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는 저축은행 인수가 여러모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 말합니다. 서민금융 지원이란 명분을 살리면서 고객 확대라는 실리도 챙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즉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고객을 상당수 수용할 수 있는 데다, 낮은 은행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고객도 유인할 수 있어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언가 개운치 않습니다.
사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금융지주사들은 “영업정지가 된 저축은행에 관심 없다”며 인수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내뱉은 말의 행간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저축은행에 문제가 많다”면서도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던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말이 떠오릅니다.
금융 당국의 압박 때문에 마지못해 저축은행을 인수한 것 아니냐며 일각에서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사실 금융 당국으로선 올 한 해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저축은행 사태를 빨리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였습니다. 총선,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는 탓에 더는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었죠.

주간동아 815호 (p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