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요리사와 요리!|안양 삼덕집 순댓국밥

제대로 된 순댓국엔 순대가 없다

  • 허시명 여행작가 twojobs@empal.com

제대로 된 순댓국엔 순대가 없다

제대로 된 순댓국엔 순대가 없다

순댓국.

신도시의 답답함이란 길은 넓어도 오래된 나무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깨끗한 식당은 있어도 낡은 식당은 없다는 것이다. 일산과 용인을 돌다 안양에 안착한 뒤 그 답답함을 재래시장에 드나들면서 풀 수 있었다. 안양 토박이들이 꼽는 식당으로 중앙시장의 삼덕집, 안양병원 바로 옆의 뼈해장국집, 서울 사람들이 줄곧 내려와 보신탕을 먹었다는 안양대교 옆의 대교식당이 있다.

안양에 터를 잡았으면 적어도 그 오래된 식당에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 그중 한 곳인 삼덕집을 찾아갔다. 삼덕집은 종이공장 삼덕제지 앞에서 포장마차를 열고 국밥을 팔기 시작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딸에게 물려주고 은퇴한 정명순(83) 씨가 40년도 더 전에 시작한 음식점이다.

제지공장 노동자들 허기 달랜 한 끼 … 내장, 머리고기, 오소리감투 푸짐

지금도 중앙시장 장터에는 여전히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있지만, 삼덕집은 시멘트 건물 1층에 튼실하게 자리잡고 있다. 간판은 삼덕집 순대국(031-466-0071)이다. 작은 글씨로 소머리국밥, 고사머리, 막창구이 전문이라 적혀 있고, 괄호 안에 원조할머니집이라고 씌어 있다. 음식점 바로 옆에는 순댓국집들이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죽 늘어서 있다.

순댓국과 막창구이가 이 집의 전문이다. 밥이 말아 나오는 순댓국밥에는 순대가 보이지 않는다. “순대는 없어요?”라고 묻자 안주인 정씨의 따님은 “넣어달라면 옆집에서 순대를 사와 넣어줄 수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이 집은 아예 순대는 넣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뭐냐고 묻자, 사람들이 순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처럼 순대부터 건져 먹는 사람은 아예 취급조차 하지 않는다.



안양토박이에게 물었더니, 정씨가 늘 “제대로 된 순댓국에는 순대가 안 들어가”라고 말했단다. 그럼 그게 고깃국이지 순댓국일까 싶은데, 삼덕집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왜 순대가 도태됐는지 이해된다. 삼덕집은 1961년 안양에 삼덕제지 공장이 들어서면서 먼지 많은 종이공장 노동자들의 허기를 채워줬다. 제지공장 노동자들에겐 당면이 들어간 순대보다 고기 한 점이 더 아쉬웠을 것이다.

삼덕집 순댓국에는 내장, 머리고기, 토실한 오소리감투가 잔뜩 들어 있다. 오소리감투는 돼지 밥통, 즉 위장이다. 오소리 머리에 뒤집어썼으니 작은 감투인데, 감투 모양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다른 설로는, 서로 차지하려고 탐내는 감투처럼 맛 좋은 부위라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먹성 좋은 돼지의 일생을 관장했던 돼지의 위장, 즉 쉬지 않고 수축운동을 했던 질기디질긴 그러면서도 말캉말캉한 오소리감투는 제법 씹는 맛이 난다.

순댓국밥을 떠보니 밥알이 잘 안 걸린다. 밥보다 고기가 훨씬 더 많다. 하루 종일 우려낸 국물은 잡내 없이 부드럽다. 반찬으로 풋고추, 마늘, 된장, 깍두기, 배추김치, 고추를 썰어 넣은 새우젓이 나온다. 주방 아주머니들의 말투는 투박하지만, 인심은 순댓국 속에 가득 들어 있다. 그릇이 넘칠 만큼 푸짐하다.



주간동아 606호 (p78~78)

허시명 여행작가 twojobs@empal.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317

제 1317호

.12.03

위기의 롯데, ‘평생 직장’ 옛말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