에게 검수완박의 진실과 폐단을 자세히 알리고 국민이 강력한 저항운동을 하도록 촉매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에는 주권자인 국민이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와 다음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검수완박 추진 세력을 강력히 응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총평한다면.

“한마디로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이뤄진 검찰에 대한 정치보복이고, 검찰의 정권 시녀화라고 생각한다. 5년간 ‘적폐청산’ 수단으로 검찰을 철저히 이용해오지 않았나. 그러고나서 정권 말에 검찰 칼끝이 자신들을 향하는 것 같으니 아예 검찰을 토사구팽하는 후안무치한 일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정하고 독립적인 검찰 수사를 위한 진정한 개혁은 무엇일까.

“진정한 검찰개혁은 검찰을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문성과 객관성을 가진 인사들로 구성한 검찰 감시 민간 기구를 설치해 검찰권 남용과 악용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주간동아 1336호 (p4~7)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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