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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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기자의 펜, 의사의 메스’

  • 박영목 주간동아 인턴기자 연세대 의학과 4학년

    입력2010-02-03 17: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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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생이 여기엔 왜 왔어요? 미친 거 아냐?(웃음)”

    ‘주간동아’의 문을 처음 두드렸던 바로 그날, 한 선배가 대뜸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사람 사는 냄새가 그리워서 왔습니다. 도서관의 책 냄새, 병원에 진동하는 소독약 냄새가 살짝 지겨워졌거든요. 사실 학생 때 아니면 언제 미친 척하고 이런 짓 해보겠어요.

    세상 물정 모르는 의학도가 겁도 없이 기자의 세계에 뛰어든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선배들을 도와 어설프게나마 기사도 다뤘고, 여기저기 다양한 분야를 기웃거려도 봤습니다. 요즘처럼 국내외 소식을 두루 꿴 적도 없네요.

    의학 기사만은 쓰지 않겠노라 다짐했었습니다. 제게 허락된 시간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푹 빠져 살기에도 부족하다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어쩔 수 없더군요. 되돌아보니 제가 만났던 사람, 썼던 기사가 모두 제 영역의 이야기뿐이네요. 가장 잘 아는 분야인 만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노라 변명해봅니다.

    그중에서도 나영이(가명) 수술 집도의인 한석주 교수의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이분이 수술실에서는 호랑이 저리 가라입니다. 작은 실수에도 불호령을 내리는 터라 수술 시간은 늘 긴장의 연속입니다. 생명을 다루는 현장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수술이 끝나면 모두가 녹초가 된다는 것을 알기에 인터뷰를 앞두고 겁부터 났습니다.



    그러나 기자로서 만나니 이분의 인간적인 면모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침을 튀기며 말씀하실 땐 저까지 덩달아 흥분했습니다. 때로는 부모가 아이의 수술을 거부해 아동복지센터에 신고까지 해서 수술을 진행했다는 말씀도 귓가에 맴돕니다.

    세상을 바꾸는 ‘기자의 펜, 의사의 메스’
    살짝 맛만 보다 끝난 기자와 풋내기 의학도로서 펜과 칼을 잡아본 소감을 말하자면 솔직히 무엇이 더 강한지 모르겠습니다. 기자의 손에 쥐어진 펜이나 의사가 잡은 메스나,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마술을 부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마감에 여념 없는 선배 기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이제 저는 메스를 잡아야 할 위치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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