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7

2005.03.22

무쇠 팔·무쇠 다리 ‘집안일 척척’

로봇청소기 상용화 등 로봇 가전시대 ‘성큼’ … 업체들 기능·가격 경쟁 ‘치열’

  • 김홍재/ 사이언스타임즈 기자 ecos@ksf.or.kr

    입력2005-03-17 18: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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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쇠 팔·무쇠 다리 ‘집안일 척척’

    앞으로 집안일은 로봇이 하게 될 전망이다.

    매일 부지런히 손을 놀려도 크게 빛나지 않는 일,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일. 바로 가족의 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바닥먼지 청소’다.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한 달 평균 15시간 정도를 쓸고 닦는 청소에 소비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기술 발전의 산물인 진공청소기가 청소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이 계속 매달려 있어야 하고 커다란 소음으로 인해 밤늦은 시간에 사용하기가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맞벌이 부부라면 퇴근 후나 주말에 꼼짝없이 청소에 매달려야 하니 짜증은 날로 더해지곤 한다.

    물론 청소하기가 싫다면 대신 해줄 사람을 구하면 되지 않느냐고 간단히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용 문제를 별개로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지저분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 프라이버시 차원에서 꺼려진다. 해답은 단 한 가지. 로봇청소기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속속 등장하는 로봇청소기가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로봇청소기는 사람의 도움 없이 자동으로 바닥을 청소해주는 로봇을 말한다. 장애물을 피해 돌아다니면서 쌓인 먼지를 알아서 치워주고, 청소가 끝나면 충전기 쪽으로 자동 복귀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22%가 기본 혼수 목록에 추가하고 싶은 혼수용품으로 로봇청소기를 선택하기도 했다.

    30만~200만원대까지 제품 다양



    로봇청소기가 국내 시장에 처음 등장한 것은 유럽 최대 백색가전 업체인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가 2003년 ‘트릴로바이트’를 시판하면서부터. 트릴로바이트는 238만원이라는 고가임에도 고급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달에 100대 넘게 꾸준한 판매고를 올려 시장에 로봇가전이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2월16일, 한층 업그레이드된 후속 모델인 ‘트릴로바이트 2.0’을 한국 시장에 내놓은 일렉트로룩스는 한국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기세다. 예약 기능을 도입해 원하는 시간에 청소하고, 위험 요소인 계단을 인식할 수 있어 높은 곳에서 추락하지도 않는다. 또 배터리 잔량과 충전 소요시간 확인 등 편의기능과 함께 청소 능력이 강화돼 미세먼지까지 빨아들인다. 238만원이란 고가가 가장 큰 흠(?)이다.

    2003년 50만원대의 저가형 로봇청소기 ‘룸바’를 내놓아 전 세계에서 100만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린 미국 아이로봇사도 올해 2월부터 2005년형 모델인 ‘룸바 디스커버리’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 수입판매회사 관계자는 “룸바는 2003년 출시 후 국내에서 이미 1만대 넘게 판매된 검증된 로봇청소기”라며 “룸바 디스커버리에는 스스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능과 청소시간을 계산하는 기능 등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가격은 59만8000원으로, 미국에서는 출시 6주일 만에 20만대가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무쇠 팔·무쇠 다리 ‘집안일 척척’

    미국 아이로봇사의 ‘룸바’, 삼성전자의 로봇청소기(이름 미정), LG전자의 ‘로보킹’(왼쪽부터).

    국내 업체로는 2003년 7월 국내 독자기술로 만든 로봇청소기 ‘로보킹’을 선보였던 LG전자가 후속모델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곧 시판될 ‘로보킹 2’는 무인 전자동 청소는 물론 공기정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LG전자 측은 “로보킹은 예상보다 다소 부진한 200여대 판매에 그쳤다”면서도 “올해에는 웰빙 바람에 힘입어 로봇청소기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가격은 이전 모델과 비슷한 250만원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로봇청소기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출시에는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로봇 관련 전문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유진로보틱스는 30만원대의 저가형 로봇청소기인 ‘아이클레보’를 1월 말부터 판매하고 있다. 한울로보틱스는 3월 중 고급형인 ‘오토로’를 판매하기 시작하는데, “판매가가 450만원 선으로 비싼 건 사실이지만, 사각지대를 크게 줄였고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모서리까지 청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시장에 속속 선보이고 있는 로봇청소기의 작동 원리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기본 원리는 진공청소기와 흡사하다. 모터로 회전날개를 돌려 내부에 진공을 만든 뒤 흡입구를 통해 공기가 들어오게 하면서 먼지를 함께 빨아들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로봇청소기들은 충전식이기 때문에 직접 콘센트에 꽂아 사용하는 진공청소기에 비해 흡입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있다.

    청소 공간 스스로 계산하고 효율적 동선 찾아

    로봇청소기의 핵심 기술이자 관건은 청소할 공간을 어떻게 돌아다니냐는 점이다. 가격 차이가 나는 이유도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안방이나 거실이 직사각형의 반듯한 공간이지만 옷장·탁자·의자 같은 다양한 가구가 배치돼 있고, 짐이나 쿠션이 방 한가운데에 놓여 있을 수도 있어 로봇청소기가 돌아다니기에는 복잡한 구조다.

    이처럼 복잡한 공간을 돌아다니며 청소하기 위해 로봇청소기는 자신만의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로보킹은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위해 면적, 시간 등을 계산한다. 즉, 청소를 시작하면 벽을 따라 방을 한 바퀴 돌면서 청소할 장소의 면적과 모양을 가늠하고 청소할 시간을 계산하는 것이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해 가장 효율적인 청소 알고리듬(algorithum)에 따라 자신이 계산한 특정 각도로 움직인다.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서 로봇청소기들은 초음파 센서를 사용한다. 캄캄한 동굴에서 박쥐가 날아다니기 위해 초음파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초음파는 아주 작은 물체에 부딪히더라도 상당히 강한 진동이 생기기 때문에 반사파를 감지하면 물체의 존재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바닥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공간 정보를 감지하는 초음파와 혼동되지 않도록 적외선 센서를 사용한다. 청소를 하다 잔여 배터리양이 모자랄 때 자동으로 충전대로 복귀해 충전하는 것도 적외선 센서 덕분이다.

    로봇청소기에게 가장 큰 위험요소는 청소할 공간과 연결돼 있는 계단이나 베란다다. 별로 높지 않더라도 고가인 로봇청소기가 떨어져 파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과 김종환 교수는 “산업 현장에서 정해진 작업만 반복하는 산업용 로봇이 1세대라면, 자유롭게 이동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사람과 상호작용(interaction)하는 지능을 갖춘 로봇은 2세대”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산업용 로봇 시장은 더 이상 급속한 성장을 하기는 어렵지만, 이제 보급이 시작된 지능형 로봇시장은 앞으로 무궁무진한 발전이 예상된다”며 “모든 가정에 로봇이 보급되는 ‘1가구 1로봇 시대’가 곧 펼쳐질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로봇청소기로 시작된 ‘로봇가전’이란 신종 전자업계는 앞으로 황금 알을 낳는 거대한 시장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미국 액티버티 미디어 리서치사는 앞으로 5년간 2500%나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현재 백색가전 업계의 세계적인 선진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로봇에 대한 연구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가장 큰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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