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커버스토리 l 2004 한류의 추억

“한류 덕분에 우리는 행복해요”

일본·중국 전문가가 본 한류 “수준 높은 드라마·매력 만점의 스타들이 한류 진원지”

“한류 덕분에 우리는 행복해요”

“한류 덕분에  우리는 행복해요”

11월20일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배용준 사진전 개막 행사.

韓流라고 써서 ‘한류’라고 읽는다. 아시아에 흐르는 이 새로운 파도는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소외된 지 오래된 일본의 중고령 아줌마들이 조용히 일으킨 반란이다.

올여름 일본 친정집에 갔을 때, 40대 중반인 친구 K에게서 전화가 왔다. “요즘 중학생 때 이후로 처음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렌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에 빠져버린 것이다. 드라마를 볼 틈이 별로 없다고 하는 나에게 그는 한국 드라마가 얼마나 훌륭하고, 또 자신이 드라마에 몰입하면서 얼마나 행복해졌는지를 털어놓았다.

K는 성실한 남편과 두 아이가 있고, 자신의 일도 있는 평범한 여성이다. 아마 평균적인 일본의 주부일 것이다. 그러나 결혼한 지 20여년 동안 가슴이 설렌 경험은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녀가 마치 자신의 애인을 말하듯 “병헌이… 병헌이…”(K는 이병헌씨의 팬이다)를 외치는 들뜬 목소리를 들었을 때 ‘이게 보통 일이 아니겠다’고 예감했다.

버블 붕괴로 생겨난 공허감 ‘한국 드라마’가 파고들어

일본의 평범한 아줌마들이 왜 이렇게 한류에 빠졌을까? 그것에 대해서는 몇 가지 요인을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버블 붕괴로 인해 생겨난 마음의 공허감이다. 한류 팬의 중심은 40, 50대 여성들이다. 그들은 1956년부터 66년 사이에 태어나 70~80년대에 청춘기를 지낸 전후 세대다. 56년부터 73년까지의 고도 경제성장기, 그 후 안정 성장기를 거쳐 ‘연공서열’이라는 기존의 가치관 속에서 ‘성실함과 근면함으로 일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랐고, 80년대에는 버블 경제의 은혜를 받아 청춘기를 구가하며 삶을 즐길 줄 아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들의 가치관이 형성된 25세 정도까지 일본 경제는 후퇴를 모르고 성장만을 향해 나아갔다. 그래서 91년의 버블 붕괴는 그들이 처음 맞본 커다란 좌절이었고, 마음에 커다란 공허감을 남겼다. 아줌마들은 한류를 만날 때까지 자신들의 마음을 채울 수단을 찾지 못한 채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잊혀진 존재가 돼버렸다.

두 번째는 일본 TV 드라마가 젊은 여성들만을 상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70~80년 그들이 청춘기에 보았던 영화나 드라마는 ‘赤いシリ-ズ(빨간시리즈, 74~80년에 방영된 야마구치 모모 주연의 영화)’, ‘오싱(83)’ 등이 대표적이었다. 모두 ‘불행 속에서 노력에 의해 행복해진다’는 내용이다. 줄거리는 인간의 유형을 ‘선/악’, ‘주/조연’ ‘빈/부’ ‘청순/가련/못생기고 성격이 못된 타입’으로 나누어, 뚜렷한 역 분담에 따라 전개됐다. 그들은 당시에 이런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일희일비하며 성장해왔다. 도카이대학(東海大學)의 오구라 기조(小倉紀藏) 교수의 저서 ‘韓國ドラマ、愛の方程式(한국 드라마 사랑의 방정식 , 2004)’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영화나 드라마의 시기를 ‘근대적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버블 후반기(87년 이후)부터 여고생이나 직장 여성층을 타깃으로 한 ‘트렌디 드라마’가 나타났고, 이 시기부터 ‘포스트모던(탈근대)’기로의 이행이 되었다. ‘포스트모던’은 이른바 영웅(주인공)을 진부하게 생각해 인간의 상하 서열, 이성, 힘, 아름다움이 늘 이긴다거나 선악의 대립을 부정하는 것으로 악도 없는 대신 주역도 존재하지 않는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배우는 여러 가지 캐릭터를 모두 소화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 대표가 만능 탤런트 기무라 다쿠야다.

‘꽃미남 사천왕’ 일본 배우들과 다른 색다른 멋

현재 일본에서는 여전히 트렌디 드라마들이 주로 제작되고 있다. 즉 아줌마들은 거의 안중에 없고 젊은 여성에 맞춰서 드라마들을 만들고 있다. 따라서 여전히 근대적 가치관을 가진 아줌마들에게는 ‘드라마에는 역시 멋진 주인공이 등장해야 하는 것’이다. 아줌마들이 일본 드라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을 때 절묘한 타이밍으로 등장해 고독한 아줌마들을 구제해준 것이 ‘겨울연가’이고, ‘배용준’인 것이다.

한류 스타의 대표라고 한다면 ‘한국 꽃미남 사천왕’이다. ‘한국 꽃미남 사대천왕’이란 배용준 이병헌 장동건 원빈 네 명을 말하며, 그들의 팬은 당연히 여성들이다. 배용준은 ‘미소의 귀공자’로 불리며, 팬들은 30~60대로 비교적 나이가 많다. ‘아름다운 날들’ ‘올인’ 등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이병헌은 30~50대, ‘한국의 톰 크루즈’라 불리는 장동건은 20~40대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 원빈은 외모로 인해 ‘한국의 기무라 다쿠야’라고 하여 10~4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층에 인기가 있다.

이들 한국 배우들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멋있다’는 것이다. 한국 배우는 일본 배우에 비교해서 키가 크고, 마초적인 몸매, 지적이면서 달콤한 외모, 게다가 유교 전통의 나라답게 예의 바르고 순수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또한 감정 표현이 풍부하여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다. 스타로서의 이미지 관리를 잘하는 것도 매력이다.

현재 일본의 연예인은 SMAP같이 만능 탤런트화하는 경향이 있거나, 연기 이외에도 버라이어티쇼 등에 자주 출연해 일상의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감정 이입하기 어렵지만, 사대천왕 같은 한국의 배우는 드라마·영화 이외의 사생활이 노출되지 않아 신비스럽기 때문에 일본의 아줌마들이 드라마나 영화의 내용에 더 깊이 빠질 수 있다.

또한 한국 드라마의 매력은 △캐릭터가 뚜렷하여 명확한 줄거리 전개 △순정만화 세계와 같은 로맨틱한 설정 △복고적인 순애보 △드라마틱한 대사와 아름다운 말 △효과적인 음악 △복잡하지만 가족 간의 끈끈한 애정 △끊임없이 어려움에 맞서는 주인공의 노력 △남자가 우는 장면 같은 신선함이라고 하겠다.

바로 이런 것이 일본 아줌마들의 젊은 날에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남자의 모습이고, 꿈꿨던 순정만화의 세계다.

또 하나 한류 열풍을 가능케 한 것은 일본 아줌마들의 시간과 경제력, 그리고 남편의 이해(무관심)를 들 수 있다. 일본의 여성들은 40, 50대가 되면 자녀 양육을 마치므로 자유로운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다. 일본에서는 자식들이 대학생이 되면 대부분 독립한다. 그리고 남편은 늘 바쁘기 때문에 여성 스스로 즐거움을 찾을 수밖에 없고, 가정생활에 크게 지장이 없는 한 남편도 그러한 아내의 모습에 협조한다.

어느 일본 남성에게 남편으로서의 의견을 물어보았더니 “아내가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부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신기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젊었을 때의 발랄한 모습을 되찾은 아내를 공항에 데려다주면서 무언의 동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전혀 심각하지 않게 대답했다. “한국 남성들은 일본 남편들을 많이 걱정하는 것 같은데, 저희는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많은 한국인들은 일본을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한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적어도 이번 한류 열풍은 잊혀졌던 일본 아줌마들이 실제로 하나의 커다란 붐을 일으킴으로써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낸 결과가 되었다. 사회적으로, 상업적으로, 정치적으로 아줌마의 존재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즈미 지하루(泉千春)/ 서경대 일어학과 교수

----------------------------------------------------------------------------------

“한류 덕분에  우리는 행복해요”

차인표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중화권 팬들.

지금 중화권에서 불고 있는 한국 대중문화 신드롬인 한류 열풍은 실은 국제 정치라는 대환경과 동아시아 지역 역사 문화라는 소환경이 복합돼 나타난 지극히 중요한 국제 문화현상이다.

한류는 이제 몇몇 사람들이 성급히 결론 내릴 수 있는 일시적인 붐이 아니며, 잠시 한중 두 나라 상술에 이용되거나 혹은 청소년들 사이에서만 이는 들뜬 유행이 더욱 아니다. 한류는 한 시대를 풍미하면서 역동적인 전진 운동을 하고 있는 ‘강력한 한국 유행의 흐름’이다.

아시아의 기적을 창조한 네 마리의 작은 용인 홍콩, 대만, 싱가포르, 한국 가운데 오직 한국만이 중화권 밖의 국가다.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중화권에서 부유한 나라, 선망의 나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국인은 다재다능하고 여유 있는 민족으로 국제사회와 특히 아시아 사람들 뇌리에 각인되었다.

중국 대륙의 언론은 개혁·개방정책을 시작한 80년대 초부터 83년 민항기 납치 사건, 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 88년 서울올림픽 등 중대 사건들을 보도하면서 한국의 발전 모습을 부단히 중국인들에게 알려주었다. 당시 중국에서 한국 사정을 소상히 알 수 있는 매체는 ‘참고소식(參考消息)’이란 일간지였는데, 거의 날마다 한국의 정치·경제·스포츠 소식을실었으며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대중일보’도 한국에 관한 긍정적인 보도로 일관하였다. 이러한 국제 정치학적인 대환경은 중국의 사회·문화적인 환경 변화와 조화를 이루면서 한류 형성의 여건을 조성해나갔다.

중국 젊은층 문화 갈증 시기에 한국 문화 콘텐츠 혜성같이 등장

중국 대륙 사람들은 오랫동안 유교의 멍에에 짓눌려 있었고, 공산주의 교리의 가쇄(枷鎖)에 옥죄여 있었다.

80년대 초 중국의 엄격한 사전검열의 관문을 뚫고 간신히 대륙에 상륙한 자본주의 문화는 대만의 캠퍼스 가요와 ‘미래 세계에서 온 손님’ ‘대서양 밑에서 온 사람’ ‘결사대’ 등 할리우드 영화와 ‘노예’ 같은 멕시코 멜로드라마였다. 곧이어 일본의 미우라와 야마구치 부부 탤런트가 출연한 ‘혈연’ 시리즈와 다카쿠라 겐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분노의 강을 넘어라’ ‘먼산의 부름’ ‘행복의 노란 손수건’ 등이 인기몰이를 하였다. 다카쿠라 겐은 당시 중국 여성들의 우상이었다. 뒤이어 홍콩의 ‘사조영웅’ ‘신조협려’ ‘상해탄’ ‘훠웬자’ 등 액션 영화가 온 중국 대륙을 휩쓸고 지나갔다.

80년대 중반이 되면서 대만 가수 허우더젠(‘용의 자손’), 미국 화교 청년가수 훼이샹(‘고향의 구름’), 홍콩 가수 장명민(‘나의 중국심’) 등이 한때 중국 청소년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외래 문화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열광(fever)을 이루었을 뿐이다. 중국 대륙 사람들은 자기들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대만과 홍콩의 문화·예술·언어 등을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반면, 신선감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이제 외부 세계에 눈뜨기 시작한 중국 여러 계층의 시청자들은 문화 콘텐츠의 공백을 허무한 눈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고, 수억명을 헤아리는 뉴미디어 신세대들의 다양한 문화 욕구는 분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대중문화를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이질적이었고, 일본의 대중문화는 지난 역사의 아픈 기억 때문에 쉽게 가까워지기 어려웠다.

“한류 덕분에  우리는 행복해요”

중국 대륙을 흔들어놓은 댄스 그룹 ‘클론’.

“중화권에서 한류는 하늘이 내려준 선물”

이 절호의 역사적 기회에 혜성처럼 나타난 것이 바로 한국의 대중문화였다. 90년대 중반부터 중국의 유명한 성우들이 더빙한 ‘사랑이 뭐길래’ ‘아들과 딸’ ‘목욕탕집 남자들’이 방송되기 시작하였는 바, 그중 97년 중앙 TV1 채널에서 황금시간대에 두 번이나 재방송한 ‘사랑이 뭐길래’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국의 드라마는 멜로물이건 시트콤이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력이 높고 극중 캐릭터에 고도로 몰입한다. 또 드라마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 그리고 내용에서는 서민적이고 가정적이면서도 현대 감각을 잃지 않고 있다는 특징이 있으며, 중국의 광대한 중간층 시청자가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주제나 줄거리에서의 유교적 바탕은 중국인의 정서와 매우 가깝다.

댄스 그룹 ‘클론’의 구성원인 강원래와 구준엽은 한류 열풍의 개척자들이다. ‘꿍따리샤바라’는 멜로디가 중국인들이 익숙한 ‘양걸곡(중국 민간에서 추는 춤)’에 가깝고, 또 랩은 중국의 ‘콰이반(말로 읊조리는 노래)’과 비슷하다. 더욱이 노랫말은 중국 청소년들의 영혼 속 깊은 곳을 한없이 파고들었다.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땐/ 산으로 올라가 소릴 한번 질러봐/ 나처럼 이렇게 가슴을 펴고/ 누구나 세상을 살다보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어/ 그럴 땐 나처럼 노래를 불러봐.

중국 청소년들은 청소년 문화가 전무했던 시기에 이렇듯 심금을 울려주는 노래를 처음 들었다. 그뿐인가, NRG의 많은 인기곡과 H.O.T의 노래는 사회에서 가장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인들이 이런 노래에 열광하는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 여배우들은 중국에서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특별한 사랑을 받는다. 그들의 말을 빌리면 “채림은 이웃집에 사는 천사 같고, 김희선은 하나에서 백까지 흠잡을 곳 없는 ‘묘령 소녀’이며, 김정은은 스크린의 나비요 미디어의 진주이고, 전지현은 엽기적인 척하나 실은 비할 데 없는 숙녀이며, 손예진은 고전적인 사랑을 꿈꾸는 현대 미녀이고, 장나라는 깜찍하고 귀여운 요정이며, 눈물의 여왕 장진영은 실은 항상 쾌활한 싱글”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중화문화권의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기(氣)’가 세다. 이를 두고 중국학자들은 지금은 음성양쇄(陰盛陽衰)의 시대라고 말한다. 위의 묘사에서 알 수 있듯, 한국 여배우들이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매력은 그들의 언행과 극중에서 묻어나는 여성성과 현숙함이다.

중국에서의 한류는 이미 ‘외국 문화’의 차원을 떠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중국문화를 이끌어주는 길잡이로 정착하고 있다. 지금 중국의 드라마나 청소년 문화 모두 한류를 따라 배우면서 발전하고 있다.

중화문화권에서의 한류, 이것은 하늘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내려준 귀중한 선물이자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아시아에서의 한류, 마치 대지를 누비며 흐르는 강물처럼, 이 흐름이 거대한 대하(大河)가 되어 호호탕탕 바다로 흘러가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많은 지류에서 많은 수량을 공급해주어야 할 것이다.

馬仲可/ 한림대 중국학과 교수



주간동아 2004.12.30 466호 (p32~36)

  • 이즈미 지하루(泉千春)/ 서경대 일어학과 교수 馬仲可/ 한림대 중국학과 교수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4

제 1214호

2019.11.15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