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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관세청 두드리면 돈이 보인다⑥

“FTA는 떨어지는 감이 아닙니다”

윤영선 관세청장 “관세 혜택받으려면 철저한 준비 필요”

“FTA는 떨어지는 감이 아닙니다”

“FTA는 떨어지는 감이 아닙니다”
“…네? …어? 그죠?”

평균 두 마디를 하고는 자신의 말을 이해하는지 궁금한 듯 ‘동의’를 구하는 끝말. 지난 3월 취임한 윤영선(54) 관세청장의 화법은 독특했다. 기자가 고개를 갸웃하거나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면 곧바로 부연 설명이 날아들었다. 그러면서 차근차근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있었다.

윤 청장은 1980년 행정고시(23회)에 합격,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의 전신)에서 30년간 근무하며 조세정책관과 세제실 실장 등을 지냈다. 한미FTA 협상 과정에도 참여했다.

EU와 FTA 본게임 … 수출기업 CEO에 e메일

그래서일까. 윤 청장은 요즘 FTA(Free Trade Agreement)에 ‘꽂혀’ 있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1시간가량을 FTA에 할애했고, “FTA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FTA 과실’을 따먹을 준비가 안 됐다” “올해는 FTA 이행의 원년”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기업과 관세청의 분발을 촉구했다.



“FTA 기획부서(기획재정부)에서 집행부서(관세청)로 오니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한-EU FTA 발효는 국회 비준을 거쳐 이르면 11월 1일, 늦어도 12월 1일 발효되는데 국내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대응은 ‘이제 시작’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급합니다.”

취임하자마자 청내 ‘에이스’ 30여 명을 선발해 ‘FTA 종합대책단’을 설치했고, 각 지역 본부세관에 FTA 전담부서를 둔 것도 ‘급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

“상당수 국민과 기업인은 FTA를 체결하면 당장 관세장벽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만 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준비를 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 원산지 증명이죠. 하나의 제품이 나오기까지 전 공정에 걸쳐 여러 부품이 사용되는데, 품목별로 한국산으로 인정해주는 비율이 정해져 있어요. 이를 관세청이 인증해줍니다. FTA는 자고 나면 머리맡에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떨어지는 감이 아니에요. 준비해야 합니다.”

원산지는 ‘당해 물품이 실질적으로 생산된 국가’를 의미한다. 동식물과 광물 등은 원산지 결정에 어려움이 없지만 공산품 같은 2차 생산품은 생산, 제조, 가공 과정이 외국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원산지를 정하는 데 통일된 기준이 필요하다. 수입 원재료와 국산 원재료를 혼용해 물품을 생산할 경우, FTA 체결에 따른 규정에 맞춰야 ‘메이드 인 코리아’가 인정돼 특혜관세가 적용된다.

“원산지증명서는 원재료설명서 등 수출품마다 5건 이상의 서류를 제출하고, 세관이나 상공회의소의 전문가 심사를 받아 야 한다. 그런데 관세청의 원산지 인증수출자 지정제도를 이용하면 3년간 이런 과정 없이 원산지 증명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관세청 이호 사무관의 부연 설명이다.

“이런 내용을 알리기 위해 FTA 활용 매뉴얼과 원산지관리 전산시스템(FTA 패스)을 만들어 기업에 배포하고 있죠. EU는 오랫동안 FTA를 준비해와 상당히 노련합니다.”

윤 청장의 말대로 국회 비준을 남겨둔 EU와의 FTA는 간단치 않다. 18조 달러의 거대시장인 EU는 우리와의 FTA 협상 당시에도 중국산 제품이 한국을 통해 수입되는 것을 우려했던 터.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물품에 대한 원산지 검증을 강화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윤 청장도 ‘지금까지 FTA가 발효된 16개국과의 FTA가 연습이었다면, EU·미국 등과의 FTA는 본게임’이라고 강조했다.

“EU 수출기업 1만1000여 곳 중 인증을 받은 곳은 100여 업체밖에 안 돼요. 조약이 발효되면 100개 업체만 관세혜택을 본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관세청 직원과 관세사 등이 직접 기업을 방문해 컨설팅하고 있습니다.”

‘세관 드라마’ 준비…관세청 이미지도 바꾼다

“FTA는 떨어지는 감이 아닙니다”

윤영선 관세청장이 지난 5월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EU FTA 관련 설명회를 하고 있다.

윤 청장도 지난달 말 EU 수출기업 1만1000여 업체 최고경영자(CEO)에게 e메일을 직접 보냈다. ‘수출기업 CEO님들께 드리는 말씀’으로 시작하는 e메일에는 원산지증명서 발급과 수입국 세관의 입증서류 관리를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각 기업은 CEO 직속 FTA 대책팀을 꾸려 부품 구매단계에서부터 원산지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세청 주시경 대변인은 이를 윤 청장 특유의 스킨십(친밀감)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지방 세관 방문이 종종 있는데, 직원들과 친밀해지면서 다음 일정이 늦어지기 일쑤라고. 기자와의 인터뷰 때도 중간중간 기자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큰 웃음을 짓거나 “그렇죠”를 연발하며 친밀감을 보여주었다.

그건 그렇고, 대기업 종합상사의 경우 직접 제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중소기업 제품을 수출하기도 한다. 이 경우 원산지를 공개하면 제조원가가 나와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단가 인하를 요구할 수도 있다. 기업의 기밀정보가 새어나갈 우려가 있다.

“현실적으로 원재료 수입부터 완제품 생산·수출까지 각 기업 간에 원산지 정보를 주고받는 관행이 정착되지 않아 최종 수출품의 원산지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관세청에 의뢰하면 기밀을 보호받으면서 인증을 받을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윤 청장은 기업들의 수출 코스트를 낮추기 위해 수출입 안전관리를 위한 종합인증우수업체(AEO) 체결을 확대하고, 각국 세관직원들과 정보교환을 강화하는 것도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경우 컨테이너 검사를 한 번 당하면 1000달러의 검사비용을 화주가 내야 합니다. 검사 기간도 그렇지만 창고 비용과 재포장 비용 등을 따지면 화주의 손해가 엄청나죠. 6월 말 미국과 캐나다, 싱가포르와 AEO 체결을 맺은 것도 이 때문이죠. 관세청으로부터 AEO 인증을 받은 업체는 신속히 통관시켜주거든요.”

FTA, AEO 등 국제협력은 강화되고 있지만 이러한 일을 담당할 인재양성 계획은 뭘까.

“7급 공채 시 2, 3개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지원자를 우대 선발하려고 행정자치부와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심사나 통관, 국제협력 업무 등에 배치해 전문성을 키워 10년 뒤 국제무대에 내보내야죠.”

중년의 나이가 된 관세청의 이미지 변화도 궁금했다. 사실 국민들에게 관세청은 입국 시 세관신고서를 제출하고 마약밀수범을 잡는 등 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각종 유해 불량 물품을 막는 기관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오자마자 관세청이 진짜 하는 일을 적극 알리자고 했어요. 한 프로덕션과 함께 밀수와 음모, 로맨스 등을 담은 ‘세관 드라마’를 제작하기로 했고, TV 체험프로그램도 관세청에서 하게 했어요. 직원들에게도 각종 TV 퀴즈 프로그램 등에 나가 간접적으로 관세청을 알려달라고 했죠. 최대한 ‘무임승차’해 많이 알리는 게 시급한 거 같아요.”

그는 ‘세관 드라마’의 제목은 ‘태리프(tariff) 125’라고 했다. 태리프는 관세를 말하고, 125는 관세청 밀수 신고전화 번호다. FTA 원년을 이끌어갈 윤 청장의 리더십이 가져올 변화가 기대된다.



주간동아 2010.08.23 751호 (p32~33)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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