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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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 나는 성과급”… 삼성 직원들 환호

전체 2조원 사상 최대, 계열사·부서별 희비 교차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02-04 13: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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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맛 나는 성과급”… 삼성 직원들 환호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 근무하는 A씨. 그는 1년간 빠듯하게 살림살이를 꾸리지만 연말 생산성격려금(Productivity Incentive·이하 PI)과 초과이익분배금(Profit Sharing·이하 PS)을 받을 때면 어떤 이도 부럽지 않다. 특히 그가 속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매년 3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올려 성과급 지급 한도인 연봉의 50%까지 받는다. LED TV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면서 벌써 5년째 최고 한도까지 PS를 받고 있는 것.

    삼성그룹 직원이 한 해 받는 돈은 실질적으로 ‘기본급+수당+PI+PS’로 계산된다. 예를 들어, A씨가 1년에 받는 돈은 대략 5600만원. 흔히 연봉이라고 하는 기본급이 3100만원이며, 야근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합한 것이 500만원이다. ‘기본급+수당’은 3500만~3600만원으로 다른 대기업과 비교할 때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다. 하지만 인센티브의 일종인 PI와 PS가 더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기본 월급의 150%를 2회에 걸쳐주는 PI 400여 만원에 연봉의 50%인 PS 1550만원을 더하면 6000만원에 육박한다.

    A씨는 “삼성전자가 연봉이 높은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PI와 PS를 빼고 나면 금융권이나 다른 대기업과 견줘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업무량과 노동 강도를 고려하면 낮은 편”이라며 “PI와 PS를 받아야지 비로소 제대로 된 연봉을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직원들에겐 ‘남의 잔치’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과연 삼성그룹이 어느 정도의 PS를 지급할지가 관심거리다. 막대한 자금이 시중에 풀리면서 내수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10년에도 어김없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전 직원에게 일제히 PS를 지급했다.



    물론 희비가 엇갈린다. 대부분 연봉의 20% 내외의 PS를 받지만 삼성그룹 계열사 간, 그리고 같은 계열사 안에서도 소위 잘나가는 부서와 그렇지 못한 부서가 극명하게 대비를 이룬다. 가령 휴대전화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려 4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올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260만대의 LED TV를 판매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PS 지급 한도인 연봉의 50%를 받는다. 반면 삼성그룹 화학계열사 가운데 한 곳은 실적 부진으로 올해 PS를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같은 시기에 입사한 동기라도 연봉이 최대 2000여 만원 차이가 난다. A씨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와 무선사업부 소속 동기는 최근 몇 년간 연봉 50%의 PS를 받은 반면, 생활가전에 있는 동기들은 PS를 상대적으로 적게 받아왔다. PS에 대한 소외감 때문에 회사를 떠나는 이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이번 삼성그룹의 PS는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해, 수년째 회사 평균 수준에 그쳤던 삼성전자 본사 지원부서들조차 지급 한도에 가까운 48.9%를 받았을 만큼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삼성그룹 임직원이 연말연시에 걸쳐 받은 성과급 규모는 2009년 말 1조원의 PI를 합쳐 2조원대 중반으로 추산된다. 사상 최대 성과급 잔치에 삼성그룹 직원들은 희색만면하지만, 납품업체 및 협력업체 사람들의 낯빛은 결코 밝지 않다. 삼성전자 협력업체의 한 직원은 “열심히 일해 좋은 성과를 거둔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주는 것에 딴죽을 걸 생각은 없지만, 경비 절감을 이유로 납품가를 줄여야 했던 하청업체 직원들의 마음 한켠이 허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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