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7

2010.07.26

친구야, 우린 언제부터 틈 생겼을까?

신춘수 연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0-07-26 1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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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야, 우린 언제부터 틈 생겼을까?
    “나의 가장 좋은 친구의 죽음을… 좋은? 오래된? 가까운? 빈칸은 나중에 채우자.”

    친구 앨빈의 장례식을 앞두고 토마스는 그를 위한 송덕문(頌德文·죽은 사람의 인생, 업적, 덕을 칭송하는 글)을 쓴다. 일곱 살 때부터 친구였던 둘은 어렸을 때 “한 명이 죽으면 남은 사람이 송덕문을 써주자”는 약속을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살한 앨빈을 위해 송덕문을 쓰게 된 토마스. 벌써 4권의 베스트셀러를 낸 소설가답지 않게 한 줄도 쉽사리 쓰지 못한다. 토마스에게 앨빈은 어떤 친구인가. 토마스는 고민 끝에 빈칸으로 남긴다. 그리고 상상 속 앨빈과 그에 대한,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7월 13일부터 9월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바로 그 빈칸을 채워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두 사람이 어떻게 가까워지고 자라나고 변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인 것. 시골 작은 마을에서 천사와 엄마 유령으로 변장하고 오래된 책방 앞에서 눈싸움을 하며 놀던 두 아이는 사춘기를 겪으면서 점점 달라진다.

    “언제부터일까? 우리 사이를 깨뜨린 작은 틈새가 생긴 건?”

    토마스의 노래처럼 그들은 다른 길을 택하고, 다른 삶을 살아간다. 도시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잘나가는 토마스와 시골의 낡은 책방에 남은 앨빈. 결국 앨빈은 불행해지고, 그간 앨빈과의 추억을 소설로 써왔던 토마스는 앨빈 없이 한 편의 글도 쓰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뮤지컬을 관통하는 중요한 상징은 바로 나비다. 세트장 위편에는 커다란 나비가 그려져 있다. 앨빈은 “나비 한 마리도 세상을 바꾸는데 내 작은 움직임은 얼마나 많은 걸 바꿀까?” 하고 날갯짓하며 아이처럼 뛰어다닌다. 하지만 이미 어른이 된 토마스는 “나비 한 마리도, 너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회의적으로 말한다.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세상을 바꾸듯, 아주 작은 것 하나로 둘은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돼버린 것. 하지만 토마스는 나중에 ‘나비’라는 노래를 통해 앨빈의 뜻을 따른다.

    “그 작은 날개로 시작돼. 너는 강한 나비야. 네 날갯짓에 세상이 변해.”

    2006년 캐나다에서 처음 공연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1년 넘게 브로드웨이에서 인기를 끈 뮤지컬이다. 2009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프로듀서상을 수상하는 등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렸던 오디뮤지컬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직접 연출을 맡은 것도 화제다. 그의 브로드웨이 데뷔 작품에서 연출은 쉽고 담백해 진실되게 다가온다.

    관객 중 유난히 20, 30대 여성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 토마스 역에 류정한과 신성록이, 앨빈 역에 이석준과 이창용이 더블캐스팅되는 등 대한민국 남자 뮤지컬 대표 스타가 총출동한다. 내로라하는 음악파, 연기파 배우답게 풍성한 연기를 보여줘 공연에 빈틈을 찾을 수 없었다. 2인극임에도 공연이 불편하거나 지루하지 않은 것 역시 그들의 연기력 덕분이 아닐까. 특히 배우 이석준이 무대 위를 첨벙첨벙 뛰어다니며 아이 같은 앨빈을 연기할 때는 배우와 배역의 싱크로율 100%를 자랑했다. 이석준이 공연 프로그램에 남긴 말이 이 공연을 한마디로 정의한다.

    “배우를 보러 오신 분들이 작품에 젖어 집에 가셨으면 좋겠습니다.”(문의 02-556-8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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