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8

2014.07.28

아마추어 골퍼 모두가 즐거운 스테이블포드 방식

  • 남화영 ‘골프다이제스트’ 차장 nhy@golfdigest.co.kr

    입력2014-07-28 13: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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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0년대 군의관이던 프랭크 스테이블포드(Frank Stableford) 박사는 골프를 몹시 좋아했으나 라운드를 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한두 홀에서 OB(out of bounds)나 ‘아차’ 하는 실수로 그날의 전체 스코어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열심히 연습해도 18홀에서 모두 ‘굿샷’을 날리기는 쉽지 않았다. 당시 골프 경기 방식이라면 매치플레이나 스트로크플레이밖에 없었다. 그는 골프라는 스포츠가 골퍼를 괴롭혀야 하는가 고민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고민했다.

    그가 회원으로 있던 골프장은 리버풀의 아이리시 해를 마주한 월러시(Wallasey) 골프클럽이었다. 1891년 골프의 아버지라 부르는 톰 모리스가 설계한 파72 6656야드(약 6km)의 링크스 코스였다. 바람이 많이 부는 링크스가 으레 그렇듯 정확하게 페어웨이를 지키지 않으면 공을 잃어버리거나 무자비한 타수가 나오기도 한다. 한 홀씩 뜯어보면 그리 어렵지 않지만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골퍼가 4시간 동안 18홀에서 매번 ‘굿샷’을 날리기는 쉽지 않다.

    스테이블포드 박사는 자신이 클럽 캡틴이 되자 평소 고민하던 경기 방식을 도입했다. 핸디캡에 따라 잘한 홀에만 혜택을 주는 스테이블포드 방식을 시도한 것이다. 핸디캡 0인 스크래치 골퍼를 기준으로 해당 홀에서 보기를 하면 1점, 파를 하면 2점을 얻는 방식이었다. 물론 버디를 하면 3점, 이글은 4점을 얻는 식이다. 그 대신 더블보기는 0점, 그보다 못한 스코어도 모두 0점으로 처리해 점수를 감하지 않았다. 이렇게 라운드를 마치고 종합 점수가 가장 높은 골퍼가 우승하는 방식이 스테이블포드다.

    만약 자신의 핸디캡이 10이라면 각 홀의 난도 순서대로 어려운 10홀에서 1점씩을 더 받았다. 골퍼의 핸디캡이 24라면 18홀에서 1점씩을 받은 뒤 난도 6번 홀까지 1점을 추가로 더 받고 경기를 한다. 실력이 떨어지는 골퍼가 설령 더블보기를 해도 1점 혹은 2점을 받을 수 있었다.

    골프를 못 하는 사람도 파를 잡을 때가 있고, 잘하는 사람도 망가질 때가 있지만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경기하자 모두가 즐거워하는 점수가 나왔다. 더블보기 이상으로 망칠 것 같을 때는 공을 집어 들면 그만이었다. 그 홀에서는 감점이 없으니 다음 홀에서 더 잘하면 되는 것이다.



    스테이블포드 박사가 제안한 이 방식은 1932년 5월 16일 처음으로 월러시 골프클럽 챔피언전에서 활용됐고 이후 영국 전역으로 빠르게 전파, 보급됐다. 특히 모든 홀에서 파를 잡아내지 못하는 수많은 아마추어 골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심지어 영국왕립골프협회(The Royal·Ancient golf club)에서도 이를 공식 경기 방식으로 인정했다.

    이후 매년 5월이면 월러시 골프클럽에서는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골프 대회가 열리는 전통이 생겼다. 이 골프장에서 가까운 호이레이크의 브리티시오픈 순회 골프장 로열리버풀에서 올해 143회 브리티시오픈이 개최됐으나, 색다른 골프 경기 방식을 전파한 공헌도로 보자면 월러시가 기여한 바가 더 크다. 월러시 골프클럽은 그린이 볼록 솟아 있는 홀이 많아 평평한 로열리버풀보다 난도도 높다. 4번과 17번 홀에서는 언덕 꼭대기에 티잉그라운드가 위치해 바다가 시원하게 탁 트인다.

    스테이블포드는 현재 유럽에서 스킨스 방식 이상으로 많이 활용된다. 보기만 해도 점수를 얻으니 기분이 좋아지고, 파를 해내면 선수가 된 듯한 자긍심이 생기며, 버디를 하면 곧 브리티시오픈에라도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마추어 골퍼 모두가 즐거운 스테이블포드 방식

    스트레스 받지 않고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스테이블포드 방식이 시작된 영국 리버풀 월러시 골프클럽의 18번 홀 그린(아래)과 이 방식을 개발한 스테이블포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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