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0

2008.04.08

원조 꽃미남 밴드 듀란듀란 온다

  • 정일서 KBS 라디오 PD

    입력2008-04-02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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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조 꽃미남 밴드 듀란듀란 온다
    1980년대 라디오와 팝송에 열광했던 세대에게 듀란듀란(Duran Duran)이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특히 그때 소녀 시절을 보냈다면 그들의 사진이 방 벽이나 연습장 표지를 장식했을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듀란듀란이 다시 한국에 온다. 1989년 이후 19년 만에 성사된 두 번째 내한공연은 4월1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1980년대 초반 MTV의 부흥과 함께 등장한 수많은 비디오형 스타 가운데서도 듀란듀란은 단연 돋보였다. 그들은 컬처클럽, 왬, 스팬도 발레 등과 이른바 뉴 로맨틱 붐을 이끌며 순식간에 영국을 장악한 뒤 노도처럼 대서양을 건넜고, 사람들은 이를 제2차 브리티시 인베이전(영국음악의 미국 침공)이라고 불렀다. 놀라운 미모의 다섯 사내로 구성된 듀란듀란은 1981년 데뷔 이래 ‘Rio’ ‘Union of the snake’ ‘Reflex’, 영화 007 주제가였던 ‘A view to a kill’, ‘Notorious’ 등의 히트곡을 잇따라 터뜨리며 전 세계 소녀팬들의 우상으로 군림했다. 듀란듀란의 잘생긴 얼굴이 MTV 시대의 총아였던 건 분명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그들의 음악적인 면이 평가절하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들의 히트곡들은 지금 들어도 충분히 멋지다.

    최근 인기 절정의 프로듀서 팀발랜드와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참여시켜 완성한 새 앨범 ‘Red Carpet Massacre’ 발매 기념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내한공연은 사이먼 르 봉, 존 테일러, 닉 로즈, 로저 테일러 등 앤디 테일러를 제외한 전성기 멤버 4명이 모두 참여해 기대를 모은다. 당대 꽃미남들도 어느덧 5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원조 꽃미남 밴드 듀란듀란 온다
    2007년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최근 국내 개봉한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My Blueberry Nights)’는 왕자웨이(王家衛) 감독 최초의 영어 영화로도 기대를 모았지만, 2003년 그래미에서 8개 트로피를 차지한 팝 재즈계의 신데렐라 노라 존스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중경삼림’의 미국 버전이라는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왕자웨이 특유의 색감과 카메라워크, 그리고 분위기가 주는 매력은 여전하지만 과거 이상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음악은 합격점이다. 왕자웨이는 역시 음악을 고르는 데는 탁월한 감각을 가졌다. 우선 귀를 잡아끄는 것은 여주인공으로 무난한 연기를 펼친 노라 존스가 영화를 위해 선물한 ‘The story’, 단출하지만 깊은 향기를 남기는 중독성 강한 노래다. 여기에 슬라이드 기타의 달인 라이 쿠더가 들려주는 곡들이 힘을 더하고 오티스 레딩의 ‘Try a little tenderness’, 루스 브라운의 ‘Looking back’ 등 과거의 히트 넘버들도 영화 속 인상적인 장면들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한다.

    ‘Living proof’ ‘The greatest’ 두 곡을 수록하고 있는 미국 남부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캣 파워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모든 곡들이 애잔하고 조금은 황량한 왕자웨이식 사랑찾기를 멋지게 뒷받침한다. 확실히 영화보다 나은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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