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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Magic!

호주 교장들, 한국 연수 ‘문화적 충격’… 한국어 보급에 한국 전문가로 활약 기대

KOREA Mag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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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교장단의 한국 방문 연수 프로그램은 전통문화 체험, 산업시설 견학, 역사유적지 답사, 교육기관 방문 등으로 이뤄졌다.

7월 15일 새벽 시드니공항. 15명의 호주 초·중·고등학교 교장이 인천공항에서 부친 짐을 인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짐이 나오지 않자 한 교장이 혼잣말처럼 “인천공항 같았으면 다음 비행기를 탈 시간”이라고 투덜거렸다. 그는 간신히 짐을 찾아서 탑승 마감 1분 전에 캔버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4년 연속 세계 1위인 인천공항과 시드니공항의 수하물 서비스가 생생하게 비교되는 순간이다. 이뿐 아니다. 브레트 하퍼 미첼중·고교 교장은 “열흘 동안 ‘디지털 컨트리’ 한국에서 지내다가 ‘아날로그 컨트리’ 호주로 돌아오니 문화적 충격이 크다”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7월 5일부터 14일까지 실시된 ‘호주 교장단 한국 방문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호주 전역의 15개 초·중·고교 교장 얘기다. 이들은 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거나 가르칠 계획이 있어 한국의 문화와 발전상을 직접 경험하고자 했다. 그런데 방문 열흘 만에 ‘친한파(親韓派)’가 돼 돌아왔다. 도대체 한국에서 무슨 경험을 한 걸까.

1990년대 초 호주에서 한국어 교육은 의욕적으로 추진됐다. 호주 전역 대학에서 한국학과를 개설했고, 교육부는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고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격인 HSC 시험 선택과목으로 지정했는데, 이는 세계 최초의 일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2000년 이후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학생 수가 줄면서 공교육에서 한국어 보급사업이 위기를 맞았다.

‘디지털 컨트리’ 매력에 푹

하지만 케빈 러드 전 총리가 “호주를 서방국가 중에서 아시아 언어에 가장 친숙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호주 정부는 2009년부터 3년 동안 총 6240만 호주달러의 예산을 투입, 아시아 4개 언어(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인도네시아어)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 2020년까지 호주 전역의 고교 졸업생 12% 이상이 한국어를 비롯한 아시아 언어 4개를 배우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4~5년 동안 호주 초·중등학교의 한국어 수강 학생 수가 3300명 선에 머물다가 올해 4200명으로 약 27% 증가한 것도 이러한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현상에 힘을 얻은 주 시드니 한국교육원은 ‘호주 교장단 한국 방문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해 한국어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교육원은 뉴사우스웨일스 교육부와 연방 외교통상부 산하 호한재단과 공동 주관으로, 초·중·고교 교장 15명을 한국에 보냈다. 참가자들의 왕복 항공료는 호주 측이, 연수에 드는 비용과 체재비는 한국이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연수 프로그램은 국립 공주대 한민족교육문화원에서 운영했다.

총체적인 구성과 지휘는 조영운 주(駐) 시드니 한국교육원장이 맡았고, 신기현 뉴사우스웨일스대학 한국학 교수가 1차 연수단 인솔 책임자가 돼 호주 교장들과 동행했다. 이번 연수의 목적은 호주 초·중·고교 교장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발전상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왜 한국어를 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을 이끌어내는 것. 또 한국어 채택의 실질적 권한을 가진 교장들이 한국 방문을 계기로 형성된 연대의식을 활용, 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하는 것도 주된 목적 중 하나다.

연수 프로그램은 전통문화 체험, 산업시설 견학, 역사유적지 답사, 교육기관 방문 등으로 구성됐다. 한국역사 특강, 판소리 체험, 남사당 공연 관람, 부여역사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 관람, UN 묘지 참배, KTX 시승, 현대자동차와 현대 미포조선소 견학 등의 일정에 따라 진행됐다. 조영운 원장은 “영어권 국가 중 초·중·고교 교장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 방문 연수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들을 ‘친한(親韓) 인사’로 만들면서 호주 공교육에서 한국어가 진흥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해공 신익희 선생의 맏손자이기도 한 신기현 교수는 “이번 연수단의 15명 교장은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 도가 튼 분들”이라며 “1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들이 습득한 한국 역사와 문화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그걸 토대로 호주 학생들에게 잘 가르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두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 한국의 발전상에 반신반의했다. 또 친일, 친중 성격을 지닌 사람들에게선 뭔가 보이지 않는 벽도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그들의 마음도 빠르게 열렸다. 호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들의 표정을 보니, 너나없이 ‘친한 인사’로 변해 있었다”고 말했다.

직접 한국어 배우기에 도전

브레트 하퍼 교장은 “열흘 동안 ‘코리아 매직’에 빠졌다가 현실세계로 돌아온 느낌”이라며 “호주에서 한국 상품의 높은 질을 경험했기 때문에 한국 산업이 발전했으리라 짐작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문자와 수리가 뛰어난 한국의 장점에 높은 교육열까지 더해져 이뤄낸 기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방문 기간에 접했던 판소리 등 전통음악을 다시 듣고 싶어서 7월 31일 시드니타운홀에서 열린 한국 공연단 무대를 아내와 함께 찾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현재 미첼중·고교에서는 주말에만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2011년부터 한국어 과목을 정식으로 가르치고자 사전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리디스 파세트 앨더리스중·고교 교장도 “방문 기간 매일매일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한국 문화를 잘 몰랐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라고 토로하면서 “앨더리스중·고교에서는 현재 한국어 교육을 위한 준비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래전부터 친한파로 꼽혔던 크리스 러셀 홈부시초등학교 교장은 이번 연수 이후 더욱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교무회의를 통해 한국 연수 결과를 알렸을 뿐 아니라, 한국교육원이 실시하는 ‘외국인 대상 한국어 무료강좌’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 학교는 전교생 550명 중 94명이 한국어를 배운다.

신 교수는 연수단의 이런 반응에 무척 고무된 듯 “15명의 교장과 다니면서 이번 연수 프로그램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는 걸 직감했다.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은 물론, 전문가 집단이라는 강한 연대의식도 주목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10명으로 구성된 2차 연수단은 조 원장의 인솔로 10월 1부터 10일까지 한국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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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010.09.06 753호 (p58~59)

  • 시드니=윤필립 시인·호주 전문 저널리스트 phillipsy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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