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6

2005.10.18

“우리 고유어 얼마나 아시나요”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5-10-17 1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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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고유어 얼마나 아시나요”
    “우리 고유어 얼마나 아시나요”
    영어에 목숨 건 시대다. 초·중·고생은 더 좋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영어에 올인한다. 그런데 이들이 정작 우리말은 어법에 맞게 논리적으로 잘 쓰고 있을까? 이런 질문을 받은 사람 중 상당수가 머리를 가로젓는다.

    이에 대해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조항범(47ㆍ사진) 교수는 ‘어휘력 부족’ 탓이라고 지적한다. 말의 흐름이 끊기고 논리적으로 의사를 표시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적절한 어휘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조 교수가 최근 ‘우리말 활용 사전’(예담 펴냄)을 만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조 교수는 이 책에 1917개의 우리말 어휘와 표현들을 상세히 풀어놓았다. 고유어에서 한자어, 관용구, 속담까지 총망라했다.

    “이 책에 실은 고유어는 실제 생활에서는 잘 쓰이지 않지만 문학작품에는 종종 등장하는 것들입니다. 앞으로 살려서 쓰면 우리말을 더욱 맛깔스럽게 할 수 있는 양념 구실을 할 것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고유어 몇 개를 살펴보자.

    △너울가지-남과 잘 사귀는 솜씨 △무람없다-예의를 지키지 않아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 없다 △짜장-먹는 자장면과는 전혀 관계 없는 말로 ‘과연 정말로’라는 뜻 △너나들이-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허물없이 말을 건넴 또는 그런 사이.



    각 단어에 대한 뜻 외에 어원 등 자세한 설명이 뒤따른다. 고명딸은 아들 많은 집의 외딸을 뜻한다. 그런데 이 말의 유래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명은 본래 음식의 모양과 빛깔을 돋보이게 하고 맛을 더하기 위해 음식에 얹거나 뿌리는 재료다. 음식 만들 때 주재료들 위에 고명을 곁들이듯, 아들만 있는 집에 고명처럼 예쁘게 얹힌 딸이라는 의미로 고명딸이라 한 것이다.

    요즘은 e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활성화되다 보니 정체불명의 신조어가 범람하고 있다. 그 와중에 정감 있는 우리말은 점차 사라져간다. 수십 년이 흐른 뒤 우리말은 상당수 사라지고 수많은 외래어와 신조어들이 국어사전을 차지하고 있을지 모른다. 세종대왕이 통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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