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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박근혜의 착각

불난 민심에 기름 부은 청와대의 오만

내려오라는데 ‘이 정도면 되겠지’ 하며 동문서답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불난 민심에 기름 부은 청와대의 오만

불난 민심에 기름 부은 청와대의 오만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11월 2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동아일보]

우리가 하는 하나하나의 행위는 전 우주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우리 의식 속에 잠재적인 영향을 남기게 된다고 한다. ‘생각 한번 일으킨 것, 말 한마디 한 것이 행동의 흔적을 남기고, 그것은 후에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비슷한 행동을 하도록 영향력을 남기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듣는 ‘업’이라는 것이다.

‘업’은 결국 자기의 성격이나 행동 양식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니 처음의 생각과 언행에는 선택의 여지나 자유가 있을지 모르나 그 형성이 진행됨에 따라 다시 빠져 나가는 일은 이미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애당초 좋은 선택을 했다면 ‘업’은 일평생 자신을 도와주는 친구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그것은 자기를 노예처럼 부리는 원수가 된다. (박근혜 에세이 ‘결국 한 줌, 결국 한 점’ 중에서)



51.6%의 국민 지지를 얻어 5년간 대통령 권력을 위임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4년 만에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이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할 만큼 신뢰를 잃었다.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 국민 배신의 아이콘으로 바뀐 것은 박 대통령의 ‘업’과 관련 있다. 박 대통령이 애당초 공적 시스템이란 좋은 선택을 했다면 임기 말 권력누수를 막아줄 방파제 구실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에게 의지하는 바람에 현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다수 국민이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하는 이유는 무자격자인 최씨가 비선(秘線) 실세로 군림하며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위임한 대통령의 권력을 행사하고 박 대통령을 노예처럼 부리면서 국정을 농단했다는 각종 의혹 때문이다. 국민은 권력자의 권력 남용과 그에 기댄 무자격자의 농간에 국가의 공적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데 분노하고 있다.





대통령이 자초한 위기

불난 민심에 기름 부은 청와대의 오만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왼쪽)가 대통령 정책실장 재임 때인 2004년 7월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예방해 노무현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하고 있다. [동아일보]

병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으면 그에 걸맞은 처방이 나올 수 없듯, 현 사태도 대한민국 주권자이자 유권자인 국민이 분노하는 원인을 정확히 짚어야 그에 맞는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 개시 이후 박 대통령이 선보인 각종 대응은 과거 ‘선거여왕’으로서 누리던 정치공학에 여전히 매몰돼 있다는 느낌을 준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민의 불신이 커져 국정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조차 박 대통령에게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거국내각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배경으로 하지 않는 내각, 즉 여당과 야당이 함께 참여해 초당적으로 정부를 운영하는 내각 형태를 가리킨다. 이 때문에 대통령제에서 거국내각을 구성하려면 국무총리가 갖는 상징성이 무엇보다 크다.

박 대통령은 야당 등 정치권의 거국내각 구성 요구에 11월 2일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지명으로 화답했다. 김 총리 내정자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정책실장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거국내각’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김병준 총리 지명은 오히려 야당의 더 큰 반발을 불러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김 총리 지명 직후인 11월 2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나라”며 사실상 하야를 촉구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A씨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은 최순실 사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며 “민심과 동떨어진 김병준 총리 지명이 성난 민심에 되레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A씨와 일문일답.


▼ ‘노무현의 남자’라 할 수 있는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박 대통령이 총리로 지명한 것은 거국내각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준 것 아닌가.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지금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박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 뒤에 비선 실세 최순실이 자리 잡고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야당이 요구하고 국민이 원하는 거국내각을 구성하려면 대통령이 최소한 사전에 여야 대표와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거나 의견을 구하는 절차라도 거쳤어야 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원로 몇 사람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나고, 여당 지도부 건의를 듣는 것으로 소통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야당 눈에는 대통령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보일 것이다.”

▼ 김병준 총리 지명을 철회해야 하나.

“이제라도 대통령이 총리 지명의 불가피성을 국민과 정치권에 설명하며 ‘도와달라’고 읍소하면 모를까, 야당은 김병준 내정자를 선뜻 총리로 추인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 최순실 사태 이후 국정 표류 장기화를 우려하는 국민도 적잖다.

“결국 여론에 따라 혼란은 차차 정리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을 향한 국민적 분노가 하야 요구로 이어져 저항으로 확대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태도 변화 없이는, 즉 국민이 보기에 대통령이 달라졌다고 느껴지기 전까지는 더 큰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당 한 당직자는 “거국내각을 구성하자고 야당이 손을 내민 사이 대통령이 뒤통수를 때린 격”이라며 “김병준 총리 지명은 결국 총리 인사권자가 대통령이란 점만 과시한 꼴이 됐다”고 촌평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수도권 출신 한 초선의원은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하물며 거국내각을 구성하자는 데 박 대통령이 과거 총리 지명 때와 마찬가지로 일방적으로 신임 총리를 내정한 것은 최순실 사태에도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꿀 의지가 전혀 없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한광옥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해서도 야권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하고 많은 사람 가운데 ‘야당 싫다고 여당에 투항한 사람’을 앉혔느냐는 것. 야권 한 중진의원은 “대통령이 자기 비서를 임명하는 일에 야당이 감 내라 배 내라 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필이면 야당 싫다고 여당으로 옮겨간 사람을 (비서실장에) 앉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한 당직자는 “임기 말 대통령이 호남 출신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을 비서실장으로 지명한 것을 순수하게 볼 수만은 없다”며 “결국 내년 대통령선거(대선)를 염두에 두고 선거여왕다운 인선을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쯤이면 되겠지’라는 자신감

불난 민심에 기름 부은 청와대의 오만

10월 30일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최재경 전 인천지방검찰청 지검장이 2014년 7월 검찰 조직을 떠날 때의 모습. [뉴스1]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의 공직자 검증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진행된 수석비서관 임명도 결국 ‘국민은 떡 줄 생각이 없는데 청와대가 김칫국만 마시는 격’이 될 공산이 크다.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것인지, 아니면 이번에도 또 다른 그림자 실세의 조언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청와대의 착각은 수석비서관 임명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수석비서관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자리는 단연코 민정수석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는 현실에서 최순실 게이트의 수사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로 인식되는 데다 청와대와 검찰, 국가정보원에까지 자신의 법조계 인맥을 구축해놓은 우 전 수석의 그림자를 그대로 밟아가며 대통령을 검찰 수사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중책’을 맡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단 며칠 만에 최재경 전 인천지방검찰청 지검장에게 이런 막중한 임무를 덜컥 맡긴 데는 그만큼 ‘이쯤이면 되겠지’라는 자신감과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BBK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리해 이명박(MB) 정권의 사람으로 알려진 최재경 전 지검장을 신임 민정수석 자리에 앉히면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와 야당, 여론의 비판을 조금이라도 피해갈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 듯하다. 일단 친박계와 박 대통령이 야당보다 더 미워하는 MB계, 그것도 검사 시절 특수통으로 수사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을 내 집안으로 들이는 모양새이니 여론도 어느 정도 공정한 인사라고 이해할 것이라는 발상이었다.

여기에 최 수석이 우 전 수석의 처가 관련 의혹과 최순실 게이트 의혹 등을 두고 청와대와 극심하게 대립하던 ‘조선일보’의 편집국장까지 지낸 최병렬 전 서울시장의 친조카라는 점도 여론 수습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청와대만의 단세포적 착각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데는 단 몇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최 전 지검장의 민정수석 임명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BBK 수사를 말아먹은 정치검사가 최순실 게이트를 지휘하려 한다”며 반발했고,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일부는 “친박계의 대표 격이자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최경환 의원의 대구고 후배인 정치검사가 민정수석 자리에 앉았는데, 어떻게 검찰이 우 전 수석 처가의 부동산 매매 의혹과 최순실 게이트를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겠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최 수석이 미운 털이 박힌 MB계 인사로 분류된다는 점에만 방점을 찍은 나머지 야권과 일반 국민에겐 그가 보수성향의 정치검사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청와대의 여전한 ‘여론괴리형’ 인사와는 별도로 최 수석 임명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보수 법조계 일각에선 “전 국민적 ‘공정 수사’ 압박에 시달리는 검찰 후배들에게 자연스레 훈수를 둘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자 최선의 인물”이라는 평도 있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인 한 변호사는 “최 수석은 퇴직하기 전까지 그를 무서워하는 후배는 많았지만 싫어하는 후배는 없었던 걸로 안다. 홍만표 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김경수 전 부산고등검찰청 고검장 등과 함께 사법고시 17기 특수통 트로이카로 불리기도 했지만, 검찰 내부에선 신망이 두터웠다. 윗사람에겐 충직한 부하였고, 후배에겐 두렵지만 배우고 싶은 선배였다. 검찰을 떠난 지 몇 년 됐지만, 현재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은 ‘최재경’이라는 세 글자만으로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 청와대가 최 수석을 발탁한 또 하나의 노림수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정확하게는 청와대가 최 수석에게 기대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두려우면서도 존경하는 선배가 지나가듯 하는 ‘한마디’를 바라는 것. 상명하달과 검사동일체 원칙으로 무장한 검찰 조직에서 실력 있는 선배, 그것도 민정수석의 ‘자상한 훈수’는 그 자체가 수사 가이드라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민정수석실에는 아직 우 전 수석이 뽑은 비서관들이 포진해 있어 중단 없는 ‘대통령 지키기’가 가능하다고 계산했을 터.

하지만 이런 청와대의 바람 또한 김칫국 또는 착각으로 끝맺을 공산이 크다. 먼저 검찰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신망 있는 검찰 선배의 훈수를 듣고 있기에는 여론의 칼끝이 너무 무섭다. 만약 기대에 못 미친 결과가 나올 때는 여론의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구 동향 출신이자 사법고시 1기수 선배인 김수남 검찰총장과 최 수석이 검찰 재직 시절에도 그다지 친분이 있지 않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긴급체포는 증거가 없다는 방증

이전 정권에서 고위직을 역임한 한 법조계 인사는 “현재 김 총장 처지에서 셈을 한다고 치자. 최 수석의 훈수를 잘 들어 청와대의 기대에 부응할 것인가, 그냥 앞으로 치고 나갈 것인가.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많은 새누리당 의원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하야’라는 말에 국민 대다수가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김 총장이 퇴임 후 다른 자리를 원하지 않더라도 그의 선택지는 자명하다”고 말했다.

실제 최순실 게이트와 우 전 수석 처가의 부동산 매매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태도는 10월 30일 일요일 우 전 수석이 물러나고 최재경 수석이 임명된 후 오히려 보속이 급속도로 빨라지는 모양새다. 30일 오전 7시 30분 최순실 씨가 입국한 직후 긴급체포를 하지 않고 출석 일을 하루 미룬 데 대해 국민 사이에서 의혹이 있자 검찰은 최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을 별다른 물증 제시 없이 긴급체포했다. 그만큼 검찰이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 청와대보다 여론 추이에 더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최 수석의 입김이 여론을 이길 수 없는 형국이 된 셈.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최 수석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추천이 있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최 수석이 청와대에 들어간 때는 더는 검찰 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시점이었다. 이미 최순실 게이트 의혹에 연루된 인물들이 물적, 정황적 증거를 다 없애버렸기 때문에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 어쩌면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받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지금 검찰은 아무리 열심히 수사해도 여론의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무척 잘 안다. 검찰이 소환되는 피의자를 긴급체포부터 하는 것도 그만큼 증거가 없다는 방증인 셈이다. 만약 이번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난다면 그건 최 수석의 입김 때문이 아니라 검찰의 무능함과 그가 들어가기 전까지 누군가가 그어놓은 수사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내각 인사와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인사를 보면 아직도 청와대는 국민과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게 분명하다. 만약 김병준 총리 내정자의 임명이 이대로 무산된다면 이제 남은 길은 하나뿐일 듯하다. ‘하야’ 아니면 ‘탄핵’이다. 박 대통령은 정계 입문 직전 펴낸 에세이집 ‘결국 한 줌, 결국 한 점’에서 ‘집착으로부터의 탈출’을 강조한 바 있다.


인생살이에서 아주 큰 고통 중 하나는 집착이며 그것은 우리가 올바름에서 어그러졌을 때 가장 단단하게 사람의 발목을 잡는다. 그러고는 끈질기게 옮아매 들어온다. 올바름을 잃음은 집착의 시작이며 그것은 바로 고통의 시작이다.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국민은 끈질기게 박 대통령을 옭아매고 있는 ‘불통’의 사슬을 끊어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국민적 요구에 박 대통령이 무어라 답할지 궁금하다.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에 안철수 전 대표가 발끈한 까닭

불난 민심에 기름 부은 청와대의 오만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동아일보]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 소식이 전해진 뒤 가장 발끈한 이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였다. 안 전 대표는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후임으로 당내 의원들이 김동철 의원을 미는 상황에서 김병준 카드를 꺼냈다고 한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안 전 대표에게 먼저 연락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후임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최종 결정을 앞두고 소속 의원들에게 “김병준 교수가 어떠냐”고 제안했고, 의원들은 ‘안 전 대표의 뜻’을 존중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는 것. 그러나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이 늦춰진 사이 박근혜 대통령이 김 교수를 총리로 지명했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는 없던 일이 됐다.

야권 한 인사는 “안철수 전 대표가 TK(대구·경북)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교수를 영입해 지역과 친노(친노무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는데, 중간에 박 대통령이 총리로 임명하는 바람에 좋은 카드 하나를 잃게 됐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김병준 총리 내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 대통령은 물러나라”며 하야를 촉구했다.

김병준 총리 내정 이면에는 왕년의 선거여왕 박근혜 대통령과 대통령선거 재수에 나서려는 안 전 대표 간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있었던 셈이다. 1차전은 선거여왕의 총리 임명으로 싱겁게 끝났다. 그러나 아직 승부가 끝났다고 보기는 이르다. 야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안 전 대표는 총리 인준 무산이라는 반전카드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김병준 총리 인준이 험난해 보인다.






주간동아 2016.11.09 1062호 (p10~13)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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