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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르네상스를 열다

리그 잇단 탄생, 기업들 팀 창단 러시 … 선수들 억대 연봉에 팬 수십만명 ‘인기 짱’

  • 박광수/ 동아닷컴 기자 thinkpark@donga.com

‘e스포츠’ 르네상스를 열다

‘e스포츠’ 르네상스를 열다

7월30일 ‘스카이 프로리그 2005’를 보기 위해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 모인 관중. SK텔레콤 T1 소속 인기 프로게이머 임요환이 경기에 열중하고 있다.

7월30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가족 단위의 부산 시민과 e스포츠 관람객 12만명이 2만5000여 평의 백사장을 가득 메웠다. ‘스카이 프로리그 2005’ 결승전을 관전하기 위해서다. 하루에 모인 인파로 따지면 전국 각지에서 더위를 피해 온 피서객들보다도 많은 수다. e스포츠협회 김신배(SK텔레콤 사장) 회장도 이날만큼은 흥분해 있었다. 그는 축사를 통해 ‘e스포츠는 국민 1500만명이 즐기는 국민 스포츠로서 대표적인 성장산업이자 핵심적 문화코드로 발전했다’고 호언장담했다.

2004년 여름에도 광안리 해수욕장은 e스포츠 대회로 인해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모인 인파는 10만명. 매년 광안리가 e스포츠의 열기로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e스포츠는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 매김했다. 아니, 어떤 문화산업보다도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대중화에 성공한 21세기를 대표하는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주력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런 e스포츠 부흥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는 걸까.

총 14개 구단 활발한 활동

e스포츠 중심에는 프로게이머들이 있다. 대표적인 선수는 ‘테란의 황제’ 임요환(SK텔레콤 T1). 연봉 2억을 자랑하는 그의 인터넷 팬클럽 수는 셀 수가 없을 정도다. 가입한 팬만도 65만여명. 각각 45만, 36만여명의 팬을 보유한 가수 보아, 이효리보다도 많다.

열성 팬들은 임요환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다닌다. 방송출연 요청이 쇄도한 지도 이미 수년이 지났다. 인기 있는 연예인에게만 맡겨진다는 홍보대사에도 그는 언제나 1순위로 거론된다. 임요환이란 이름 자체가 e스포츠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임요환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천재 테란’이란 닉네임으로 임요환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윤열(팬택앤큐리텔)도, 임요환의 수제자이면서도 가끔은 스승을 능가하는 플레이로 e스포츠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치터 테란’ 최연성(SK텔레콤 T1)도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며 이미 스타 군단에 합류해 있다.



이들의 인기를 눈여겨본 기업들은 앞다퉈 스폰서로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임요환·최연성 등이 소속된 프로게임단 ‘T1’의 스폰서로서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고 있으며, KTF(대표 조영주)도 홍진호·강민 등이 소속된 프로게임단 ‘매직엔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휴대전화 제조사 팬택앤큐리텔(대표 송문섭)도 지난해 8월 이윤열을 연봉 2억에 영입하면서 프로게임단 ‘큐리어스’를 창단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가 후원하는 ‘칸’, 게임회사인 한빛소프트가 창단한 ‘한빛스타즈’ 등 모두 14개 구단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스포츠’ 르네상스를 열다

한국 온라인 게임의 세계적인 성공작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 캐릭터.

구단을 지원하고 있는 기업들은 모두 제품 브랜드 마케팅에 e스포츠가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투자한 금액보다 훨씬 큰 홍보 효과를 보고 있는 것. 스폰서임을 자처하는 기업들도 많아지다 보니 올 초에는 e스포츠협회 회장사 선정을 두고 SK텔레콤과 KTF가 사활을 건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승자는 SK텔레콤. KTF는 부회장사로 선정됐지만 배 아픈 눈치다.

기업 스폰서도 넘치고, 연예인을 능가하는 프로게이머들도 많아지다 보니 수억원의 상금이 걸린 프로리그까지 덩달아 우후죽순 생겨났다. 너무 많은 리그가 생기다 보니 프로게이머들이 게임전문 케이블 방송사인 온게임넷(대표 김성수), MBC게임(대표 장근복)이 주관하는 정규리그에 참가하는 것조차도 버거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게임 올림픽 ‘월드사이버게임즈’(WCG, 공동위원장: 정동채 문화부 장관,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한·중 공동 주관 e스포츠 대회인 한·중 e스포츠페스티벌(CKCG 2005, 공동위원장: 한국 이광재 의원, 중국 저우강(周强) 공산당 제1서기) 등 국제적인 규모의 대회까지 열리고 있어 프로게이머들의 일정을 더욱 빠듯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니 ‘용인 사이버 페스티벌’ ‘게임올림피아드 수원 2005’ 등의 지방자치단체 경기는 참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e스포츠의 밑바탕에는 국민 게임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크)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었거나 해봤음직한 이 게임은 e스포츠를 탄생시킨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게이머 대부분이 ‘스타크’ 전문 선수들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e스포츠’ 세계적 문화코드로 키워야

아이러니한 것은 근래 들어 일어난 e스포츠 위기감도 바로 ‘스타크’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즉 e스포츠가 너무 ‘스타크’라는 한 종목의 게임에만 치중하다 보니 혹 ‘스타크’의 인기가 시들해지면 e스포츠 자체가 붕괴되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는 것. 하지만 이런 위기의 목소리는 이미 2~3년 전부터 있어왔고 현재에도 별 문제 없이 e스포츠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몇 년간은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스포츠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정치권의 러브콜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화관광부는 ‘e스포츠 발전 정책 비전’을 제시하면서 2007년까지 3년간 총 1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e스포츠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4월 국회에서는 여당을 중심으로 한 ‘e스포츠 &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이 정식 발족됐으며 정동채-진대제 장관 등이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골프게임 ‘팡야’ 와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의 대결을 제안하기도 했다. 야당에서도 원희룡 의원을 중심으로 게임대회 참가 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인기에 편승한 정치권의 활동이 많아지다 보니 구설에 오르는 일도 종종 생기고 있다. e스포츠협회 회장사 선정 발대식에 참석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프로게임 상무팀 추진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것이 대표적 사례.

이처럼 e스포츠는 하나의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주력산업으로 발전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화 관계자들은 한국의 e스포츠가 세계적인 문화코드로 떠오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물론 충분히 준비하면서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하고, 현존하는 수많은 갈등들을 원만히 해결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한국 e스포츠 관계자들의 분발이 시급해졌다. 전국에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을 설립하겠다, 프로게임 상무팀을 추진하겠다, e스포츠를 운동 경기의 한 종목으로 추진하겠다 등의 실현 가능성 없는 인기 편승 발언은 자제하고 게이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미래지향적인 비전이 하루빨리 제시돼야 될 시점이다.





주간동아 2005.10.04 504호 (p62~64)

박광수/ 동아닷컴 기자 think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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