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1

2009.04.14

식당 음식 재사용을 고발함

  • 입력2009-04-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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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 음식 재사용을 고발함

    삼각지 부대찌개.

    최근 언론에서 크게 다루는 문제가 식당 음식의 재사용이다. 유독 한국음식 전문 식당에서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지는데, 이유는 찌개나 탕처럼 끓여내는 메뉴가 흔하고 반찬 가짓수가 많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반찬을 남겼다 몇 번에 걸쳐 먹는데 식당도 좀 그러면 어떠냐’는 억지 주장을 펴는 이도 있지만 주거와 생활을 함께 하는 가족 간의 음식 공유와 불특정 다수 간의 공유는 그 위험도가 천지 차이라는 점을 무시한 어리석은 논리일 뿐이다. 재사용이 쉬운 음식의 종류를 살펴보면 나물이나 무침 형식의 반찬이 대표적이고, 이게 최종적으로 들어가는 찌개나 전골류도 빼놓을 수 없다. 반찬으로 나온 김치를 김치찌개에 넣는 것은 가장 흔한 예고, 공깃밥 남은 것을 모아 새로 한 공기 만든다든지 구워서 후식 누룽지로 내는 방식도 자주 쓰인다. 재사용 사례는 저가의 백반집부터 고가의 한정식집까지 고루 분포되기에 비싼 음식이라고 안심하기도 어렵다.

    재사용을 줄이는 방법이 있음에도 식당들은 일부러 피한다. 외국처럼 칸이 여럿 나뉜 일회용기에 남은 음식을 포장해주면 음식쓰레기도 줄이고 반찬의 재사용도 막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식당이 이를 거부한다. 이는 반찬 재사용을 위한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지 않은가.

    미국의 한국 식당에서는 모든 반찬은 물론 자장의 소스와 짬뽕 국물 남은 것까지 싸가는 게 일반화돼 있는데, 한국에서 그러면 궁상맞다고 흉을 들을 우려가 크다는 점도 한국에서의 음식 재사용을 활성화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체면과 품위 차리는 대가를 재사용 음식을 먹는 것으로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내가 겪은 최악의 음식 재사용 식당은 공덕동 로터리의 김치찌개 전문점이다. 미리 끓여둔 것을 양푼에 담아내는 공사장 밥집 스타일의 음식으로 인기가 높은데, 종이 냅킨 덩어리가 몇 번 씹힌 다음부터는 발길을 끊었다. 삼각지 대로변의 부대찌개 전문점은 미군부대 음식찌꺼기 통의 고깃덩어리를 가져다 썼으니 재사용의 국제화를 이룩한 업적이 있다.



    kr.blog.yahoo.com/igundown

    Gundown은 높은 조회 수와 신뢰도로 유명한 ‘건다운의 식유기’를 운영하는 ‘깐깐한’ 음식전문 블로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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