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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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 갈등 민노당 이러다 쪼개질라

평등파 vs 자주파 대선 후 사상논쟁으로 첨예 대립 … 지도부의 ‘從北주의’가 핵심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8-01-09 1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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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파 갈등 민노당 이러다 쪼개질라

    1월1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당사에서 열린 단배식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의원들 (왼쪽부터 최순영, 천영세, 심상정, 노회찬 의원).

    민주노동당이 정파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의 3% 득표율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사상논쟁은 ‘끝장’을 향해 치닫고 있다. 당 지도부의 입에서 ‘분당(分黨)’ 발언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다.

    논쟁을 촉발한 사람은 조승수 전 의원(현 당 진보정치연구소장)이다. 조 전 의원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12월26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노동당 내 친북(親北)세력과 결별하지 않고는 당을 함께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다음은 조 전 의원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

    총선 대비한 비상대책위 구성도 실패로 끝나

    “지금 민주노동당은 친북세력에 사로잡혀 있다. 친북세력과 결별하지 않고는 민주노동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그의 발언이 공개된 이후 진중권 중앙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등의 지원사격이 이어지면서 민주노동당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갈등의 핵심은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종북(從北)주의’다. 당내 평등파(PD 계열)는 “당 지도부인 자주파(NL 계열)가 북한의 핵무장이나 일심회 사건 등을 비판하지 않고, 북한을 무조건 추종하는 태도를 보여 결국 당과 국민을 괴리시켰다”고 주장한다.

    평등파의 요구는 아주 단순하다. “‘종북주의’ 노선 폐기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전면적으로 당을 쇄신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평등파는 ‘종북주의 종결’이 당 혁신안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평등파의 최대 조직인 ‘전진’의 김종철 상임집행위원장의 말이다.

    “‘종북주의’가 없다면 없다고 당당히 밝히고, 국민에게 정체성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자주파는 ‘선언’조차 거부하고 있다. 국민은 민주노동당의 북한에 대한 입장을 궁금해하고 걱정한다. 자주파는 문제를 알면서도 총선 일정을 이유로 논쟁의 핵심을 피해가고 있다.”

    평등파의 공격을 받은 자주파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자주파인 김창현 전 중앙당 사무총장은 “당내에는 누구나 다 알다시피 평등파와 자주파가 있는데, 북한에 대한 태도나 통일문제를 중심에 두는 것을 종북이라고 하는 건 정치공세다. ‘종북주의’의 실체도 없다. 대선이 끝난 직후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을 보면 대선 패배 후유증을 함께 딛고 일어서려는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된다. 단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선 당시 ‘코리아연방공화국’을 설파하며 자주파의 선봉에 섰던 이용대 정책위의장도 “총선까지 100일 남았는데 이때까지 노선 논쟁을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선 정리는 총선 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임시 당대회서도 합의 도출 못하면 최악 상황 올 수도

    원래 당 지도부는 대선 직후 심상정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출범시켜 총선을 치를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패로 끝났다. 지난해 12월29일 비대위 구성을 위한 중앙위원회가 열렸으나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시급히 총선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현실론을 편 자주파와 “전면적 당 쇄신을 위해 종북주의와 패권주의 ‘청산’, 당 강령 정신 및 당 민주주의 실현, 전면 쇄신안 마련”을 주장한 평등파 간 의견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평등파는 “자주파가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총선을 이유로 ‘미루기’로 일관한다”며 비판의 칼날을 거두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의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자주파 성향의 당원들이 집단 입당할 때부터 논란은 불거졌다. 당시 당내에선 자주파의 입당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총선 이후 자주파가 당의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걱정과 갈등은 현실로 나타났다.

    이후 4년간 당권을 빼앗긴 평등파는 줄곧 폐쇄적 정당 운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자주파라 불리는 정확한 실체가 없는 조직이 폐쇄적으로 당을 운영한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었다. 이에 대해 조 전 의원은 “유령과 싸우는 기분”이라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전진’ ‘다 함께’ 등 평등파 조직이 공공연히 활동하고 있지만, 최대 정파인 자주파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화제가 됐던 ‘일심회’ 간첩사건을 통해 조직의 일단이 드러났지만 이마저도 흐지부지 지나갔다.

    이와 관련해 자주파는 “당내에서 북한식 사회주의로 통일하자는 세력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자주파의 네트워크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활동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당내 종북주의 논란과 관련해 9명의 현역 의원은 각자의 견해에 따라 묘한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다. 당장 민주노동당 간판으로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이들로선 분당에 앞장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당의 문제를 모른 척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비례대표 후보 문제는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심 의원이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비대위의) 요구조건도 ‘비례대표 후보 추천권’이었을 정도다.

    그러나 ‘전진’ 측은 “비례대표 공천권을 갖는다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종북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당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것. ‘전진’ 측은 이미 비례대표 후보 불출마를 선언하고 자주파와의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다.

    1월15일경으로 예정된 임시 당대회는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심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대위가 꾸려질 수 있을지, 어느 정도 권한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만약 당대회에서도 양 계파가 일정한 합의를 보지 못하면 총선 전하면 최악의 시나리오(분당)가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평등파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주파를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합의할 수 있는 선은 넘었지만 당내 투쟁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략인 것. 과연 진보정당을 표방한 민주노동당이 분당의 길을 걸을 것인지, 아니면 자주파의 퇴장과 함께 혁신을 이룰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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