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7

2014.03.03

올 성적이 ‘감독 살생부’

프로야구 감독 4명 시즌 후 계약 만료…스프링캠프부터 ‘생존경쟁’ 시작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4-03-03 12: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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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성적이 ‘감독 살생부’
    신생팀 KT를 포함해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2013시즌 후 사령탑이 바뀐 팀은 두산뿐이다. 페넌트레이스 3위를 차지한 두산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LG와의 PO에서 승리한 뒤 삼성과 만난 한국시리즈(KS)에서도 먼저 3승을 챙기는 등 객관적 전력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준우승에 그쳤고, 두산 프런트(구단 운영진)는 “김진욱 감독 체제로는 앞으로 KS에서 우승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김 감독을 경질하고 송일수 2군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KS 준우승을 차지하고도 감독을 경질한 두산의 예에서 보듯, 우승이 절대 목표인 프로야구단에게 우승하지 못하는 감독은 의미가 없다. 2010년 이후 소속팀과 재계약에 성공한 사령탑은 삼성 류중일 감독과 NC 김경문 감독 2명이다. 최근 수년간 각 구단은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과감히 칼을 뽑아들었다. 현장 지도자들이 감독 운명을 ‘파리 목숨’에 비유하는 것도 그래서다.

    지난 시즌 후 사령탑이 바뀐 팀은 두산뿐이지만, 2014시즌이 끝나면 프로야구에 대대적인 감독 교체 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감독만 4명이다. 임기와 상관없이 감독이 소속팀 눈높이에 맞춰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올 성적이 ‘감독 살생부’
    파리 목숨 그리고 포스트시즌

    각 구단 스프링캠프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해외에서 50일 넘게 진행하는 스프링캠프는 한 해 농사의 성패를 결정짓는 ‘예비 전쟁터’다. 각 구단의 시즌 운용 밑그림이 이 기간에 결정된다. 시즌 개막까진 제법 시간이 남았지만, 각 구단 사령탑 간 ‘생존경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막내구단 KT 조범현 감독 등 현 10개 구단 사령탑 중 올해가 계약 마지막 해인 감독은 SK 이만수, KIA 선동열, 한화 김응용, LG 김기태 감독 등 4명이다. 이들은 올해가 2년 또는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다. 4명 중 그나마 재계약에 근접한 이는 LG 김 감독뿐이다. 김 감독은 올해 3년 계약기간이 끝나지만, 지난해 팀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PS)에 진출시키는 등 남다른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형님 리더십’으로 불리는 그는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지만 때론 칼 같은 원칙으로 팀을 운영한다. 그동안 모래알로 불리던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이를 전력 상승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용병 선택에서도 ‘비싼 몸값’ 선수를 선호하는 다른 사령탑과 달리 실력은 떨어지더라도 국내 선수들과 함께 팀워크를 다질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선택하는 등 주관이 뚜렷한 팀 운용으로 프런트로부터 호평을 받는다.

    김기태 감독과 달리 이만수, 선동열, 김응용 감독은 올 시즌 성적이 재계약 여부를 좌우할 공산이 크다. 세 감독 모두 지난해 팀이 하위권에 머물러 올해는 팀뿐 아니라 개인을 위해서도 명예회복이 필요하다. 세 감독은 올 시즌 기본적으로 ‘PS 진출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재계약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만수 감독은 지난해 PS 진출 실패 뒤 경질설이 나도는 등 한때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2011시즌 감독 대행을 거쳐 이듬해 3년 계약한 그는 정식 감독 첫해였던 2012년 팀을 KS로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5할 승률(62승3무63패·0.496)이 무너지면서 6위에 그쳤다. 단 한 차례도 4위 이상을 기록하지 못하는 등 성적이 기대치를 밑돌았고, 시즌 도중 교체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감독이 낙마하면 차기 사령탑은 ○○○’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어수선한 상황이다. 이 감독이 살아남으려면 결국 성적으로 자기 능력을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

    선동열 감독도 벼랑 끝에 몰리기는 마찬가지다. 2011년 준PO에서 탈락한 조범현 현 KT 감독에 이어 KIA 지휘봉을 잡은 선 감독은 고향인 광주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답게 큰 기대를 받았지만 2012~2013시즌 연속 PS 진출에 실패하며 좌절을 맛봤다. 삼성 시절 지키는 야구로 2005~2006년 KS 2연패에 성공한 선 감독은 2012년 5위에 이어 2013년 8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9구단 NC에도 밀려 8위에 머문 것은 선 감독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KIA는 지난 시즌 뒤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김조호 단장이 물러났고, 코치진을 대거 교체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더욱이 새 홈구장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맞는 첫 시즌인 만큼 선 감독으로서는 올해 성적이 재계약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KS 통산 10회 우승에 빛나는 한화 김응용 감독은 재계약도 재계약이지만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류현진(LA 다저스)이 떠나간 뒤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자유계약선수(FA) 정근우와 이용규를 영입하고 용병 영입에도 거액을 투자하는 등 모처럼 구단이 공격적 투자를 한 터라 성적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졌다. 한화는 지난해 NC에도 밀려 사상 첫 9위라는 아픔을 겪었다.

    올 성적이 ‘감독 살생부’
    재계약 성공할 감독은 누구?

    나머지 감독들 역시 성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구단 기대치에 따라 잔여 임기를 보장받을 수 없는 감독도 있다. 내년까지 계약기간이 남은 롯데 김시진 감독이 스스로 “올해 승부를 보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롯데는 김 감독 부임 첫해였던 지난해 5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쳐 6년 만에 PS 진출에 실패했다.

    NC는 1월 22일 김경문 감독과 재계약을 전격 발표했다. 김 감독은 2011년 9월 창단 감독으로 부임해 올해까지 계약이 돼 있었다. 그러나 NC는 잔여기간을 포함해 2016년까지 계약기간 3년의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 NC가 이례적으로 계약기간이 남은 김 감독과 서둘러 재계약한 것은 김 감독 지도력에 절대적으로 신뢰를 보낸다는 의미다. 재계약은 김 감독과 함께 팀의 중·장기 플랜을 완성하려는 포석임과 동시에 어느 정도 외부 환경도 고려한 결과였다. 김 감독에 대한 다른 구단의 러브콜을 일찌감치 차단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항간에는 “올 시즌 10개 구단 사령탑 중 마음 편한 사람은 류중일, 조범현, 김경문 감독 등 3명뿐”이라는 말이 나온다. 3년 연속 페넌트레이스·KS 통합우승을 차지한 뒤 지난해 12월 재계약에 성공한 삼성 류 감독과 올해 2군 무대에 데뷔하는 10구단 KT 조 감독, 그리고 일찌감치 재계약한 NC 김 감독 등 3명 외에는 모두 불안한 운명이라는 말이다. 스프링캠프와 함께 시작된 사령탑의 ‘생존경쟁’,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올 시즌 후 일어날 감독 교체 바람 속에 어느 감독이 재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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