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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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처럼 짜릿한 반응 게임은 ‘증강현실’로 진화 중

지속적인 도파민 분비

  •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image@sejong.ac.kr

    입력2011-08-22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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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처럼 짜릿한 반응 게임은 ‘증강현실’로 진화 중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비디오게임은 일단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이 때문에 게이머는 “게임의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다”고까지 말한다. 심심해서 또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시작했더라도 게임에서 오는 쾌감에 빠지면 비디오게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까지 창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비디오게임이 도박이나 마약처럼 중독 대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명(Civiliazation)’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Heroes of Might and Magic)’, 이혼제조기라 불리는 ‘풋볼 매니저(Football Manager)’ 같은 게임은 비디오게임의 중독성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비디오게임은 영화, 드라마, 스포츠와 달리 왜 이렇게 중독성이 강할까. 다른 오락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을 주고 계속해서 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동기는 대체 뭘까. 좋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요리법과 재료가 좋아야 하듯, 비디오게임도 소재와 구성 방법이 좋아야 한다. 게임 속 모든 구성요소는 철저하게 게이머를 즐겁게 하고 그로부터 자동적, 무의식적 반응을 이끌어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각 구성요소를 어떻게 배합할 것인지도 무척 중요하다. 반대로 자극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중독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모든 자극이 동일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자극은 기대보다 후한 대접을 받고, 어떤 자극은 푸대접을 받는다.

    섹스, 폭력, 공포, 음악 등 비언어적 자극

    과학자들은 게이머로부터 큰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자극을 하나하나 규명해왔다. 과학적 검증을 통해 그 효능이 입증된 자극은 섹스, 폭력, 공포, 음악, 부와 권력, 승리, 유머, 명품, 응시 등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게이머의 뇌에서 쾌감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을 분비한다. 우연히도 이들은 모두 비언어 자극이다. 언어는 기본적으로 지적 투자(mental effort)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비언어는 게이머에게서 천차만별의 반응을 유발한다.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자동적, 무의식적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게임에 포함된 갖가지 자극은 대부분 현실과 유사한 반응을 낳는다. CD 재생 음악이 라이브 음악 이상의 감동을 주는 것처럼 게임 속 음악, 섹스, 폭력, 공포 같은 자극도 현실 이상의 반응을 가져온다.



    실제처럼 짜릿한 반응 게임은 ‘증강현실’로 진화 중

    ‘풋볼 매니저’.

    폭력이나 섹스가 게임, 영화, 드라마 같은 엔터테인먼트 상품의 단골메뉴가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게임에 포함된 구성요소는 각기 다른 반응을 이끌어낸다. 게이머의 기분을 좋게 하는 자극이 있는가 하면, 기분을 나쁘게 하는 자극도 있다. 더욱이 게이머는 자기 기분에 따라 동일한 자극에 대해 다른 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비디오게임을 설계할 때 자동적, 무의식적 반응, 그것도 쾌감을 크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다. 감각기관을 통한 지각반응은 자동적, 무의식적이지만 사고를 통한 인지반응은 비자동적, 의식적이어서 정신적 투자를 요구한다. 이에 따라 골치 아픈 오락물보다 아무런 의식 없이 즐길 수 있는 무뇌 프로그램이 사람에게 마약처럼 강한 오락물이 된다.

    적자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핵심 수단인 부와 권력은 사람의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하게 만든다.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음식물을 확보할 수 있는 필수품이 부이고, 권력은 이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부를 상징하는 명품 브랜드, 스포츠카 같은 사치품 역시 자동으로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소형차보다 스포츠카 같은 고급차를 보면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이는 고급차가 생존경쟁에 필수적인 부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부의 파워는 현실에 그치지 않고 비디오게임에까지 확대된다. 이 때문에 게이머들은 게임 속에서만이라도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 고성능 차량인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GT)’를 운전하고 싶어 한다. 비디오게임 속에서라도 현실의 부자와 권력자가 누릴 수 있는 사치품이나 직업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이다.

    오락물 속 콘텐츠 통해 대리만족 효과

    실제처럼 짜릿한 반응 게임은 ‘증강현실’로 진화 중

    게임 안의 많은 자극은 게이머에게 도파민을 분비하게 만들어 쾌락과 중독성을 극대화한다.

    유머도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유머를 구사할 정도면 머리가 좋은 편으로, 곧 부와 권력을 확보할 잠재력이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남성보다 여성이 유머에 대한 반응이 크다. 음식이나 초콜릿도 도파민을 분비하게 만들어 쾌감을 준다. 생존에 필수적인 에너지를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사람의 감정을 좌우하는 음악도 마찬가지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승리할 경우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처럼 유머, 음식, 초콜릿, 음악, 승리에 대한 반응은 본능적이고 자동적이다.

    따라서 게이머를 즐겁게 하고 비디오게임을 계속하도록 만들려면 도파민을 분비시키거나 게이머의 자동적, 무의식적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성요소를 게임에 넣어야 한다. 과학자들은 오락물에 포함된 많은 자극이 실제와 마찬가지로 도파민을 자동으로 분비시켜 중독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실에서든 게임에서든 특정 자극은 강도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반응을 이끌어낸다. 음악은 물론 영화, 드라마, 게임에 포함된 자극도 실제 자극과 비슷한 반응을 유발한다.

    축구 TV 중계방송에서 한국이 일본을 통쾌하게 물리치면 마치 내가 그라운드를 뛰고 있는 양 ‘인지감정’이 변화한다. 경쟁욕구가 생기고 승리를 통해 쾌감을 느낀다. 그럼으로써 묵은 감정을 해소한다. 이는 오락물 속 콘텐츠가 대리만족 효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란물은 다르다. 음란물을 보면 실제로 성욕은 유발되지만 이를 해소할 해결책은 제공하지 못한다. 유발된 성욕에 대한 해결책은 현실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게임에 포함된 자극은 그 속성에 따라 현실에 다른 영향을 미친다.

    더 나아가 키넥트(Kinect) 같은 동작인식컨트롤러를 채택한 비디오게임을 할 경우 게임과 현실의 경계는 거의 무너진다. 예를 들어 슈팅게임을 하면 슈팅에 대한 숙련도를 높일 수 있다. ‘댄스 센트럴(Dance Central)’ ‘댄스 마스터(Dance Master)’같은 게임을 하면 게이머는 댄스교습이나 배틀처럼 현실과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게이머는 자신의 인지·감정·행동 시스템을 모두 활용해 직접 댄스를 체험하는 셈. 이 같은 게임을 온라인을 통해 한다면 댄스경연도 벌일 수 있다.

    이렇듯 비디오게임은 장르에 따라 정도 차는 있지만 오락물이 현실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즉 현실과 환상세계라는 이분법을 극복하고 ‘증강현실(Aug mented Reality)’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인간과 환상세계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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