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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홍대 3대 명절 ‘경록절’

‘자기 음악’ 하는 사람들의 자발적 축제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홍대 3대 명절 ‘경록절’

홍대 3대 명절 ‘경록절’

‘경록절’을 알리는 포스터(왼쪽)와 경록절 공연장 모습. [사진 제공·김작가]

매년 2월 11일을 앞두고 홍대 앞 사람들은 이런 연락을 주고받는다.

“너, 이번 경록절 갈 거야?”

크리스마스, 핼러윈데이와 더불어 ‘홍대 3대 명절’이라 불리는 경록절은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인 한경록의 생일을 일컫는 말이다. 개인의 생일이 어떻게 명절로 격상됐을까.  

홍대 앞 1세대 밴드인 크라잉넛의 한경록은 술과 사람 좋아하기로 세상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인물이다. 1990년대부터 그의 음주 기록과 에피소드만 모아도 대하소설 한 편은 가뿐히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쌓이면 사람도 쌓이는 법. 매년 음악계 친구들과 밤새 부어라 마셔라 하는 그의 생일에 오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났다. 한경록이 병역을 마치고 음악계로 복귀한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그의 생일잔치는 클럽 타, 제인스 그루브, 바스켓 치킨 등 지금은 없어진 가게들을 거치며 점점 규모가 커졌다. 2009년 무렵 한때 홍대 앞 음악인의 아지트였던 술집 ‘샤’에 모인 사람들이 그해 유독 대단했던 한경록의 생일잔치 후일담을 나누던 중 ‘홍대 3대 명절’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경록 탄신일’은 누군가의 재치 있는 명명으로 경록절이 됐다. 처음엔 농담이던 이 명칭이 공식화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는 사람끼리의 꽤 큰 잔치였던 경록절이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으로 실시간 중계되며 화제가 됐다. 언젠가부터 경록절을 며칠 앞두고는 한경록의 초대 메시지를 기다리는 게 연례행사처럼 됐다. 급기야 지난해 홍대 앞에서 가장 큰 공연장인 무브홀에서 경록절이 거행됐으며 행사 ‘기획’을 돕는 팀이 꾸려졌다. 온갖 주류회사와 악기회사가 이 거룩하고 기쁜 날을 후원하고 있다.

올해 준비된 주류는 생맥주만 65만cc에 고량주 100병, 위스키 100병이라는 거대한 규모였다. 한경록의 지인들이 오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경록절 포스터를 보고, 또 주변의 입소문을 듣고 호기심 차원에서 오는 이도 많다. 경록절이 흥하는 이유는 술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웬만한 페스티벌을 능가한다’는 평을 듣는 화려한 공연이 있어서다. 크라잉넛은 물론이고 갤럭시 익스프레스, 더 모노톤즈 등 한경록의 오랜 지인을 포함해 한경록이 직접 섭외한 ‘핫’한 후배의 공연이 이어진다. 다른 팀 멤버들이 즉석에서 잼을 펼치기도 하고, 레전드급 음악인이 기타 한 대 들고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올해 경록절의 하이라이트는 최백호의 등장이었다. 청바지에 모자를 쓰고 무대에 오른 그는 ‘봄날은 간다’와 ‘낭만에 대하여’를 불렀다. 꼭 필요한 지점에만 통기타 반주를 넣어가며 불렀다. 목소리만으로도 가히 명창이란 말이 아깝지 않았다. ‘낭만에 대하여’를 젊은 관객들이 ‘떼창’하는 모습에 본인도 놀랐는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부분을 한 열혈청년이 따라 부르자 그를 가리키며 미소 지었다. 김창완, 김수철, 강산에 등 그간 경록절을 빛낸 레전드가 록의 계보에 빛나는 별이었다면, 최백호의 무대는 경록절을 한국에서 ‘자기 음악’ 하는 이들의 자발적 축제로 격상하는 인증이었다.

저녁 8시부터 시작한 경록절은 다음 날 새벽 2시에 끝났다. 맥주 65만cc와 고량주100병, 위스키 100병이 모두 동났음은 물론이다. 이것도 모자라 음악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한잔을 더 찾아 휘황찬란한 홍대앞 밤거리 속으로 사라졌다. 와이낫과 타틀즈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상규는 술에 살짝 취해 말했다. “우리가 다 죽고 100년 뒤에도 후배들이 계속 경록절을 이어나갔으면 좋겠어.” 그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주간동아 2017.02.22 1076호 (p78~78)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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