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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미식생활

꼭지를 따야 맛과 향이 좋아진다

수박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blog.naver.com/foodi2

꼭지를 따야 맛과 향이 좋아진다

꼭지를 따야 맛과 향이 좋아진다

적당한 크기에 줄무늬가 선명하고 녹색이 짙어야 맛있는 수박이다.

1960년 4·19혁명 때 일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오른팔이던 이기붕 부통령 집을 혁명 시민이 ‘접수’했는데, 그의 집에서 별의별 것이 다 나왔다는 말이 돌았다. 그중 백미는 “수박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한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수박이 그 봄날에 어찌 나왔는지 사람들은 마냥 신기해했다. ‘이기붕의 수박’은 당시 독재권력이 강력했음을 상징했다. 중국 당나라 양귀비가 열대과일 리치(여지)를 좋아해 리치를 매단 나무를 수레에 실어 남중국에서 장안까지 두어 달씩 걸려 운송했다고 하니 ‘이기붕 수박’ 정도는 별것 아닐 수도 있다.

그 시절에도 수박을 생산하는 국가에서 비행기로 실어 날랐을 수 있다. 또 하나 상상할 수 있는 것은 국내 하우스 생산이다. 1960년이면 수박이 무척 귀하긴 했지만, 봄 수박이 있긴 했을 것이다. 1950년대 경남 김해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당시 그 하우스에서 수박을 재배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농민의 작품’이 아니라 농업연구기관의 비닐하우스 시범포장에서 재배한 하우스 수박을 이기붕에게 바쳤을 수도 있다.

수박만으로 판단하면 요즘 일반인은 이기붕보다 훨씬 낫다. 수확 시기 경쟁이 붙어 한겨울에도 수박을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비닐하우스가 있어 초여름 수박도 가능하다. 노지에서 수박을 재배하면 8월은 돼야 먹을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 노지 수박을 내긴 하지만, 수박은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다. 비를 피할 수 있으니 당도는 웬만하면 다 괜찮다. 그러나 수박은 단맛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다. 그럴 것이면 설탕 뿌려 먹으면 된다. 수박향이 더 중요하다. 향 좋은 수박을 고르는 요령 몇 가지를 정리했다.

수박은 줄기 아래, 즉 밑동과 뿌리는 대목을 쓰는데, 그 대목은 박과 호박의 것이다. 호박 대목 수박은 빨리 크게 자라지만 그만큼 맛이 없다. 박 대목 수박이 맛있는데, 이 수박은 느리게 자라고 크기도 대체로 작다. 문제는 수박 겉모습만 보고 박 대목인지 호박 대목인지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험으로 봐서는 대체로 크기가 작은 것이 박 대목일 확률이 높다.

수박은 크다고 맛있는 것이 아니니 적당히 작은 수박을 고르는 게 요령이다. 적절한 무게는 6~8kg이다. 10~13kg 대형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은데, 이런 수박은 거름을 듬뿍 줘야 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들어 가격만 비싸다. 또 수박은 싱싱할 때 가장 맛있기에 큰 수박을 사다 먹고 남은 것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맛이 달아난다. 박 대목 수박 가운데 박 성질이 올라와 조직감이 딱딱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수박은 겉면이 울퉁불퉁하다. 매끈한 수박을 고르는 것이 요령이다.



잘 익은 수박은 줄무늬가 선명하고 녹색이 짙다. 한여름 나뭇잎처럼 짙은 녹색인 것을 골라야 한다. 또 잘 익은 수박은 하얀 분이 일어난다. 수확과 운송 중에 분이 많이 닦이지만 군데군데 손자국으로 그 분을 확인할 수 있다. 수박꽃이 피었을 때 수정이 안 됐거나 불량일 경우 속이 꽉 차지 않는다. 이런 수박은 꽃자리(배꼽)가 큼직하므로 꽃자리가 작은 것을 골라야 한다. 수박 꼭지는 싱싱함을 확인해주는 구실을 하지만 오래 붙어 있으면 꼭지를 통해 수분과 맛이 달아난다. 수박을 사오면 그 자리에서 꼭지를 잘라버리는 것이 수박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주간동아 843호 (p56~56)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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