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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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은 족집게도, 벼락치기도 안돼!

폭넓게 읽고, 깊게 생각하고, 많이 써보는 전통방식이 ‘최고 비법’

  • 정리·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5-06-01 1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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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술엔 족집게가 없다. △폭넓게 읽고(多讀) △깊게 생각하고(多商量) △많이 써보라(多作)는 ‘우직한 방법’이 있을 따름이다. 논술은, 지식을 매개로 한 비판적 사고력을 가늠하는 시험이다. 핵심은 독해력을 바탕으로 한 논리력과 글쓰기의 기술. ‘기술’이야 족집게 학원에서도 익힐 수 있다. 그러나 기초체력이 부실하면 도루묵이다.
    • 대입 논술은 예상문제와 모범답안을 익히는 ‘짧은 학습’으로는 실력을 다질 수 없다. 그렇다고 교과서, 참고서에 파묻혀 허우적대는 수험생이 동양과 서양의 고전을 두루 섭렵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떻게 읽고 생각하고, 또 쓸 것인가. 내로라하는 글쓰기 전문가와 이름난 논술 강사에게 그 답을 구해본다. - 편집자 주
    논술은 족집게도, 벼락치기도 안돼!
    1. 논술은 글짓기 시험이 아니다

    수험생들은 글의 양(대학별로 1000~2000자)에 지레 겁을 먹는다. 그러나 논술은 글짓기 시험이 아니다. 박학천 박학천논술연구소장(국어교육학 박사)은 “논술을 글쓰기 능력으로 오해하는 학생은 ‘나는 글을 못 쓴다’며 주눅 들기 일쑤”라며 “논술은 제시한 자료에 대한 △분석 △해독 △정리 △요약 능력을 바탕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고민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라고 강조했다.

    글쓰기에 공포를 느낀다면 원고지 채우는 것부터 연습해야 한다. 글 쓰는 습관이 들어 있지 않다면 처음부터 긴 글을 쓰기는 어렵다. 성균관대 박정하 교수(학술적 글쓰기 담당)는 “사회과학 교과서의 단원 끝에 나오는 주관식 문제를 논술 형식으로 풀어보라”고 조언했다. 교과서에서 배운 개념을 글로 써보는 훈련으로 지식을 논리적으로 정리해내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2. 베끼기는 좋은 선생님이다

    훈련이 돼 있지 않은 경우엔 주제별로 우수 답안을 원고지에 그대로 옮겨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대학들이 출제한 논술 문제와 모범답안을 구해 원고지에 한 글자씩 옮기는 것으로 논술 준비를 시작하라. 주제 잡고, 줄거리 짜는 방식을 배울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글쓰기에 대한 공포를 줄일 수 있다.



    메가스터디 이만기 논술 강사는 “‘독서’ 교과서의 모범적인 글을 베끼는 것도 논리력과 문장력, 독해력 등을 동시에 기를 수 있는 방법이다. 좋은 글을 짧게 요약하는 연습도 도움이 되는데, 요약할 때는 가급적 원문의 순서를 바꾸지 않으면서 핵심어를 이용해 논리적 인과관계를 분명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 ‘기술’도 익혀야 한다

    채점자가 가장 싫어하는 답안은 틀에 박힌 것이다.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얼개대로 쓴 글이 이에 해당된다. 일부 학원에선 도식까지 그려가며 논술을 가르치기도 하는데, ‘학원에서 배운 대로 쓴 글’은 점수 깎아먹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을 처음부터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제목을 적고, 서론·본론·결론으로 범주를 나눠 해당 부분에 들어갈 키워드와 핵심 문장을 미리 적어두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 개요를 잘 짜는 것은 논술의 ABC다.

    짧은 시간에 글쓰기 능력을 높여야 하는 수험생들이 ‘기술’을 익혀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개요 작성법을 익히기 위해선 ‘고전과 논리적 글쓰기’ 등 논술 이론을 설명한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4. 써본 횟수는 성적과 비례한다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이라면 학교 공부만으로도 글을 쓰는 데 필요한 배경 지식은 어느 정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대학 입시에서 다루는 논술 문제는 고등학교 교과서 수준을 크게 벗어나는 경우는 없다.

    성패는 얼마나 자주 써보느냐. 즉 글을 써본 횟수는 시험 성적과 정비례한다. 전문가들은 월 10회 정도는 분량에 맞춰 글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광양제철고 오송식 교사는 “시간을 정해놓고 실전처럼 연습하되, 내용이 다소 부실하더라도 주어진 분량을 모두 채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면서 “논술을 완성하지 않고 그만두는 것은 매우 나쁜 습관”이라고 조언했다.

    5. 반드시 ‘첨삭’지도를 받아야 한다

    논술은 혼자서 쓰고, 방법은 깨우쳐나가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누군가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북대 손철성 교수는 “논술에서 기술적인 측면은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라며 “첨삭지도를 받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논술 공부는 일대일 지도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학교마다 논술전문 교사를 두고 있지만, 밀도 있는 수업이 이뤄지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손 교수는 “학생들이 학원을 기웃거리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학원을 선택할 때는 첨삭지도가 제대로 이뤄지는 곳을 골라야 한다. 학생들이 쓴 원고를 붉은색 펜으로 꼼꼼하게 고쳐주는지를 살펴봐야 하는 것. 논술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친구들과 같은 주제로 논술을 쓴 뒤 발표와 토론을 통해 비판을 듣는 것도 좋다.

    6. 신문 칼럼과 시사잡지를 많이 읽어야 한다

    신문과 잡지의 칼럼 형식은 논술 답안에 꼭 들어맞는다. 사설처럼 도식적이지 않고, 글쓴이의 개성이 묻어나기 때문. 서론, 본론, 결론이 확연하게 구분되는 패턴화한 글은 읽는 이를 지치게 만든다.

    칼럼을 많이 읽으면 문제를 제기하고 사안을 분석하는 힘을 가지게 된다. 같은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밝힌 칼럼을 비교해가며 읽는 습관을 들이자.

    목원대 김슬옹 교수는 “균형감을 유지하면서 사례를 제시하고 자신의 논리를 펼쳐나가는 칼럼이야말로 논술의 가장 좋은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글의 소재가 되는 배경 지식을 쌓는 데도 칼럼 읽기는 큰 도움이 된다. 일부 대학은 시사 이슈를 주제로 한 논술 문제를 꾸준히 출제하고 있다. 심층보도와 분석기사가 장점인 시사잡지도 사회적 트렌드를 읽고, 이슈를 따라잡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된다.









    논술은 족집게도, 벼락치기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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