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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광암 특파원의 Tokyo Freeview

가장 더러운 WBC 플라이급 타이틀매치

가장 더러운 WBC 플라이급 타이틀매치

가장 더러운 WBC 플라이급 타이틀매치

가메다 일가의 권투선수 3형제. 가운데가 둘째 다이키 선수다.

10월11일 도쿄에서 열린 WBC 세계 플라이급 타이틀전의 ‘후(後)폭풍’이 2주가 넘도록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민영방송인 TBC가 일본 전국에 중계한 이날 경기는 일본 선수끼리의 경기였음에도 간사이(關西) 지방에서 40.9%의 순간 최고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챔피언은 올해 33세인 나이토 다이스케(內藤大助). 하지만 복서로서는 할아버지나 다름없는 그를 보기 위해 일본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린 것은 아니었다. 올해 18세인 가메다 다이키(龜田大毅)가 타이틀을 따내느냐, 실패하느냐가 이날의 관심사였다.

도 넘은 반칙작전 가메다 일가 행태 여론 ‘발끈’

세계 랭킹 14위에 불과한 그가 스타 대접을 받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다이키 선수보다 세 살 위인 형 고키(興毅) 씨는 WBA 라이트플라이급 세계 타이틀 보유자. 두 살 아래 동생은 아직 아마추어지만 장래가 촉망되는 권투선수다. 이들 3형제를 복서로 키운 이는 아버지 시로(史郞·42) 씨였다. 일부 매스컴은 그가 2003년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3형제를 키우는 개인사를 덧칠해 가메다 일가를 가족애와 가정교육의 표본인 것처럼 미화해왔다.

상대 선수에 대한 거친 매너와 폭언 등 가메다 일가의 비교육적인 언행조차도 일부 매스컴에는 감점요인이 아니라, 대중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훌륭한 소재였다. 이번 경기에서도 가메다 일가는 이런 기대에 부응했다.

경기 하루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이키 선수는 “나는 경기에서 지면 할복하겠다. 나이토,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며 나이토 선수를 몰아붙였다. 15세나 연상인 나이토 선수에게 욕설에 가까운 반말을 퍼붓는 다이키 선수의 표정에는 아무 거리낌도 없었다.



그러나 권투는 입으로 하는 경기가 아니었다. 링에 오르자 나이토 선수의 경륜은 다이키 선수의 패기를 압도했다. 8회전 경기 후 발표된 중간채점 결과도 나이토 선수의 압승이었다. 가메다 일가의 무패(無敗) 신화가 무너질 게 기정사실이 되자 링사이드에 있던 아버지와 형은 반칙작전을 지시했다. 다이키 선수는 이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챔피언을 껴안은 뒤 심판이 안 보이는 위치에서 손가락으로 눈을 찔러댔다. 마지막 라운드의 공이 울린 뒤에는 챔피언을 들어 바닥에 메다꽂는 등 아예 씨름선수로 나섰다. 패배가 확정된 상태에서 이뤄진 단순한 분풀이였다.

권투경기 사상 유례가 없는 ‘더러운’ 경기를 편 가메다 일가에 대해 일본복싱커미션(JBC) 윤리위원회는 10월15일 강력한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다이키 선수 본인에게는 은퇴경고나 다름없는 1년간 출장정지, 아버지 시로 씨에게는 무기한 세컨드 자격정지, 형 고키 씨에게는 엄중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하지만 이 정도 징계로는 부족하다는 게 일본 국민의 여론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불과 보름 전까지 가메다 일가가 누리던 폭발적 인기를 감안하면 하루아침에 뽕나무 밭이 바다로 바뀐 듯한 느낌이다. 이번에 정도가 좀 심하기는 했지만 가메다 일가는 이전에 대중이 환호했던 방식으로 경기를 했을 뿐이다.

일이 어디서 꼬인 것일까. 일정한 선을 넘어서는 순간 대중의 환호는 피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상어 떼의 이빨로 돌변한다는 사실을 가메다 일가는 몰랐던 것이다. 정치인이든 기업이든 스포츠 선수든 그 경계선을 시험하려 해서는 안 된다.



주간동아 2007.11.06 609호 (p7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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