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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오래된 밥상

진하고 단 도가니탕 입에 착 달라붙네

서울 서대문 ‘대성집’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blog.naver.com/foodi2

진하고 단 도가니탕 입에 착 달라붙네

진하고 단 도가니탕 입에 착 달라붙네

‘대성집’의 도가니는 살짝 씹으면 젤리 같지만 이내 입안에서 스르르 풀린다.

서대문은 서울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변두리인 듯 느껴지는 곳이다. 서대문 사거리에서 독립문 쪽으로 넘어가는 길이 특히 그러한데, 수십 년간 새로 들어선 건물이 없고, 집이 다 나직한 데다 그 길 왼편으로 소읍에서나 볼 수 있는 골목 시장이 있어서다. 다들 그 근처를 ‘서대문’이라고 하지만 행정구역상으로는 종로구다. ‘대성집’이 있는 곳은 종로구 교북동이다.

서대문은 이름과 달리 옛날 한양 북쪽에 살던 사람들이 들락거리던 문이다. 북쪽 문인 숙정문이 평상시 닫혀 있어 통행을 하지 못했던 탓이다. 한양 북쪽은 산림이 넉넉해 숯쟁이와 나무꾼이 많이 살았는데 이들이 땔감을 지고 서대문을 통과해 종로 시장으로 나갔다. 그래서 서대문 일대에 나무꾼들을 위한 장국밥집이 여럿 있었다고 한다.

‘대성집’이 있는 교북동은 골목골목 나지막한 집이 닥지닥지 붙어 있다. 서울 한복판 오피스 타운에서 벗어나 있으며, 민가가 발달해 있는 것도 아니다. 밤이 되면 오가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한산하다. ‘대성집’은 이런 묘한 분위기에 꼭 어울리는 음식점이다. 낡고 허름하지만 진한 우리 정서가 담긴 음식을 낸다.

간판에는 ‘50년 전통’이라 적혀 있지만 간판 붙인 연도를 감안하면 그보다 훨씬 더 됐을 것이다. 나지막하고 허름한 블록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집안에 조그만 골목이 있는 듯 보이는데, 왼쪽에 주방이, 오른쪽에 손님 좌석이 있다. 가정집을 식당으로 바꾸어 쓰다 보니 마당이 홀처럼 됐고 부엌과 살림집 사이의 공간이 골목처럼 보이는 것이다. ‘골목’에 부뚜막이 있고 커다란 솥이 항상 올려져 있다. 여기에서 도가니탕과 해장국을 데운다. 그 ‘골목’을 지나면 안쪽에도 방이 있다. 이쪽 방에는 낮술을 즐기는 단골이 의외로 많다.

‘대성집’의 도가니탕은 달다. 도가니가 내는 단맛이다. 도가니는 소의 무릎 뼈와 발목의 연골 주변을 감싸고 있는 부위를 말한다. 콜라겐 혹은 아교질이라 부르는 단백질로 구성돼 삶으면 쫄깃한 질감이 난다. 살짝 씹으면 젤리 같지만 이내 입안에서 스르르 풀린다. 도가니를 끓인 국물은 사골 국물보다는 연하고 고기 국물보다는 진하다. 뼈 국물 맛이 강한 설렁탕, 고기 국물 맛이 강한 곰탕과는 전혀 다른 탕 맛을 내는 것이다.



‘대성집’의 고객은 거의가 단골이다. 청와대 뒷산으로 등산을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들르는 손님도 많다. 아침 일찍부터 해장을 하려는 이들로 붐빈다. 은근한 불에 오래 고아 보들보들해진 도가니에 매료되면 일주일이 멀다 하고 찾게 된다는 것이 단골들의 말이다.

‘대성집’ 골목에서 나와 큰길을 건너면 영천시장이다. 서울 시내에는 드물게 있는 긴 골목 시장이다. 아직 손을 대지 않은 덕에 옛 풍취 그대로 남아 있어 구경할 만하다. 어쭙잖게 ‘개발’해 분위기 망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전국의 재래시장을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놓은 ‘아케이드’를 보면 우리나라 행정 수준이 얼마나 미개한지 절감하게 된다.)

골목으로 꺾어들면 ‘대성집’ 전용 주차장이 있다. 그러나 초행자는 ‘대성집’을 찾기도 힘들다. 미리 정보를 파악하고 가는 것이 좋다.

찾아가는 길 서대문 사거리에서 독립문 사거리 쪽으로 한참 가다가 ‘꿈이 있는 약국’ 옆 골목으로 들어서면 된다. 02-735-4259



주간동아 2010.03.30 729호 (p81~81)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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