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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센 ‘인의 장막’

가장 힘센 ‘인의 장막’

사람은 누구나 편견이나 선입관을 갖고 있습니다. 같은 사물을 봐도 사람마다 다르게 판단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누군가에게 피해가 없다면 서로 다르게 생각한들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대상이 된 사람이나 조직 또는 집단에 상처를 주고 갈등을 조장하는 게 문제지요. 편견과 선입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거나 악용되기 쉽습니다. 평소 가깝고 신뢰하는 사람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 사람이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면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4·29 재보선을 앞둔 요즘 민주당은 정세균 당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 진영으로 세력이 갈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손을 맞잡고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던 이들이 요즘은 서로 소 닭 보듯 한다고 합니다. 평소 가깝던 정치인들도 상대편 모임에 참석했다는 소리만 들리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로에 대해 색안경을 끼게 된답니다. 양측은 이 같은 심리까지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세를 불리고 있다네요.

비열하다고요? 그나마 이들은 솔직한 편에 속합니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과 모사(謀事)가 용인되는 ‘정치’라는 틀 안에서 대놓고 벌이는 짓거리이기 때문입니다. 또 자기들끼리는 서로가 그렇다는 것을 알고 이해합니다.

가장 힘센 ‘인의 장막’
우리 사회에는 겉으로는 국민과 역사, 정의와 진실의 편에 서서 속으로는 사리사욕을 챙기는 인간들이 적지 않습니다. 청와대의 대통령 주변이나, 서울역 지하보도 노숙자 우두머리 주변이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어디에든 권력이 있고, 그 권력을 쟁취한 권력자 주변에 권력을 좇는 사람들이 들끓게 마련입니다.

권력자는 자칫 주변인들에 의해 편견과 선입관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최악은 주변인들의 이해가 맞물려 권력자의 눈과 귀와 입을 막는 ‘인의 장막’이 쳐지는 것이죠. 청와대 안과 밖이 딴 세상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가만히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과연 제가 몸담고 있는 조직은 어떤지, 제가 편견과 잘못된 선입관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건 아닌지….



주간동아 2009.03.31 679호 (p76~76)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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