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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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선 공약 중천금

국민과의 ‘소통’ 바탕으로 정책 실천해야 성공한 대통령 가능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2-12-31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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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선 공약 중천금

    2012년 12월 26일 박근혜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기협중앙회관 회의실에서 소상공인 단체장들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약속을 지켜서 골목에서 우리 같은 사람도 함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주기 바란다.”

    - 50대 초반 자영업자 김모 씨

    “반값등록금 약속을 꼭 지켰으면 좋겠다.”

    - 예비대학생 자녀를 둔 40대 후반 자영업자 최모 씨

    “창조경제를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한다.”



    - 20대 초반 대학생 이모 씨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라는 국민 목소리는 한결같이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돼달라’는 것이었다.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리고 나이와 처한 상황은 달라도, 다수 국민은 박 당선인이 대통령선거(대선) 기간에 발표한 공약 가운데 자신에게 필요한 약속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 있는 변화’를 모토로 가계 부담 덜기, 확실한 국가 책임 보육, 교육비 걱정 덜기 등 국민행복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박 당선인이 제시한 공약에 많은 국민이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2013년 2월 25일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집권 5년 동안 자신이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얼마만큼 실천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대선 기간 박 당선인이 약속한 수많은 공약 가운데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모든 것을 잘하려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보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서너 가지 정책을 선택해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행복시대 열 열쇠는 경제민주화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필수 과정이 국민과의 ‘소통’이다. 김행 위키트리 부회장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진 것은 ‘불통’ 이미지 때문”이라면서 “어렵고 힘든 국민이 희망을 갖고 살아가도록 하려면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짜야 하는데, 그러자면 서민이 원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눈과 귀를 열고 많이 보고 많이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이번 대선을 관통한 주요 정책 어젠다가 ‘경제민주화’였고, 그에 대한 국민 기대가 컸던 만큼 이 부분에서 얼마만큼 약속을 지켜내느냐에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정치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주의 꽃을 피워 국민주권시대를 열었다면, 경제민주화는 국민행복시대로 가기 위한 열쇠와 같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면서 “모든 경제 주체가 성장 결실을 골고루 나누면서 그들 스스로 변화 축을 이루어 조화롭게 함께 커가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균등한 기회와 정당한 보상을 통해 대기업 중심의 경제 틀을 중소기업, 소상공인, 소비자가 동반 발전하는 행복한 경제시스템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원칙을 기준으로 박 당선인은 5대 분야 35개 실천 과제 추진을 발표했다.

    경제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경제민주화 공약 이행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경제 주체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경제민주화 관련 실천과제를 법과 제도로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경제전문가는 “이명박 정부가 해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 경제지표가 나쁘지 않다고 항변하지만, 정작 다수 서민이 느끼는 체감경기와는 온도차가 컸다”면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이행할 때 몇 가지 상징적 조치를 취한 뒤 ‘이런 성과를 거뒀다’고 내세울 게 아니라, 골목상권에 종사하는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선 공약 중천금

    2012년 12월 25일 박근혜 당선인이 서울 창신동 창일노인정에서 쪽방촌 독거노인에게 전달할 도시락을 준비한 후 배달에 나서고 있다.

    박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경제민주화 정책을 뒷받침할 정부 당국자들은 “당선인 의지에 따라 정책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영향을 크게 받는 공직사회 특성상 박 당선인 의지가 어떠한지에 따라 정책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대운하 공약을 내걸고 당선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기 국민 반발에 부딪혀 대운하 공약을 4대강 살리기로 선회하지 않았느냐”면서 “대통령 의지가 강하면 정책 효과는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직자들은 대통령의 지시 이행에 능한 프로페셔녈”이라며 “(박 당선인이) 국민이 원하는 정책에 집중한다면 정책 효과는 금방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경제민주화에 대한 접근방식에는 정치권과 정부 부처 간 다소 이견이 있어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재벌 지배구조 문제에 집중해온 반면,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재벌 지배구조 문제뿐 아니라 기업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 등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정부부처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목적이 궁극적으로 모든 국민이 골고루 잘사는 사회와 경제 정의 실현인 만큼, 재벌 지배구조뿐 아니라 기업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중소기업과의 공생발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약 실천할 만반의 준비 해놨다”

    대선 기간에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실무추진단장을 맡아 활동해온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은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활동과 4월 총선, 12월 대선을 거치면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하도록 가다듬어 마련한 정책”이라며 “(경제민주화) 공약 이행을 위한 관련 법안은 이미 국회에 발의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고, 당정 협의 등을 통해 공약의 구체적 실천 방안까지 확보되면 정책 효과가 곧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51.6%, 1500만 명이 넘는 국민에게 지지를 받아 ‘제18대 대통령 당선증’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대통령에 취임하면 박 당선인은 자신이 대선 기간에 ‘공약’이란 이름으로 발행한 약속어음의 ‘현금화’ 또는 ‘부도’ 여부를 지켜볼 5000만 명의 국민과 대면하게 된다. 그만큼 신뢰받는 정부, 사랑받는 대통령이 되는 길은 최다 득표로 대통령에 오르는 대선보다 더 험난할 수밖에 없다. 박 당선인을 지지했든 안 했든 5000만 국민 모두가 박 당선인이 약속한 ‘공약’의 이행 여부를 지켜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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