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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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로 은하수 길어 밤차 달이리

낭만 상상력 자극 수많은 茶詩 남긴 대시인 … 수행자 필독서 ‘선문염송’ 30권도 완성

  • 정찬주/ 소설가

    입력2004-11-26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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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두로 은하수 길어  밤차 달이리

    진각국사가 머물렀던 전남 순천 조계산의 광원암.

    숲 길을 걷다보면 솔 향기와 바람에 온몸이 씻기는 느낌이다. 게다가 솔바람에는 자기 자신을 근원으로 돌아가게 하는 산중의 고독이 묻어 있다. 나그네는 진각국사가 머물렀던 광원암(廣遠庵) 가는 어귀에서 솔바람의 관욕(灌浴)을 누린다.

    광원암은 송광사의 1번지 같은 암자다. 송광사를 짓기 전, 백제 무령왕 14년(514)에 가규 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 고려 때 진각국사 혜심 스님이 거처하면서 수행자의 필독서인 ‘선문염송’ 30권의 편찬을 완성한 뒤 암자 이름을 광원암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선문염송’이 넓게(廣) 멀리(遠)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그네는 다시(茶詩)로서 최고의 명시임이 틀림없는 진각국사의 ‘인월대(隣月臺)’를 누구보다 애송하고 있다. 중국의 시선(詩仙) 이백의 시처럼 무한대의 낭만과 상상력이 느껴진다.

    우뚝 솟은 바위산은 몇 길인지 알 수 없고/ 그 위 높다란 누대는 하늘 끝에 닿아 있네/ 북두로 길은 은하수로 밤차를 달이니/ 차 연기는 싸늘하게 달 속 계수나무를 감싸네.

    은하수로 달인 차 맛과 차 연기가 계수나무에 드리운 풍경은 어떨까. 이미 우주와 한몸이 된 깨달은 자만이 체험하는 선경(禪境)일 터이다. 진각국사는 고려 명종 8년(1178)에 화순에서 태어나 일찍이 진사인 아버지를 여의고 어렵게 공부하여 신종 4년(1201) 24살에 사마시(司馬試)를 마치고 태학관(太學館)에 들어갔으나 홀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귀향한다. 극진한 병간호에도 귀향 이듬해에 어머니가 별세하자, 길상사(현재의 송광사)에 어머니의 사십구일재를 지내러 갔다가 보조국사와 인연이 되어 출가한다.



    송광사 광원암에 머물며 집필

    입산 후 스님은 어느 절에 머물건 간에 낮에는 ‘선문염송’을 집필하고 밤에는 참선하다가 새벽에는 염송에 나오는 게송을 목청 높여 낭랑하게 외우는 것을 일과로 삼았다. 특히 사성암은 구례읍에서 10리 거리에 있는데, 스님이 축시마다 읊조리는 게송을 듣고는 읍민들이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스님은 광양 백운암으로 보조국사를 찾아가 그동안 공부한 것을 인정받고, 다시 조주(趙州)의 무(無)자 화두를 가지고 보조국사와 선문답을 나눈 끝에 “내 이미 너를 얻었으니 너는 마땅히 불법으로써 자임(自任)하여 본원(修禪社)을 폐하지 말라”는 은밀한 유지를 받는다.

    북두로 은하수 길어  밤차 달이리

    진각국사의 사리를 모신 부도 .

    스님의 나이 33살이 되는 해에 보조국사가 입적하자, 스님은 스승에 이어 수선사의 제2세 법주(法主)가 된다. 이후 스님은 고종 때 대선사(大禪師)가 되어 나라의 명에 의해 여러 절을 전전하며 수많은 제자를 가르친다. 56살 때에야 수선사로 다시 돌아와 지친 몸을 추스르다가 이듬해(1234년) 화산 월등사로 가 제자 마곡에게 임종게를 남기고 입적한다.

    뭇 고통이 이르지 않는 곳에/ 따로 한 세계가 있나니/ 그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아주 고요한 열반문이라 하리라.

    이처럼 쉽게 쓴 고승의 임종게도 없을 것이다. 진각국사의 모든 시는 난해하지 않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탁월한 대시인이라 아니할 수 없다. 스님은 많은 다시를 남겼는데, 직접 다천(茶泉)을 파기도 했다.

    소나무 뿌리에서 이끼를 털어내니/ 샘물이 영천에서 솟구친다/ 상쾌함은 쉽게 얻기 어렵나니/ 몸소 조주선(趙州禪)에 든다.

    나그네는 광원암에 이르러 차와 시를 선으로 승화시킨 진각국사의 흔적에서도 솔 향기를 맡는다. 암자에는 몇 줌의 석양 햇살이 구르는 낙엽을 어루만지고 있다.

    가는길: 남해고속도로에서 송광사 나들목(인터체인지)을 빠져나와 송광사에 이르러 계곡 왼쪽으로 난 산길을 타고 10분쯤 오르면 광원암이 나온다.



    茶人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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