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4일, 이명박 후보 캠프의 한 분과 저녁식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보다 한참 연배가 위인 그분은 식사시간 내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마음과, 이 후보가 왜 최선의 선택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힘주어 강조했습니다. 다음 날 있을 검찰 발표에 대한 자신감도 은연중 내비쳤습니다.
5일, 검찰 발표는 그분의 예상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로써 그동안 이 후보의 머리 위를 맴돌던 의혹의 먹구름은 말끔히 가신 듯 보입니다. 물론 나머지 후보들은 검찰의 발표 내용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어찌 됐건 검찰 발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의 지지율이 부쩍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6일, 인터넷 언론에 ‘각계에서 이명박 지지선언 봇물’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랐습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한나라당사에 모여 ‘이 후보 지지 선언식’을 하는 사진이 인상적이더군요. 마치 ‘이명박 대세론’에 걸림돌은 이제 다 없어졌다는 것을 안팎에 시위하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대목에서 또 다른 의문이 생깁니다. ‘정말 그런가?’ 하는 의문입니다. ‘검찰 발표대로라면 김경준 씨는 왜 제 발로 사지(死地)인 한국에 돌아왔을까’ 하는 과거사적 호기심에서부터 ‘앞으로 판을 뒤흔들 중대 변수는 정말로 없는 것일까’ 하는 미래에 대한 궁금증까지, 생각해볼 것들이 여전히 머릿속을 복잡하게 합니다. 이건 기자 직업을 가진 부류의 고질적인 의심증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심증 혹은 호기심을 천착한 결과가 이번 호 첫 번째 섹션입니다. 전체 유권자 중 무려 42%를 점하는 20, 30대의 선택, 역대 선거마다 캐스팅보트 구실을 해온 충청도 표심(票心), 이회창 씨 출마로 분열된 보수층의 향배를 다룬 이번 커버스토리도 그러나 독자 여러분께 속시원한 정답을 보여드리지는 못한 듯싶습니다. ‘우리나라 정치란 게 워낙 예측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뻔한 변명 외에는 달리 드릴 말씀이 없네요.
하지만 우리 기자들은 그 정답의 최대 근사치(近似値)라도 찾기 위해 뛰어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꺼진 불도 다시 보는 게 기자라는 직업의 숙명 같은 것이니까요. 살짝 속내를 말씀드린다면, 당연시되는 것을 다시 살펴봄으로써 훗날의 승자에게는 겸허함을, 패자에게는 반성의 기회를 남길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없지는 않습니다.
결국 이 직업을 내던지지 않는 한 이놈의 의심증은 고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편집장 송문홍
5일, 검찰 발표는 그분의 예상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로써 그동안 이 후보의 머리 위를 맴돌던 의혹의 먹구름은 말끔히 가신 듯 보입니다. 물론 나머지 후보들은 검찰의 발표 내용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어찌 됐건 검찰 발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의 지지율이 부쩍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6일, 인터넷 언론에 ‘각계에서 이명박 지지선언 봇물’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랐습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한나라당사에 모여 ‘이 후보 지지 선언식’을 하는 사진이 인상적이더군요. 마치 ‘이명박 대세론’에 걸림돌은 이제 다 없어졌다는 것을 안팎에 시위하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대목에서 또 다른 의문이 생깁니다. ‘정말 그런가?’ 하는 의문입니다. ‘검찰 발표대로라면 김경준 씨는 왜 제 발로 사지(死地)인 한국에 돌아왔을까’ 하는 과거사적 호기심에서부터 ‘앞으로 판을 뒤흔들 중대 변수는 정말로 없는 것일까’ 하는 미래에 대한 궁금증까지, 생각해볼 것들이 여전히 머릿속을 복잡하게 합니다. 이건 기자 직업을 가진 부류의 고질적인 의심증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심증 혹은 호기심을 천착한 결과가 이번 호 첫 번째 섹션입니다. 전체 유권자 중 무려 42%를 점하는 20, 30대의 선택, 역대 선거마다 캐스팅보트 구실을 해온 충청도 표심(票心), 이회창 씨 출마로 분열된 보수층의 향배를 다룬 이번 커버스토리도 그러나 독자 여러분께 속시원한 정답을 보여드리지는 못한 듯싶습니다. ‘우리나라 정치란 게 워낙 예측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뻔한 변명 외에는 달리 드릴 말씀이 없네요.
하지만 우리 기자들은 그 정답의 최대 근사치(近似値)라도 찾기 위해 뛰어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꺼진 불도 다시 보는 게 기자라는 직업의 숙명 같은 것이니까요. 살짝 속내를 말씀드린다면, 당연시되는 것을 다시 살펴봄으로써 훗날의 승자에게는 겸허함을, 패자에게는 반성의 기회를 남길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없지는 않습니다.
결국 이 직업을 내던지지 않는 한 이놈의 의심증은 고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편집장 송문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