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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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강타한 ‘천안함 모멘트’

국민들 ‘분통 터지는 일’ 심리적 내상 심각 … 향후 정치 일정에 직간접 영향

  •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컨설팅본부장 rcmlee@hanmail.net

    입력2010-04-08 09: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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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속담에 ‘주막 년네 오줌 종작’이란 게 있다. 여기서 ‘종작’은 대중으로 헤아려 잡은 짐작을 뜻한다. 그래도 이 속담의 뜻을 헤아리긴, 즉 종작하기는 쉽지 않다. 사전을 찾아보면 ‘무엇에 빗대 시간 종작을 잡음을 이르는 말’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시간을 알 수 없을 때 어떻게든 가늠해보고자 하는 방편을 의미한다.

    짐작하듯, 이 속담을 들먹이는 까닭은 ‘천안함 침몰사건’의 실체가 잘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왜 사고가 났는지부터 석연치 않다. 원인 규명이나 사고수습 과정도 말끔하지 않다. 사실(facts)은 없고 해석, 추측만 난무하다. 오리무중이 아니라 십리무중이라고 해야 할 지경이다.

    사건의 실체야 언제가 됐든 밝혀질 것이다. 일부의 소망대로 북한이 한 짓으로 판명 나든, 아니면 ‘피로파괴’에 의한 것이든, 상상외의 진상이든 원인은 밝혀지리라. 마뜩하진 않지만 그건 시간에 맡겨두더라도, 지금이라도 이 사건이 갖는 의미를 헤아려봐야 한다. 우리 앞에 놓인 정치 일정도 그렇지만, 하나의 사건 때문에 역사의 물줄기가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늠을 하자면, 2005년 미국에서 있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형 태풍 카트리나가 미국, 특히 뉴올리언스 지역을 덮쳐 쑥대밭으로 만든 일이 있다. 도시의 80%가 물에 잠겼다.

    하나의 자연재해였으나, 그 사건은 당시 집권세력인 부시 정권에 치명상을 입혔다. 미국의 치부인 양극화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허술한 구조 활동으로 부시 정부의 행정능력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게다가 정실인사 때문에 사고대책기구의 무능이 초래됐다는 지적으로 집권세력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 그래서 이를 두고 흔히 ‘카트리나 모멘트(Kathrina Moment)’라고 한다.



    “카트리나 모멘트란 2005년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재난에 부시 정부가 철저히 무감각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고 많은 시민이 부시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결정적 기점을 말한다.”

    미국 정치전문가 안병진 교수의 정리다.

    역사 물줄기를 바꾸는 엄청난 사건 될 수도

    사실 부시 정부는 재난에 ‘열심히’ 대처했다. 부시 대통령은 비행기를 타고 재난현장을 직접 둘러보기까지 했다. 그런데 왜 결과는 나빴을까? 가장 큰 것은 오만이었다. 2004년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기 때문에, 이라크 전쟁으로 리더십을 확고히 했다고 믿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방심했던 것이다. 사람이든 행정이든, 방심하면 대응이 어설프게 마련 아닌가.

    게다가 ‘정치적으로’ 계산한 것도 역효과였다. 대통령이 직접 현장으로 가서 챙기는 그림을 만들겠다는 취지는 좋았다. 현대 정치의 핵심이 무대관리(stagecraft)라면, 아주 능숙한 대응이었다. 하지만 안락한 비행기에 앉아 있는 부시를 배경으로 수몰지역의 폐허상과 불쌍한 수재민이 잡히면서 ‘최악의 그림’이 되고 말았다.

    이번 천안함 침몰사건도 대통령의 노심초사나 정부의 노력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가 무엇이든 사고 난 지 한참 지났는데 뭐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에 국민들이 분통이 터지는 것은 당연하다. TV를 보며 혀를 차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은 ‘무능’에 대한 감정표현이다. 유능, 성과, 실력 따위를 앞세운 프레임이 흔들린다면 현 여권이 입을 심리적 내상은 적지 않아 보인다.

    MB정부 강타한 ‘천안함 모멘트’

    3월 30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이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사건 현장인 백령도를 방문해 실종자 가족이 탑승한 광양함에 올라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일부에서 시도하고 있듯 명확한 증거 제시 없이 사고의 원인으로 ‘북한’을 끌어들이는 것은 엄청난 전략적 실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과거의 북풍으로 인한 학습효과를 고려해봐야 한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남북 정상회담을 전격 발표했으나 역효과가 났던 것이 좋은 사례다. 또한 북한의 반발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 경제적 피해는 불가피하다. 미국의 반응도 변수다. 혹여 한미 간에 시각차가 드러나면 여권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원하는’ 프레임 맞춰 사건 재단은 금물

    여권에 유리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없진 않다. 사건을 잘 수습하고, 피해자 가족이나 국민정서를 잘 다독이면 오히려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정치적 욕심을 자제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지 않게 하는 신중대응(low-key action)이 중요하다. 강경파나 책임회피 논리에 밀려 보수 대(對) 진보의 프레임으로 접근하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다.

    푸른 영혼이 억울하게 사라진 마당에 혜택 운운하기 뭣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본의 아니게 득을 보는 사람이 있는 건 분명하다. 바로 한나라당의 안상수 원내대표다. 어찌됐든 봉은사 명진 스님의 폭로로 시작된 외압시비가 언론기사에서 사라졌다. 잘나가던 그에게 사퇴 요구까지 나오던 분위기였으나 이젠 그런 주장이 생뚱맞아 보이기까지 하다. 안 대표로선 한숨 돌리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따라서 ‘희출망외(喜出望外·기대하지 않던 기쁜 일이 뜻밖에 생김)’까진 아니더라도 뜻밖의 소득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야권도 성급하게 대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필요하나, 여야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정략의 냄새, 더 크게는 정치적 고려가 개입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면 그것은 국민정서와의 불화를 자초하는 일이다. 멀리는 IMF부터, 가깝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부터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을 많이 겪은 국민 아니던가. 인지심리학적으로도 이런 정서에 사(私)를 앞세우는 것은 금물이다.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정당이나 정치세력으로선 예민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진행된 것을 봐서는 이번 사건이 지방선거에 직접 변수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 작용한다면 간접적일 것이다. 누가 잘했냐 못했냐가 아니라, 국민이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나 평가,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일종의 ‘기저효과(base effect)’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속담을 거론하면, 이런 것이 떠오른다. ‘좀꾀에 매꾸러기’, 좀스러운 꾀를 쓰다가는 매만 맞다는 말이다. 여든 야든, 보수든 진보든 ‘원하는’ 프레임에 맞춰 사실을 임의로 취사선택해 재단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억지가 재(災)를 낳고, 욕심이 화(禍)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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