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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BBK 이후 대선 3대 변수

‘충청 1등이 전국 1등’ 대선의 법칙?

전통적인 캐스팅보트 지역, 아직은 안개 속 표심… 이명박 지지한 JP 영향력 클까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충청 1등이 전국 1등’ 대선의 법칙?

“냅둬유. 뭐 하러 그런 걸 다 말한대유. 지 혼자 알고 있다가 찍을 거유.”

대통령선거의 향방을 가를 변수 가운데 하나인 ‘충청 표심(票心)’을 취재하기 위해 12월3~4일 대전-충청권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한 표가 아쉬운 대선 후보들이나 선거에 관심 있는 이들의 눈길이 자신들에게 쏠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충청인들의 시계는 ‘대선 5분 전’에 멈춰 있었다.

“시끌시끌하기만 하고 잘 모르겄시유. 부정부패가 없고 국민을 잘살게 하는 대통령이 나오면 좋겄시유.”(이영섭, 충남 연기군 조치원역 앞 포장마차 주인)

역대 대선에서도 대전-충청의 민심은 선거 이후에나 확인이 가능했다. 출구조사와 실제 투표결과가 크게 차이날 정도로 사람들이 좀처럼 본심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 그래서 막판까지 표심의 향배를 알기가 무척 어려운 곳이 충청권이다.

충청 기반 둔 이회창·이인제 후보 특별한 관리



전통적으로 대전-충청 지역 표심이 특별히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 지역 투표자들이 1992년 대선에서 영남 후보를, 97년엔 호남 후보를, 2002년엔 노무현 후보를 밀어 당선자를 만들어내는 캐스팅보트 구실을 했기 때문.

그동안 대전-충청권은 될 만한 사람을 밀어주는 분위기였다. 충청권의 유권자 수는 377만여 명으로 전국(3767만여 COVER STORYBBK 이후 대선 3대 변수

‘충청 1등이 전국 1등’ 대선의 법칙?

전통적인 캐스팅보트 지역, 아직은 안개 속 표심… 이명박 지지한 JP 영향력 클까

명)의 약 10%를 차지한다. 16대 때는 347만여 명 가운데 233만여 명이 투표에 참가해 노무현 후보에게 51.8%, 이회창 후보에게 40.8% 투표했다. 즉, 아직 분명한 표심이 드러나지 않아도 일단 힘이 실리면 ‘몰아주기’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후보들도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1월27일 이후 충청권 공략에 공을 들였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유세 첫날 대전 번화가인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 한복판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가 안 될 거라고 하지만, 저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도 같은 날 대전역 유세에서 “여러분의 고충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저를 뽑으면 노무현 정권이 확실하게 정동영 정권으로 바뀌는 것”이라며 자신의 집권도 ‘정권교체’임을 부각했다. 충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무소속 이회창, 민주당 이인제 후보도 이 지역을 자신들의 표밭으로 보고 특별관리하고 있다. 이인제 후보는 플래카드에 ‘유능한 충청 대통령 이인제’라는 문구를 썼을 정도.

말을 아끼던 대전-충청 유권자들이 어렵게 의견을 드러내도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은 별로 없었다. 이명박 이회창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었지만, 정동영 문국현 후보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이들도 제법 있었다.

“이명박 후보가 밑바닥에서부터 커왔고, 힘든 일도 겪어봤으니 경제를 실질적으로 낫게 하지 않겠나. 개중에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권순문, 청주 육거리시장 안동건어물 주인)

“이회창 후보는 검증되지 않았나. 경제도 꼭 살릴 거라 믿는다. 이명박 후보가 경제대통령이라고 하지만 위장전입, 자녀 위장취업 등으로 신뢰성이 떨어진다.”(김현수, 대전 중앙시장 가방가게 주인)

“이번 대선에는 처음부터 끌리는 후보가 없었다. 이회창 후보가 등장하고, 문국현 후보가 두각을 나타내는 등 막판에 변수가 많아 흥미롭기는 하다. 이 시대는 보수와 진보 어느 한쪽의 색깔을 가진 후보가 나라를 이끌기에는 지나치게 다원화돼 있다. 양쪽의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 깨끗한 기업가 이미지인 문 후보가 그나마 마음에 든다.”(김정아, 대전 유성구 전업주부)

“집권 가능하고 정책의 일관성 면에서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를 지지한다. 대선을 거치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 사업이 축소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우리는 중앙부처가 반드시 이곳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주장을 받아들이면 몰표를 줄 텐데 정 후보 외에는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홍석하, 세종특별자치시 추진 연기군 주민연대 사무국장)

한마디로 대선을 보름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충청권 표심은 진눈깨비가 내렸다가 개기를 반복한 12월3일 오후의 날씨처럼 종잡을 수 없었다. 이날 오전 이회창 후보와 국민중심당 심대평 전 후보가 단일화 선언을 한 이후 표심은 더욱 안개 속으로 숨어버렸다. 심 후보의 대전-충청 지지율이 1.1%(12월2일 동아일보 조사)에 그쳐 지지율 단순 합계로만 보면 단일화 파괴력은 크지 않을 듯하지만, 충남도지사 3선 경력의 심 후보가 지역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경우 이회창 후보의 약진이 기대된다는 의견도 있다.

30년 동안 택시 운전을 해온 서정환(65) 씨는 “충청권에 지지기반이 있는 두 후보가 단일화해서 힘을 크게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공약이 좋고 많으면 뭐 하나. 제대로 실행하지도 못하는데…. 이회창 후보는 그동안 시련을 많이 겪었다. 이번에 또 떨어지면 살맛 나지 않을 것 같아 밀어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 측 대전시사무소 관계자는 “심대평 후보와의 단일화 이후 우세 판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이 후보가 이 지역에 갖고 있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대전-충남 지역은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머지 후보 측도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대전시당 관계자는 “이회창과 심대평 후보 단일화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지만 10년 동안 홀대받았다고 생각하는 지역 분위기 탓에 정권교체를 강력히 원하고 있어 한나라당이 유리한 상황이다. 여기에 외가가 충북 옥천인 박근혜 전 대표가 지원 유세를 펼쳐주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전시당 관계자는 “이 지역에서 신당의 지지세가 약한 건 사실이다. 지금까진 유권자들이 당에 대해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선거일이 임박해지면 평상심을 되찾을 것으로 본다”며 3강 구도가 지속되길 기대했다.

12월1일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30.1%, 이회창 25.4%

또 하나의 변수는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 한나라당은 심 후보를 버리고 김 전 총재를 얻었다. 따라서 심 후보의 이회창 후보 지지선언 이후 흔들리던 충청권 민심이 이명박 후보 쪽으로 기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총재는 12월5일 검찰의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결과 발표 직후 이명박 후보와 강재섭 대표에게 잇따라 전화를 걸어 “정권교체를 위해 돕겠다”며 사실상 이 후보 지지의사를 천명했고 이튿날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충정권에서 김 전 총재의 상징성은 심대평 대표와 비교할 수도 없다”며 “특히 JP의 지지발언으로 지역당을 만들려 하는 이회창 후보와 심 대표의 발상 자체를 무색게 하는 동시에 이명박 후보만이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회창 캠프의 이흥주 홍보특보는 “심 대표는 JP가 키운 후계자인 만큼 이제 와서 JP가 움직인다고 해서 충청 민심이 움직이진 않는다”며 “심 대표와 이회창 후보가 하나로 묶이면서 충청인들의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에 민심은 ‘이회창-심대평’에게 갈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전-충청은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가장 치열하게 경합하는 지역이다.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KRC)가 11월30일과 12월1일 실시한 ‘2007 대선 관련 20차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후보(30.1%)가 이회창 후보(25.4%)를 4.7%포인트 앞섰다. 일주일 전 조사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28.8%, 이회창 후보가 29.0%로 호각을 이뤘다.

이번 조사에서 이회창 후보는 대전-충청에서 자신의 전국 평균지지율보다 7.8%포인트 높았으며, 특히 대전(29.1%)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반면 정동영 후보는 11.0%,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3.4%,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4.0%였다.

이 지역에선 특히 젊은 층의 이회창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 흥미롭다. 동아일보 20차 여론조사에서 20대 이하에선 이회창(29.7%) 이명박(23.6%) 정동영(14.5%) 순으로 나타난 반면, 50대 이상에선 이명박(35.8%) 이회창(24.8%) 정동영(5.7%) 순이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만난 대학생 조민주(20·전자학과 3년) 씨는 “이회창 씨가 깨끗해 그를 밀려 한다”고 했고, 대전역에서 만난 이재형(25·유학 준비생) 씨는 “지난 대선 때 이회창 씨를 지지했는데 이번에 정계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나와 생각이 바뀌었다. 그러나 BBK 사건에 이명박 후보가 관련 있으면 이회창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출구조사까지도 안심할 수 없는 지역 민심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던 BBK 사건은 12월5일 검찰이 이명박 후보의 혐의가 없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일단락됐다. 4일에만 해도 “사건 결과를 보고 찍겠다”(박영옥·29·카이스트 사무기능원)는 이들과 “이와 무관하게 이명박 후보에게 투표하겠다”(이성진·23·배재대 휴학생)는 이들이 고루 존재했다. 실제 수사 발표 직후 가진 여론조사는 이런 민심을 그대로 반영했다.

CBS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주간 전화면접 조사결과, 이명박 후보는 45.3%를 기록해 전주 대비 6.1%포인트 올라 이회창 후보 출마선언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고 노컷뉴스가 6일 보도했다. 반면 11월 마지막 주에 2위이던 이회창 후보는 전주 대비 7.1%포인트 빠진 13.1%를 기록해 18.5% (6.9%↑)를 기록한 정동영 후보에게 2위 자리를 내줘 검찰수사 발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대전-충청에서도 5.4%포인트 올랐지만, 이회창 후보는 이 지역에서도 5.4%포인트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종 표심을 속단하긴 이르다. 이 지역 민심은 출구조사에서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과거 선거는 보여줬기 때문이다. D-1까지 각 후보들이 최선을 다해 대전-충청 지역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충청 1등이 전국 1등’ 대선의 법칙?
역대 충청 표심을 살펴보니

괴산군 표심 전국 투표결과와 일치 ‘최고 족집게’


올해 5월 동아일보의 대선 지리정보시스템(GIS) 분석 보도에 따르면, 충청권 민심은 실제 투표결과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시군구에서 실제 대선결과에 가장 근접한 득표율을 보인 충북 괴산군은 당보다는 인물을 보고, 당선될 만한 사람을 밀어주는 충청도 민심을 그대로 보여줬다. 괴산군의 13개 읍면은 14대 때 한 곳(불정면)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자당 김영삼 당선자를 많이 찍었다. 15대 때는 연풍면을 제외한 12곳이 국민회의 김대중 당선자를 더 많이 찍었고, 16대 때는 모든 읍면이 민주당 노무현 당선자를 더 많이 찍었다.

민심 ‘바로미터’ 시군구 전국 2위인 충남 천안시도 14대 때는 23개 읍면동 모두 김영삼 당선자를 가장 많이 지지했고 15대 때는 26개 읍면동 중 23곳에서 김대중 당선자가, 16대 때는 25개 중 20곳에서 노무현 당선자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대전은 5개 구가 모두 3차례 대선에서 당선된 후보에게 더 많이 투표했다. 14대 때는 대전 80개 동 중 판암2동, 정림동을 제외한 78개 동에서 김영삼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15대 때는 전체 87개 동 중 81개 동에서 김대중 후보가 40%대로 1위 득표했다. 16대 때는 전체 76개 동 중 59개 동이 노무현 후보를 50%대로 지지했다.

특히 충남은 후보 고향에 따라 성향이 나뉘었다. 예산군(민자당-한나라당 계열 50.6%)을 제외한 모든 시군구에서 국민회의-민주당 계열 후보의 득표율이 매번 높았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고향인 예산군에서 16대 대선 때 72%의 압도적인 득표를 올렸다.

반면 충남 논산시는 3차례 대선에서 민자당-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이 평균 25.3%에 그쳤다. 15대 대선 때 국민신당 후보였던 이인제 의원의 고향인 논산시에서 이회창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13%에 그쳤다.




주간동아 615호 (p22~26)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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