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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어, 교육 프로야 예능 프로야

사교육 콘텐츠 예능과 재미있게 접목 … 발 빠른 교육정보에 3040 엄마들 열광

어, 교육 프로야 예능 프로야

어, 교육 프로야 예능 프로야

이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어머니 교육 방식에 문제가 있네요. ‘벌리츠(Berlizt)식 교수법’을 사용하면 영어 표현 능력을 기를 수 있어요. 아이가 소극적인 편인데, 이는 엄마에 대한 공포감의 또 다른 표현으로 보여요. 요즘 ‘자기주도학습’이 대세인데, 엄마의 교육 목적을 다시 정립해야 합니다.”

전문가 3명이 나와 TV 모니터를 관찰하며 열띤 토론을 벌인다. 모니터에는 영어 발음이 나쁘다고 호통치는 엄마와 여덟 살짜리 딸의 모습이 보인다. 이들은 모녀의 일상을 꼼꼼히 체크한 뒤 ‘교육 해법’을 처방한다. 그리고 잘못된 교육법을 뉘우치는 엄마와 적합한 공부법을 찾은 딸의 행복한 웃음으로 마무리된다.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의 ‘엄마, 영어에 미치다!’의 일부분이다. 영어교육에 미친(狂) 엄마들을 위해 적합한, 영어 왕도에 미치는(及) 방법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열정은 넘치지만 방법을 몰라서 영어교육에 골머리를 앓는 엄마와 아이가 출연해 맞춤형 처방을 받는다. 이 프로그램은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매회 최고의 시청률 경신

2007년에는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가, 2009년에는 ‘공부의 신’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각각 강남 엄마들의 일상과 현실적인 공부법을 제시해 학부모와 학생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두 드라마의 공통 코드는 ‘사교육’. 시청자들은 EBS가 아닌 말랑말랑한 드라마가 그린 강남 8학군의 속살과 공부 강좌에 열광했다.



최근에는 드라마를 넘어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사교육 콘텐츠가 진출했다. 선두주자는 케이블 채널들. 스토리온의 ‘엄마, 영어에 미치다!’ ‘영재의 비법-리얼 스토리’(이하 ‘영재의 비법)’, tvN의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 시즌2’, Mnet의 ‘김수로의 명문대 특별반’이 대표적이다. 포맷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공부법과 공부 전략을 정색하지 않되 노골적으로 전하는 것. 영재들의 공부법, 뇌과학 기반 공부법, 수일 안에 영어단어 1500개 외우기 비법 등이 총출동한다.

스토리온의 ‘엄마, 영어에 미치다!’와 ‘영재의 비법’은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를 겨냥한다. ‘엄마, 영어에 미치다!’는 말썽쟁이 아이에게 극약처방을 내리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영어교육판. ‘영재의 비법’은 캐릭터가 다른 아이 5명이 70일간 전문가들이 제시한 두뇌개발 솔루션을 통해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다.

tvN의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는 좀 더 다급하고 노골적이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17명의 학생이 스타 강사들에게 혹독한 특훈을 받는다. 수능 각 영역 점수를 20점씩 올리는 ‘단백비급’(단번에 백점 상승), 단번에 천하대(명문대)를 갈 수 있다는 ‘단천비급’을 내세운다. 매회 ‘대치동 화학의 신’ ‘한국지리 절대지존’ 등 각 과목 강사가 출연해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의 호응도 좋다.

케이블 채널뿐 아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공부법을 공개하는 EBS ‘공부의 왕도’도 재미를 가미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소녀시대’ 예비 멤버 출신인 카이스트 학생의 공부법을 소개하는 등 다양한 인물을 발굴해 ‘EBS식 에듀테인먼트’를 보여주고 있다.

과도한 교육열 조장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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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연 어린이들과 함께한 ‘영재의 비법’ MC 신애라. 2 맞춤형 영어교육 솔루션을 제공하는 ‘엄마, 영어에 미치다’ MC들.

“교육 정보를 수집하는 게 쉽지 않은데 ‘영재의 비법’을 보면 각종 교육법을 한눈에 알 수 있어서 좋아요. 출연한 아이들 아이큐가 올라가는 걸 보면 신기한 한편 부럽더군요. 무료로 40만 원 상당의 영재성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등 혜택도 많고요.”

‘영재의 비법’을 즐겨 보는 한 주부의 말이다. 이들 프로그램의 주 시청자는 3040 엄마.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의 경우에는 수험생들의 피드백과 학습자료 요청이 빗발친다. 시청률을 담보하는 인기 프로그램들인 만큼 시청자들의 반응도 적극적이다. 시즌2 지원자를 공개 모집하자 ‘영재의 비법’과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 게시판에는 눈물 콧물을 자아내는 사연이 줄을 이었다.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의 오문석 PD에 따르면 17명을 선발하는데 무려 2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고 한다.

시청자의 반응은 단순한 소감에 그치지 않는다. 스토리온은 교육 프로그램을 모아 ‘교육 블로그’를 개설했다. 엄마들은 교육 블로그에서 교육법을 복습하고 자녀교육에 대한 정보를 나눈다. ‘영재의 비법’의 양송철 PD는 “교육 콘텐츠 관련 글이 올라가면 조회 수가 2만이 넘는다. 자녀에게 적합한 공부법을 묻기도 하고, 프로그램에 나온 교재나 교육법을 묻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제작자에게 ‘교육+예능’은 효자 아이템이다. 다음은 오문석 PD의 설명.

“교육은 모든 학부모의 관심사다. 유익하면서 재미있는 콘텐츠로 교육만 한 게 없다. 특히 사교육 정보에 어두운 시청자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처음에는 교육을 가볍게 다루는 게 조심스러웠지만, 케이블 채널에서는 예능의 영역이 넓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에듀테인먼트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학습지, 게임, 학원 등에서 즐거운 공부를 위한 에듀테인먼트를 활용해왔다. 하지만 방송에서 교육은 여전히 무거운 주제였다. 양송철 PD는 “공중파나 EBS는 교육을 아카데믹하게 다룬다. 하지만 조금만 시각을 달리하면 엄마의 교육 고정관념을 깨거나 아이들의 노력 과정을 조명하는 등 다양한 기획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스타 강사, 교육 전문가 등 방송에 출연하는 전문가에게도 좋은 기회다. 스토리온의 안미연 대리는 “‘영재의 비법’에 출연하는 전문가들은 학생들에게 두뇌개발법을 실제 적용하고 결과까지 볼 수 있어 만족감을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교육을 활용한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 제작자, 출연 전문가 모두 ‘윈윈’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교육 왕국이 낳은 신종 장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해당 프로그램들은 하나같이 “사교육을 접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교육평등 프로젝트”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교육시장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실제 방송에 언급된 교육법이나 강사에 대한 문의가 종종 들어오고, 학부모들은 이들의 교육법 따라 하기에 열심이다.

교육법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과도한 교육열을 조장한다는 의견도 있다. 탁현민 대중문화평론가는 “공부가 주는 부담을 줄이고, 재미있는 공부를 추구한다는 방향은 바람직하다. 방송을 통해 효과를 얻는 시청자도 많다. 하지만 편법을 제공하거나 사교육 시장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예능교육은 재미를 위한 공부가 아닌 공부를 위한 재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10.09.13 754호 (p56~57)

  •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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