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3

2015.06.22

예쁘고 똑똑해야 산다

스트레스지수 알려주는 목걸이, 충전기 달린 핸드백…애플워치 이후 웨어러블 기기의 진화

  • 김주연 전자신문 기자 pillar@etnews.com

    입력2015-06-22 11:3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예쁘고 똑똑해야 산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3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애플워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 패션에 민감한 20대 여성 A씨는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다. 몇 시간 동안 얼마만큼 양질의 잠을 잤는지 보기 위해서다. 그가 착용 중인 소가죽 끈의 손목시계에서 이 정보를 읽어 들인다.

    #2 한창 다이어트 중인 30대 초반 B씨는 출근 전 원형 모양의 장식이 달린 목걸이를 찼다. 이 목걸이는 B씨가 하루 동안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 잰다.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으면 스마트폰 앱에서 B씨에게 알림 메시지를 보내준다.

    B씨는 나뭇잎 모양의 장식도 하나 챙겼다. 이 메달로 목걸이를 바꿔 끼면 스트레스지수까지 측정할 수 있다.

    패션과 정보기술(IT)의 융합이 가속화하고 있다. 일명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기기의 시대다. 스마트 기기 하면 떠오르던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패션과 결합해 특히 여심을 공략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시계부터 목걸이, 반지까지 각종 웨어러블 액세서리가 연이어 등장하는 추세다.

    가장 최근 웨어러블업계를 흔들어놓은 것은 애플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Apple WATCH)’다. 4월 미국, 중국, 프랑스, 일본 등 9개국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출시 당일 매장 곳곳에서 밤새워 줄을 섰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한국에선 6월 26일부터 온라인 애플스토어와 오프라인 매장인 프리스비에서 판매된다.



    시곗줄 따로, 애플워치의 전략

    예쁘고 똑똑해야 산다

    웨어러블 피트니스 기기인 토리버치 포 핏빗.

    애플워치는 네모난 시계 본체에 플렉시블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넣었다. 가장 저렴한 애플워치 스포츠와 기본형 애플워치, 프리미엄급 애플워치 에디션 등 세 종류다. 애플워치 스포츠는 총 10개 모델, 애플워치는 20개 모델, 애플워치 에디션은 18K 로즈골드와 옐로골드 2개 모델이다.

    알루미늄, 메탈, 우레탄 등 시곗줄 재질이나 색상을 고를 수 있다. 가격은 최소 349달러(약 39만 원)에서 최대 1만5000달러(약 1677만 원) 사이. 시곗줄은 다른 액세서리업체에서 별도로 구매해 바꿔 낄 수도 있다. 헬스케어 앱, 문자메시지 송수신 같은 기능을 쓸 수 있다. 아이폰5 이상 애플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하면 된다.

    애플워치가 이처럼 놀라운 실적을 올리는 건 특히 패션을 입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기존 IT업체가 기능에만 초점을 둔 반면, 애플은 시곗줄을 선택할 수 있게 해 기능은 물론 패션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단번에 잡았다.

    전통적인 시계업체들도 IT를 접목한 스마트워치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프랑스 시계업체 위딩스는 소가죽 시곗줄의 ‘액티비테’를 출시했다. 손목시계처럼 보이지만 만보기, 수면시간 계산 기능 등을 수행하는 웨어러블 기기다.

    헬스케어 기능을 담은 웨어러블 손목밴드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초기 일반 손목 밴드에 발광다이오드(LED)를 넣은 단순한 모습에서 탈피해 다양한 형태를 채택하는 모양새다.

    주얼리업체 스와로브스키와 웨어러블 업체 미스핏은 최근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이 들어간 피트니스 손목밴드 ‘스와로브스키 샤인’을 내놨다. 가격은 69~100달러로 걸음 수, 칼로리 소비량 및 수면 질 등을 측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능도 좋지만 패션에 방점을 찍은 웨어러블 기기가 여럿 등장하고 있다”며 “IT업계도 ‘기계’라는 관점에서 탈피, 디자인을 다양화해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고 전했다.

    패션시장의 소비 주도권을 쥔 여성들을 겨냥해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는 업체들도 있다. IT업체들이 출시한 제품처럼 여러 기능을 갖춘 건 아니지만 역시 패션은 ‘감성’이라는 게 이들 업계의 주장이다. IT업체가 내놓은 웨어러블 기기 못지않은 성능을 자랑하기도 한다.

    팔찌와 반지에 스마트 기능 추가

    예쁘고 똑똑해야 산다

    웨어러블 기기인 액티비테(왼쪽)와 스와로브스키 샤인.

    의류업체 토리버치와 웨어러블 밴드업체 핏빗은 웨어러블 피트니스 기기 ‘토리버치 포 핏빗’을 론칭했다. 핏빗의 본체 ‘트래커’를 팔찌와 펜던트 등에 넣는 형태다. 로즈골드, 샤이니골드, 실버 등 3가지 색상으로 나왔다. 인텔과 오프닝세리머니의 합작품 ‘미카(MICA)’도 주목할 만하다. 시계보다 뱅글에 가깝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전화, 문자메시지, e메일 알림 등도 제공한다. 물뱀 가죽과 진주, 18K 도금 처리 등 고급스러운 소재로 한껏 치장했다. 패션 브랜드 레베카밍코프가 케이스메이트와 협력해 만든 스마트 팔찌를 보면 레베카밍코프의 대표적인 제품 ‘미니맥’이 떠오른다. 피라미드 스터드로 장식한 금 체인 팔찌다. 검정 가죽에 원형의 금색 스터드가 줄줄이 박힌 라이팅 케이블 팔찌는 연결 부위에 USB 케이블이 있어 스마트폰 충전 기능까지 포함했다. 패션 테크 스타트업 링리는 오닉스, 사파이어, 레인보 월장석, 에메랄드 등 4가지 색상의 스마트반지를 내놨다. 반지에 LED를 넣었다. 모바일 앱에서 알림 기능을 켜면 전화, 문자메시지, e메일, 트위터 등이 왔을 때 반지가 반짝인다.

    스마트폰을 넣어두면 자동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클러치도 있다. 2012년 설립한 스타트업 에버퍼스가 시카고 패션업체 라우디비드니, 1155릴스튜디오와 함께 론칭한 ‘에버퍼스 클러치’ 컬렉션이다. 핸드백 안에 충전 패드가 내장돼 있다. 일반 클러치에 이어 지난해 이보다 작은 미니 버전도 나왔다.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를 만드는 게 목표라는 여성 패션 테크 스타트업 메미는 150달러의 메탈 디자인 스마트팔찌를 출시했다. 전화가 오면 진동이 울린다.

    앞으로는 어떤 웨어러블 액세서리가 나올까. IT업계 관계자는 “당분간은 기존 액세서리에 IT가 들어간 단말을 별도로 추가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며 “다양한 디자인, 여러 기능을 모두 만족하게 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실제 패션 브랜드업체들이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할 모바일 앱 개발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하는 추세”라며 “명품 액세서리업체들도 기존 제품 라인업에 IT를 접목하려는 시도를 다각도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지난해부터 4년간 연평균 44.1% 성장해 2018년에는 370억 달러(약 4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 경제신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웨어러블 기기 수가 2013년 2200만 대에서 2018년 1억77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이라 예측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