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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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무릎질환 딱 걸렸어!

X-선으로 못 찾는 경우도 내시경으로 정확히 진단 … 수술 비용 저렴, 회복기간도 빨라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5-12-19 0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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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진 무릎질환 딱 걸렸어!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무릎 수술을 하고 있는 연세사랑병원 의료진.

    우리 주변엔 무릎에 힘이 빠지거나 통증이 생겨 병원을 찾아도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스키나 축구, 농구 등 격렬한 운동을 하다 무릎이 부어올라 병원에 갔는데도 병원 측은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말만 하고 소염제만을 처방해준다. 하지만 이중엔 병원에 갔다 온 뒤에도 한동안 이물감 같은 것이 느껴지고 무릎에 힘이 빠진 듯한 느낌이 들며, 등산을 하거나 조금만 오래 운동해도 통증이 도지는 사람들이 있다. 다시 병원을 찾아 방사선 촬영을 해도 X-ray 상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며 심한 운동을 삼가라는 이야기만 하기 일쑤.

    분명 자신은 무릎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데 별 이상이 없다니, 당사자들은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당장 좋아하는 운동을 하지 못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오는데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으니 불편한 채로 살아가는 수밖에.

    무릎에 4mm 구멍 낸 뒤 내시경 넣어 진단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뼈에 생긴 이상 증상은 의사의 육안 진단이나 방사선 검사만으로 바로 확인이 되지만 무릎 내에 있는 십자인대나 연골의 상태는 X-ray 상으로 제대로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관절전문 병원인 연세사랑병원(원장 고용곤·부천 역곡역 인근)이 2003년 5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병원을 찾아 무릎수술을 받은 환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약 80% 환자가 X-ray 촬영에서 정상 소견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이 병원에선 어떻게 무릎의 질환을 진단하고 수술까지 하게 된 것일까? 그 답은 관절내시경이라는 진단 수술장비에서 찾을 수 있다. 관절내시경의 원리는 위내시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위내시경이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내시경을 위 속에 넣어 위 상태를 살펴보고 조직을 떼어내 암 검사를 하거나 구멍난 곳을 때우기도 하는 것처럼, 관절내시경은 무릎에 4mm가량의 구멍을 내고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내시경을 그 안에 넣어 인대나 연골의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 내시경 검사상에 문제가 발생하면 내시경을 넣어둔 상태에서 옆 부분에 또 4mm가량의 구멍을 뚫어 수술기구를 넣고 파열된 인대 또는 닳거나 파인 연골을 복구해주면 된다. 비디오 상에서 무릎 내부의 상태를 보며 수술을 하기 때문에 수술의 정확성이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고, 구멍 부위가 작아 수술 후에도 흔적이 거의 남지 않는다. 회복기간과 일상생활로의 복귀 속도, 입원기간 등도 수십 cm씩 절개를 하고 수술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짧아졌고, 수술 후 염증 발생의 가능성도 거의 없어졌다. 비용이 싸진 것은 물론.



    위내시경을 할 때 통증과 이물감을 줄이기 위해 입과 후두부 주위에 마취를 하는 것과 같이 관절내시경도 하반신 마취를 하거나 수면내시경을 한다. 하반신 마취를 하면 마취가 풀리는 데 12시간가량이 걸리는 게 옥의 티라면 티. 하지만 십자인대나 반월상연골판 등의 무릎관절 질환을 방치하면 결국 연골이 다 닳아 앉은뱅이 신세가 되는 만큼 12시간은 그렇게 큰 투자라고 말할 수 없다. 요즘은 연골이 다 닳아도 무릎관절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관절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비용과 이물감을 생각하면 역시 예방이 최선이다. 특히 인공관절은 수명이 10~15년인 만큼, 60세 미만의 사람은 무릎에 이상이 생겼는데 통증과 각종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관절내시경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숨겨진 무릎질환 딱 걸렸어!

    연세사랑병원과 고용곤 원장.

    연세사랑병원은 이 같은 관절내시경 검사와 수술로 특화된 병원으로, 특히 이 병원 고용곤 원장은 관절경수술 사례만 4000여 건에 달하는 경력을 자랑하는 관절내시경의 대가다. 고 원장은 “관절에 이상을 느끼지만 X-ray 상으로 정상 소견을 보이는 환자의 대부분은 반월상연골이 파열됐거나 인대 손상을 방치해 생긴 연골 손상 환자”라고 말한다. 고 원장이 2003년 5월에서 2005년 10월까지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1000명의 환자(45~55세)를 관절내시경으로 검사한 결과, 300명이 반월상연골판이 파열된 환자였고 100명이 연골이 손상된 환자였다. 나머지는 십자인대 파열 등으로, 총 450명이 관절경 수술을 받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무릎 안에 들어가 있으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신체기관은 주로 반월상연골판과 전방십자인대, 연골 등이다. 무릎 위에서 내려오는 충격을 분산해 연골을 보호하는 반월상연골판은 스키나 축구 등 격렬한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찢어지거나 특별한 원인이 없이도 파손된다. 찢어진 당시에도 심한 통증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단을 오르내릴 때나 무릎을 펼 때 등 특정 동작에서 통증을 일으킨다. 찢어진 부위가 작다면 관절내시경 수술로 찢어진 부위를 걷어내거나 꿰매면 되지만 심한 경우에는 자신의 것과 비슷한 다른 사람의 연골을 이식해야 한다. 고 원장은 “반월상연골판은 연골을 보호하고 있는 만큼, 아파도 참고 살면 결국 연골이 다 닳아 인공관절을 해야 하니 초기에 발견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릎 앞뒤에 붙어 관절이 밀리는 것을 방지하는 전방십자인대는 심한 운동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파열되는 경우가 많다. 뚝 소리가 나며 끊어진 뒤 2~3일 정도 붓고 점차 괜찮아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다리가 휘청거리거나 근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지속된다. 이마저도 방치하면 반월상연골판을 손상시키고, 이는 연골의 손상으로 이어져 퇴행성 관절염을 일으킨다. 이 경우에는 인대를 꿰매서 붙이는 수술은 불가능하고,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슬개골에 있는 인대를 떼어 붙이는 자기인대 이식술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체에서 떼어낸 인대를 다듬어서 넣는 인대 재건술을 하면 된다.

    숨겨진 무릎질환 딱 걸렸어!

    관절내시경 진단과 수술에 사용되는 기구들.

    무릎 사이에서 쿠션 구실을 하는 연골은 충격에 의하거나 퇴행성으로 파이거나 벗겨지면 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연골에 충격이 가해져 이상이 생기면 무릎에 열이 나면서 퉁퉁 붓고, 물이 차고, 물을 빼내면 다시 붓는 상태가 반복된다. 퇴행성 관절염에 의한 관절 손상도 상황은 마찬가지. 벗겨진 부위가 작으면 하중이 덜한 곳의 연골을 떼어 붙이는 수술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연골세포를 4~6주간 배양해서 집어넣는 자기연골세포 배양술을 해야 한다. 고 원장은 “이런 모든 수술이 관절내시경을 이용하는 까닭에 반월상연골판 수술의 경우 20분, 십자인대 수술은 1시간 10분이면 끝난다”며 “입원기간도 짧게는 하루에서 3~4일밖에 걸리지 않으므로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하면 일상생활로의 복귀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관절경 수술은 이외에도 무릎 사이에 있는 활액막이나 이물질, 골절 수술 등을 할 때도 사용되며 이는 모두 무릎 통증과 깊은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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