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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전국 생활서비스 지수

“가뜩이나 살기 힘든 섬마을 밤이면 더 기막히당께”

[최하위 전남 신안군] 대부분 하루 2차례 배편 … 약국은 고사하고 목욕탕도 없어 문화생활 꿈 못 꿔

“가뜩이나 살기 힘든 섬마을 밤이면 더 기막히당께”

“가뜩이나 살기 힘든 섬마을 밤이면 더 기막히당께”
전남 신안군 옥도에서 평생 살아온 송·#51931;·#51931;(80) 할아버지는 3월11일 목포행 배를 타러 아침 9시15분쯤 선착장에 나갔다가 그만 놓치고 말았다. 평소 이르면 9시30분, 늦으면 10시가 다 돼서야 도착하던 배가 이날따라 빨라진 조류 때문에 9시에 도착했다가 일찌감치 떠난 것이다.

옥도에서 목포까지 오가는 배는 하루 두 번. 다음 배는 오후 3시30분쯤에나 있다. 마냥 기다릴 수 없던 할아버지는 인근 섬들만 오가는 배인‘새마을호’를 타고 하의도로 건너와 낮 12시30분 목포행 배에 몸을 실었다. 목포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10분이 훌쩍 넘은 뒤였다. 쾌속정으로 50분 남짓한 거리를 송 할아버지는 6시간 가까이 걸려서 온 셈이다. 이날 할아버지가 목포에 온 이유는 목포 시내에 자리한 신안군청에서 서류 한 통을 떼기 위해서였다.

인구 급감해 생활서비스 더욱 열악

옥도는 신안군을 이루는 1004개 섬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72개 유인도 가운데 하나다. 지리적으로 목포와 가깝거나 관광객이 자주 찾는 7~8개를 제외한 대부분의 섬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루 평균 2회, 많아야 3~4회 육지를 오가는 배편이 전부인 것.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팀이 지난해 전국 232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각종 생활서비스 실태조사 결과, 신안군이 가장 열악한 지역으로 평가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1969년 무안군에서 분리될 당시 신안군의 인구는 17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2006년 현재에는 4만6000여 명에 불과하다. 인구가 40년 가까이 꾸준히 줄어 25%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인구가 줄면서 생활서비스 수준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열악해졌다. 신안군 내에 종합병원은 전무하다. 모두 49개 의료시설이 있지만 간단한 약 처방 정도만 가능한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가 대부분이다. 의사 수는 군 전체를 통틀어 9명(치과의사 1명 포함)에 불과하다.

기초 인프라 수준도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돈다. 도로율이 전국 평균 5.4%의 절반 수준인 2.9%에 그치고, 도로포장율도 75%로 전국 평균의 77.3%에도 못 미친다. 상수도 보급률은 32.4%로 전국 평균 76.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生家)가 자리한 신안군 하의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의 임기 초 생가를 찾아 외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어 한때는 목포에서 하의도까지 5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쾌속선이 하루 세 번 오갔다. 여기에 3시간 정도 걸리는 차도선(여객과 자동차를 싣고 운항하는 배)이 하루 세 번 사람들을 실어날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쾌속선은 사라지고 차도선만 남았다. 오가는 사람 수가 줄어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하의도에는 941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주민은 약 2000명. 학생 수는 초등학생 30명과 중·고등학생 30명 등 60명이 전부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은 3명, 중·고등학생도 각각 3명과 4명에 불과하다.

전국 최하위 6.4% 재정자립도

“가뜩이나 살기 힘든 섬마을 밤이면 더 기막히당께”

전남 신안군 하의도 선착장에 도착한 배(차도선)에서 사람들과 차들이 내리고 있다. 선착장에는 배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서 있다.

추점봉 하의면 면장은 “신안군 지역에서 매년 광주교대에 7명씩 입학배정을 받아 그나마 학생 수가 조금 회복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의도에는 문화시설이 전혀 없다. 비디오방 하나도 없을 정도다. 노래방 2개가 그나마 마을 사람들을 위로하는 대체 문화시설이다. 약국도 없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목욕탕”이라는 게 추 면장의 얘기다.

그렇다면 목포에서 배로 10분 거리인 압해도는 어떨까. 압해도는 그나마 신안군에서 생활환경이 좋은 편에 속한다. 목포에서 섬까지 매 시간 두 차례씩 배가 오간다. 하지만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마지막 배가 끊기면 섬은 깊은 잠에 빠져든다. 섬의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은 35인승 미니버스 3대가 전부. 이 버스도 배 시간에 맞춰 멈춰 선다.

압해도 주 수입원 가운데 하나가 천일염이다. 마을 사람 상당수가 염전에서 일하면서 먹고산다. 배를 타다가 1년 전부터 염전에서 일을 시작했다는 박·#51931;·#51931; (66) 씨는 “한 달에 60만원 정도 번다. 나보다 일 잘하는 40, 50대는 70만~80만원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안군의 재정자립도가 6.4%로 전국 최하위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의도에서 출발한 배가 목포여객터미널에 도착할 즈음, 자리에서 일어서는 송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다니는 게 불편하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송 할아버지는 지긋이 웃으면서 세상을 달관한 듯 말했다.

“우리야 이제 다 살았는데 뭐. 그래도 옛날보다는 많이 나아졌지, 허허.”

[인터뷰] 박우량 신안군수

“주민 소득 5000달러 고작 … 개발한다면 섬 통째로 주겠다”


“가뜩이나 살기 힘든 섬마을 밤이면 더 기막히당께”
- 신안군이 전국 232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생활서비스 수준이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어느 정도인가.

“소득 2만 달러 시대라고 하는데, 이곳 수준은 5000달러도 안 된다. 하루에 배가 두 번밖에 안 다니니 삶의 질이 어떻겠는가. 서울과 도쿄의 생활 차이는 별로 없다. 하지만 한국의 섬과 일본의 섬 생활은 20~30배 차이가 난다.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에 구멍이 난 것이다.”

-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요즘 두바이 인공섬이 난리인데, 접근성과 숙박시설만 갖추면 이곳이 두바이보다 훨씬 훌륭하다. 임자도에는 12km에 이르는 국내 최고, 최장의 해수욕장이 있다. 신안군 전체에 빼어난 경관을 갖춘 해수욕장이 499개나 된다. 그런데 정부는 개발도 못하게 하고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규제완화에도 미온적이다.”

- 많이 답답할 것 같다.

“군 한 해 예산 4000억원으로 경기 파주시 등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를 사서 군민을 전부 데리고 이주할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다. 재벌들이 원한다면 섬 하나를 통째로 주고 싶다. 섬 이름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관심이 없으면 중국 상하이로 섬을 팔러 갈까도 생각 중이다.”

-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데, 고령화 속도는?

“만 65세 넘는 인구가 1만2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7~28%에 이른다. 15%만 넘어도 고령화라고 일컫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것이다. 이 정도 속도라면 무인도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하의도도 15년 안에 무인도가 될 수 있다.”

- 지역개발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압해면에 925만m2(280만평) 규모의 중소형 조선단지를 유치하고 529만m2(160만평)의 신도시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것이 성공하면 연간 300억~400억원의 수입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그럼 그 자금으로 다른 낙후지역을 개발할 생각이다.”




주간동아 2008.03.25 628호 (p50~51)

  • 신안군=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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