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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공부의 신’ 만드는 입시교육 01

영수국 편식 강요 교육이 뒤틀린다

개정 교육과정, 수능개편안 모두 英·數·國 중심…학교인가, 학원인가?

영수국 편식 강요 교육이 뒤틀린다

영수국 편식 강요 교육이 뒤틀린다
“음서제가 뭔가요?”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인 권모 교사는 최근 유명환 장관 딸 특별채용 건과 관련해 ‘현대판 음서제’ 논란이 일자 여러 명의 학생이 이렇게 물어왔다며 어이없어했다. 고려, 조선 시대 때 조상이 관직생활을 했거나, 국가에 공훈을 세우면 그 자손이 과거를 치르지 않아도 특별히 채용되는 제도를 말하는 ‘음서제’는 학창시절 달달 외웠던 기억을 많은 이가 가지고 있을 정도로 국사 과목 단골 주관식 문제 중 하나였다. 그런데 고3인데도 너무나 해맑은 얼굴로 “음서제가 뭐냐”고 물으니, 권 교사는 말문이 턱 막혔다.

“실제로 국사를 공부하는 고등학생은 전체 20%도 안 돼요. 외울 것 많고 어려운 국사를 수능 과목으로 선택하는 아이가 별로 없거든요. 물론 수업이야 설렁설렁 듣겠지만요. 서울대만 국사를 필수로 해놨으니, 우스갯소리로 ‘서울대 갈 아이들만 국사를 공부한다’고 할 정도죠. 고등학교만 이런 게 아니에요. 요즘 중학생도 국사 공부를 거의 안 해요. 그 아이들도 국사가 대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거든요. 심지어 부모들도 국사 외울 시간에 영수국 공부를 하라고 하죠.”

초등학교에서도 영수국 편중 심각

영수국 편식 강요 교육이 뒤틀린다

초등학교 시기부터 영수국, 즉 주지 교과 위주로 학습하는 건 인간의 발달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위험하다.

우리나라 교육에서의 영어, 수학, 국어 편중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7년 발표된 당시 인기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의 ‘학원별곡’에서도 ‘음악, 미술은 저리 미뤄두고 국영수를 우선으로 해야 인정받고 일류대학으로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영수국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그 대상도 사교육에서 공교육으로, 고등학생에서 중학생, 초등학생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 특히 2009년 12월 확정된 ‘2009 개정교육과정’(이하 개정교육과정)과 지난 8월 1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산하 ‘중장기 대입 선진화 연구회’가 발표한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안’이 이런 영수국 편중 현상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2011학년도부터 전국의 초등학교 1, 2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적용되는 개정교육과정의 골자는 학교에 자율성을 준다는 것(2013년까지 전 학년으로 확대된다). 학교는 교과별 수업시수의 20% 내에서 탄력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어의 학업성취도를 높이려는 학교는 국어 수업시간을 주당 1시간씩 줄이고, 대신 영어 수업시간을 늘릴 수 있다. 또 특정 과목을 한 학기 또는 한 학년에 가르치는 집중이수제도 시행된다. 그러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시험)과 직결되지 않는 음악, 미술 등은 고교 1학년 때 3학년 과정까지 다 배울 수 있다(상자 기사 참고).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안(이하 수능개편안)에 따르면 탐구 영역의 선택 과목이 각각 1과목으로 줄어든다. 시험 과목 수를 줄여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게 의도다.

하지만 수많은 교육 단체는 이런 정책 때문에 영수국 편중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 우려한다. 실제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박영아 의원(한나라당)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서 제출받아 9월 27일 공개한 ‘학교 자율화 적용 실태 분석’ 결과를 보면 이 우려가 어느 정도 현실이 됐음을 알 수 있다.

개정교육과정의 본격 도입에 앞서 교과부는 ‘교육과정 자율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올 1학기부터 일선 학교에서 과목별 수업시간을 20%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학교는 영어 수업시간을 늘린 학교가 12.1%로 가장 많았고(수학 8.2%, 과학 6%, 국어 3.7%) 고등학교는 수학 수업시간을 늘린 학교가 14.5%로 가장 많았다(과학 10.9%, 영어 10.7%, 국어 7.5%).

한 중학교 영어 교사는 “중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늘린 이유는 외고 입시에서 영어 성적을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등학교는 수능시험 수리영역에 미적분이 포함되면서 수학 과목에서 배워야 할 내용이 많아지고 어려워진 게 수학 수업시간을 늘린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반면 기술·가정, 사회, 체육, 음악, 미술 과목 등은 수업시간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일고 김혜남 교사(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센터 대표강사)는 “고교 교육에서 예체능 과목은 2000년대 초부터 암암리에 축소돼왔다. 이제 개정교육과정과 수능개편안 등의 영향으로 그 대상이 사회, 과학 과목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도 지역 한 중학교는 올 초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자율화 도입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영수국 외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반대로 교육과정에 변화를 주지는 않았지만, 이 학교 영어 교사는 “교사 사이에 당장 내년부터 교육과정이 영수국, 특히 영수 위주로 짜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암암리에 퍼져 있다. 이미 영수국 중심이었는데,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영수국 교사는 일이 많아 힘들고, 기타 과목 교사는 수업이 줄어드니 불안해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지덕체를 못 배우는 것

이런 영수국 편중 현상이 초등학교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초등학교 70.1%가 수학 수업시간을, 41.3%가 국어 시간을, 32.3%가 영어 시간을 늘렸다. 반면 42.7%가 실과 시간을, 45.3%가 체육 시간을, 42%가 미술 시간을, 39.7%가 음악 시간을 줄였다. 심지어 사회와 도덕 시간을 줄인 학교도 34.4%와 31.2%나 됐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 되면 학부모는 대부분 영어와 수학 수업이 많은 것을 선호한다. 이 시기 부모는 자식들이 자사고, 과학고, 외고 등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중고교보다 더 심하다. 예체능 위주로 수업을 하고 싶어도 학부모들 때문에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담임교사가 전 과목을 가르치기 때문에, 해당 과목의 교사가 ‘존재’하는 중고교에 비해 탄력적으로 수업을 운영하기 쉽다.

이런 영수국 편중 학습의 폐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교육컨설턴트 김소희 씨(‘강남엄마의 영어교육 바이블’ 저자)는 “요즘 아이들의 상식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하지만, 모르는 게 아니라 못 배운 측면이 크다. 이른바 상식이라는 건 사회탐구, 과학탐구 관련 과목을 통해서 얻는데, 배우는 절대량이 줄뿐더러 이마저도 수능에서 비중이 작으니 아이들이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연구소장은 “공교육에서의 교육과정은 입시가 아닌 전인교육의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즉 아이들이 영수국뿐 아니라 사회, 과학, 예체능까지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종의 그린벨트인 셈이다. 하지만 ‘실용’이라는 가치 하에 공교육도 사교육처럼 노골적으로 영수국 중심의 운영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그만큼 배울 기회를 빼앗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혜남 교사도 “학교 교육의 목표인 지덕체(智德體) 중 지(智)만 기르고 있는데, 그마저도 반쪽짜리 지식이다. 지식은 있지만, 이를 여러 사회 현상과 아울러 판단하고, 자신만의 의견으로 정리하는 능력이 확연히 떨어진다. 사회는 통섭을 말하지만, 아이들은 대학에 가서나 통섭을 배울 수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가 영수국, 즉 주지 교과 위주로 학습하는 건 인간의 발달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위험하다. 명지대 아동심리치료학과 선우현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만 한 아이는 중고교 때 공부를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책 읽기만 하면 상식과 어휘력은 좋으나, 각각의 지식을 연결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능력이 확연히 떨어진다. 즉 책 읽기와 더불어 놀이 경험이 많아야 책을 통해 얻어진 지식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선우 교수는 “영수국만 공부하는 건, 빵을 만드는 데 좋은 밀가루만 쓰려고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물과 달걀 등 기타 재료는 물론이고 주무르는 힘과 재미도 있어야 양질의 빵이 만들어진다. 인간의 발달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입학사정관제가 유일한 해결책?

영수국 편식 강요 교육이 뒤틀린다

9월 15일 광주시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을 위한 공청회에서 영수국 중심의 수능개편안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다수 학부모도 영수국 편중 학습이 원칙적으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간동아’가 온라인 리서치업체 ‘마크로밀 코리아’에 의뢰해 10월 4~5일 전국 5대 도시 20~50대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5.2%가 학교에서 영수국 위주로 교과과정을 짜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사교육과 달리 공교육에서는 영수국뿐 아니라 지덕체를 함께 키울 수 있게 교과과정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반대 응답자의 67.4%). 영수국 중심 교육이 본격적으로 이뤄져도 괜찮은 시기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57.2%가 ‘고등학교 때부터’라고 답했다. ‘중학교 때부터’가 22.0%였고,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가 7.0%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수국 등 주요 과목의 학습이 대학 및 사회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변한 사람이 무려 82.4%나 된다는 것. ‘영수국을 배우는 과정에서 익힌 지적 능력이 대학에서의 수학 능력과 직장에서의 업무 수행능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은 15.2%에 불과했다. 실제로 헤드헌팅업체 커리어케어 신현만 사장은 “일터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경쟁이 우선이던 학창시절과 달리 직장에서는 경쟁과 협력이 함께해야 훌륭한 성과를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은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한국에서 공부를 잘했던 젊은이들이 막상 업무에선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장미경 씨는 “지덕체 중심의 전인교육이 옳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고입과 대입을 잘 준비해 좋은 학교에 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학 이후의 삶은 너무나 먼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입시 중심인 우리나라 교육상황에서 영수국 편중 학습의 폐해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여전히 논란은 있지만, 입학사정관제의 제대로 된 도입과 정착이라고 입을 모았다. 비상교육 비상공부연구소 박재원 소장은 “입학사정관제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학습에 대한 욕구와 이를 통해 얻는 성취감과 재미를 느끼는 과정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교사와 입학사정관에 대한 불신과 학교 간 학력차이 등에서 불거지는 평가의 공정성 등은 문제가 되겠지만, ‘과정 평가’라는 큰 틀 안에서 보완해야지, 다시 입시 시험 위주의 ‘결과 평가’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양정호 교수(한국대학교육협의회 ‘중장기 대입 선진화 연구’ 책임자)도 “수능시험은 아주 기초적인 수학능력만 체크하는 정도로 대입에서의 영향력이 약해져야 하고, 그렇게 되는 추세다. 또 입학사정관제 등의 비중이 커지면서 얼마나 학교생활을 충실히 했는지 여부가 대입에서 당락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면서 “시험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준 수능개편안과 입학사정관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영수국 편중 학습에서 벗어나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 1990년대에 중고교를 다녔던 기자는 국영수는 잘했지만, 속칭 음미체는 못했다. 가정이나 도덕 점수도 좋지 않았다. ‘영수국만 잘하면 되지, 왜 필요 없는 것을 배우고 실습하며 외워야 할까’라고 고민했다. 그런데 지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때 익힌 잡다한 지식으로 지금까지 먹고산다는 점이다. 진짜 인생은 대학 입학 후부터다.

집중이수제 실시 학교 현장 르포

“좋아하는 음악 과목 3년간 조금씩 배우는 게 더 좋아요”


영수국 편식 강요 교육이 뒤틀린다

집중이수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음미체’ 과목들이 찬밥 신세를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송파구 A중학교 윤모(13) 양은 2011학년도부터 시행되는 집중이수제를 잘 모른다. 하지만 좋아하는 음악 과목을 3년 동안 꾸준히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만큼은 확고하다. 한 학년, 한 학기에 몰아서 배우기보다 꾸준히 그 과목을 즐기고 싶다. 하지만 학교 분위기는 정반대로 돌아간다. 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발표한 ‘2009년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특정 과목을 몰아서 가르치거나 교과별 수업시수를 20% 내에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게 됐기 때문. 1학년 때 음악을 배운 뒤 졸업 때까지 못 배울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음악 시간이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A중학교는 올해부터 집중이수제를 시범 실시했다. 1학년 학생은 사회를 배우지 않는 대신 제2외국어와 한문을 집중이수 한다. 교과부가 내세운 집중이수제의 장점 중 하나는 학업 부담이 준다는 것.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내년에 사회를 몰아서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에 혀를 내두른다. 사회 과목은 이해하기 어렵고 외워야 할 용어가 많아서 단숨에 배울 수 있을지 걱정한다. 결국 학기별로 이수해야 할 과목 수는 줄었지만 부담은 크게 줄지 않은 셈이다.

집중이수제가 각 교과 과목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A중학교는 2011학년도부터 도덕을 집중이수 대상으로 정해 주당 5시간 수업을 할 계획이다. 이 학교 교장은 “한 과목을 깊이 배우고 다른 과목으로 넘어가는 게 교육 효과가 좋다.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비판이 있지만 인성교육을 꼭 도덕 시간에만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도덕 교사는 “인성교육을 담당하는 도덕은 늘 해야 효과가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이용해 인성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누군가 책임지고 인성교육을 맡지 않으면 방임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음악, 미술과 같은 예체능 과목도 집중이수제를 적용하기에 적합한지를 두고 논란이 많다. 예체능은 효율보다 연속적 경험과 체험이 중요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한국교원대 미술교육과 이성도 교수는 “음악과 미술을 3년이 아닌 1년 동안 몰아서 한다는 것은 우스운 발상이다. 마치 밥을 한 끼에 몰아먹고 나머지는 굶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학교가 집중이수제에 따라 손댈 수 있는 과목이 국영수를 제외한 과목이란 점도 문제다. 개정교육과정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학기당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 기존 10개에서 7개로, 중학교는 13개에서 8개로 축소된다. 따라서 수업시수가 많은 국영수는 제외할 수 없기 때문에 시수가 적은 과목들로 조정해야 한다. 이 교수는 “그동안 외면받았던 기술·가정, 도덕, 음악, 미술과 같은 과목이 더욱 황폐화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교과부가 9월 6일 발표한 ‘전국 중학교의 2011학년도 교과별 수업시수 조정계획 현황’은 이런 우려를 잘 뒷받침한다. 도덕은 30%, 기술·가정은 40%, 국어는 15%의 학교가 줄일 예정이다. 음미체 과목도 15% 내외다. 반면 영어는 70%, 수학도 57% 학교가 수업을 더할 계획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데 학부모의 입김도 작용할 수밖에 없다. A학교 한 교사는 “학부모들의 요구는 언제나 영수국 강화다. 입시 형태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이를 무시하고 학교를 운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A학교 학생과 학부모의 과목별 선호도에서 기술·가정 등의 과목이 가장 낮았다.

집중이수제는 교원 수급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 인기 과목인 영어, 수학은 교사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고, 비인기 과목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난다. 이렇다 보니 자신의 전공과목 외의 과목을 복수전공하거나 부전공해야 하는 교사도 늘었다. 앞으로는 수업시수가 확보되지 않아 2, 3년 만에 학교를 옮기거나 인기 과목의 교사가 부족해 임시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이민정 연구원은 “해당 과목에 대한 전문성은 어떻게 담보할 수 있나. 결국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주간동아 2010.10.11 757호 (p20~24)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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