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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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돈의 생리 생생하게 썼어요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5-01-20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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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고 도는 돈의 생리 생생하게 썼어요
    지금까지 정부가 구조조정을 위해 쏟아부은 공적자금은 150조 원. 10조 원이라면 100만 명이 1억 원씩 내는 것이다. 1000만 가구로 보면 한 집당 1000만 원이다. 50조 원을 더 부어야 한다면 한 집당 500만 원이다. 이것뿐인가. 세금 100조 원을 내려면 또 한 집당 100만 원이다. 이래서 큰돈일수록 계산을 잘 해야 한다.

    하나은행 서초지점장 조덕중씨(49)가 ‘돈이 안 돌면 사람이 돌아버린다’(머니업 펴냄)는 제목의 금융 칼럼집을 냈다. 그는 이 책에서 “빌린 돈도 내 돈이고 나라 돈도 내 돈이다. 내 돈은 내가 챙겨야 한다”고 외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투입한 공적자금은 누구 돈인가. 바로 내 돈이다. 조씨는 지난 31년 동안 한국은행, 은행감독원 검사국을 거쳐 지난 10년 간 하나은행 지점장을 맡으면서 돈이 돌고 도는 바닥의 생리를 생생하게 체험했다. 대출 받으면 얼마간 떼서 다시 은행으로 주는 게 관행이고, 비리에 발목이 묶인 지점장은 또다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부실 기업에 대출하는 이상한 시스템. 그리고 쓰러져야 할 부실기업이 매번 ‘법정관리’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난다.

    시중은행 지점장 신분으로 이런 책을 쓴 것은 하나의 도박이었다. 하지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는 사람도 필요했다.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 있느냐고 하지만 은행일 31년 하면서 한 번도 제 주머니에 돈 넣은 적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일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지요. 사람이 왜 은행에 돈을 넣습니까. 미래에 대한 보장을 원하기 때문이죠. 미래의 가치를 현재의 가치로 만들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모든 시스템이 투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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