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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빈 검찰총장 체제 ‘카운트다운’

3월30일 국회 청문회 통과 무난 전망 … ‘검찰 독립’ 중요한 전기 마련 내부에서 큰 기대감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김종빈 검찰총장 체제 ‘카운트다운’

김종빈 검찰총장 체제 ‘카운트다운’

2003년 대선자금 수사 시절 송광수 검찰총장과 나란히 앉은 김종빈 지명자.

검찰의 꽃’이라는 서울중앙지검과 같은 건물을 쓰고 있지만 실질적인 힘은 없는 조직이어선지 약간 썰렁했던 서울고등검찰청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조직에 활기가 느껴지고, 심지어 “고검의 영(令)이 선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고검장이 드나드는 구내식당은 평소 발길이 뜸하던 검사들로 북적이기까지 하고 있다.

이는 4월2일 퇴임하는 송광수 검찰총장 후임으로 내정된 김종빈(57·사시 15회) 서울고검장의 존재감 때문이다. 3월30일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있지만, 국회나 검찰 주변에서는 작은 거부 움직임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난한 인사”를 넘어 “순리에 맞는 적임자”라는 게 중평이다.

무난한 수사경력과 이력

2003년 대검 차장 시절에는 송 총장과 함께 짝을 이뤄 ‘대선자금 수사’의 ‘어머니’ 구실을 했으며, 대검 수사기획관(1998년)과 중수부장(2002년)을 거치며 큰 기획수사나 권력형 비리 사건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전력까지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마디로 수사경력이나 이력에 대해서는 뒷말이 나올 수 없을 정도.

그는 육군 대위 출신으로 딸 셋만 두었기 때문에 병역 문제와 무관하다. 또 부부가 보유하고 있는 두 채의 아파트가 고가(약 20억원)이긴 하지만 부동산 투기와는 상관없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흠결이 없어 다소 김빠진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김종빈 총장 지명자는 고대(법대 67학번) 출신으론 네 번째(서동권-김기수-김각영)이고, 호남 출신(전남 여천)으로는 세 번째 총장(김태정-신승남)이다. 고대 출신이지만 학교 후배 검사들을 ‘챙기지’ 않아 동문 사회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다. 고대 동문 사이에서는 “김종빈 고검장보다는 이정후 대검 차장이 되면 더 나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했다는 얘기다.

그는 참여정부 출범 직후 대검 차장을 맡으면서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 들어갔지만 김승규 법무부 장관의 등장으로 “총장 자리에서는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들었다. 대통령이 장관과 총장을 같은 지역 출신으로 임명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었다. 그러나 허준영 경찰청장과 이주성 국세청장이 모두 영남 출신이어서 호남 출신인 김 지명자에게 기회가 온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김종빈 검찰총장 체제 ‘카운트다운’

검찰총장에 내정된 김종빈 서울고검장.

대검 중수부장과 대검 차장까지 거친 인사를 ‘비주류’라고 규정하기는 어색하지만, 김 지명자는 전형적인 비주류 검사의 길을 걸어왔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집권한 1998년을 기점으로 명확하게 나뉜다. 78년 대전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하기 시작한 이래 98년 인천지검 차장검사를 지낼 때까지 20년간 그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일한 기간은 단 2년으로, 송무부장과 형사4부장으로 근무한 기간이 다다.

“주로 신설 부서의 초대 부장을 맡아 능력을 발휘했다”는 그에 대한 촌평도 알고 보면 한직을 전전했다는 뜻인 셈. 88년에는 새로 생긴 헌법재판소에서 2년간 일했고, 90년에는 강력부가 신설되자 수원지검에서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마약 사건 등을 다루며 악전고투해야 했다. 거기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유전자 감식 기법을 검찰에 처음 도입한 과학수사의 개척자로도 기록됐지만, 결코 주목받는 검사는 아니었다.

전형적인 비주류 검사의 길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자 ‘대검 수사기획관’이란 일생일대의 기회가 주어졌다. 수사기획관이란 대검 중수부장의 오른팔 격으로 중수부 수사 실무를 총괄하는 직책. 말 그대로 정권교체가 되지 않았다면 꿈도 꿔볼 수 없는 보직이었던 셈이다. 그 이후로 그는 잘 알려진 대로 호남을 대표하는 엘리트 검사의 길을 걷는다. “기회가 주어지고 깔끔하게 마무리했으니 능력을 충분히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비상에는 그만한 대가가 있었다. 한때 그는 DJ 정권 인사들에게서 ‘배신자’라는 말까지 들으며 비난받았다. 2002년 공적자금비리 대검 특별수사본부장 시절 유종근 전북지사를 세풍그룹에서 4억원을 수뢰한 혐의로 구속했다. 이어 중수부장 시절에는 ‘이용호 게이트’ 전담수사팀을 이끌며 당시 선배 호남 검사들을 줄줄이 소환조사하며 낙마시켰고, 종국에는 DJ의 차남 홍업 씨까지 구속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그가 DJ 시절 성공했다는 호남 출신 검사들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점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김 지명자는 ‘엘리트 호남 검사=마당발’과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김태정 전 법무부 장관, 신승남 전 검찰총장, 신광옥 전 법무부 차관, 임휘윤 전 부산고검장 등 이른바 엘리트 검사의 길을 걸었던 호남 출신들이 하나같이 넓은 인맥과 끈끈한 친화력을 바탕으로 군사정권 시절을 극복하며 DJ 정권이 들어서자 화려하게 비상했다가 곧 낙마한 이유는, 결국 그러한 인맥이 자신을 해치는 부메랑이 됐기 때문이다.

김 지명자는 독실한 불교신자로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을 뿐 아니라, 사람도 가려 만날 정도로 자기관리에 철저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취미는 골프가 아닌 바둑과 등산 정도. 수사에 전념한 보통 검사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결국 그의 총장 등극은 새로운 검찰상의 정립이라는 시대적인 요구가 반영됐다는 것이 검찰 주변의 평가다.

“구시대의 유물이라지만 아직도 지역갈등이 남아 있는 조직이 검찰입니다. 또한 고질적인 폐단인 비주류 검사들에 대한 차별의 벽도 너무 높습니다. 신임 총장 임기 내에 이 폐단이 검찰에서 사라진다면 ‘검찰독립’을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것입니다.”

한 중견 검사의 솔직한 고백이다.





주간동아 2005.03.29 478호 (p46~47)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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